박근혜는 되고 김어준은 금지, 그날 기다려진다

[주장] 각자 손에 쥐어진 '짱돌' 던질 차례.... "빨리 와라 4.11"

등록 2012.04.06 10:03수정 2012.04.0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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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복 서울시교육감 후보 지지자들이 2009년 7월 17일 서울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열린 주경복 지지 선언 발대식에서 장미꽃으로 글자를 만들어 보이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지난 2009년 8월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 검사가 재판도중 자리를 박차고 퇴장하는 사법사상 흔치 않은 일이 발생했다. 지난 20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참여했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 20명과 주경복 교육감 후보에 대한 결심공판장에서 벌어진 광경이다.

이날 전교조 서울지부 소속 김아무개 교사는 최후진술에서 "걸왕의 개가 짖은 것은 요왕이 어질지 못한 도둑이라서가 아니라 그 주인이 걸왕이기 때문"이라며 "지금 여기 와 있는 우리 교사 20명과 우리를 기소한 검찰이..."라고 하자 말을 끊고 자리에서 일어난 검사는 이렇게 반응했다.

걸견폐요(桀犬吠堯). 중국 하(夏)나라의 걸왕(桀王)의 개는 비록 제 주인이 포학한 군주일지라도 오직 걸왕만을 주인으로 알고 따랐기 때문에 어진 요(堯)임금을 보고서도 짖었다는 고사성어다. 요즘 이런 현상은 우리사회에서 일상화됐다. 슬픈 일이다.

먼저 편파·충성보도로 점철된 방송이 그렇다. 현 정부가 들어선 지난 4년 동안 문화방송(MBC)과 한국방송(KBS)은 친정부 성향을 그대로 보여줬다. 심지어 '가카'를 불편하게 하는 프로그램은 축소되거나 아예 사라졌다.

김재철 MBC 사장은 최근 보도 부문의 기자를 비롯해 예능·드라마 부문의 PD를 계약직으로 대폭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파업에 대한 대응책이다. 이는 신분이 불안한 약점을 이용해 '주인'을 잘 따르도록 만들겠다는 속내가 훤히 보이는 꼼수다.

한미FTA는 어떤가. 상위 1%에게만 이익을 가져다주고, 을사늑약보다 더한 독소조항을 담고 있는 한미FTA를 한나라당(새누리당)은 강행 처리했다.

미국과 FTA를 체결해 큰 피해를 입은 대표적인 나라가 멕시코다. 살리나스 대통령은 FTA가 세계 가장 큰 시장에서 관세 없는 가격경쟁력으로 성공할 수 있고, 자본유입으로 일자리도 창출한다고 선전했다. 우리와 너무 닮았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거짓말들로 드러났다. 농업의 붕괴, 대대적인 민영화, 대량 정리해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줄도산 등 FTA는 국민을 궁지로 내몰았다. 상위 1% 부자는 더 큰 부자가 됐지만, 중산층과 서민은 몰랐했다. 국민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살리나스 대통령은 결국 미국으로 망명했다.

속도전과 부실공사로 대변되는 4대강 사업도 마찬가지다. 수질개선, 물 확보, 홍수 방어를 위한다며 이 사업에 24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됐다. 환경단체들은 이 사업으로 생긴 13억t의 물은 사용처가 없으며, 지천의 홍수위험은 그대로고, 보 주변과 생태하천에서는 오히려 홍수위험을 가중시켰다고 우려한다.

보 곳곳에서 발생된 균열과 누수도 문제다. 강정고령보, 합천창녕보, 함안보 등 낙동강에 설치된 8개 보 중 5개에서 누수가 발견됐다고 언론은 고발하고 있다. 이명박식 속도전이 가져온 부실설계와 공사가 그 원인이다.

평화의 섬 제주도는 해군 기지로 신음하고 있다. 강정마을 바닷가에 펼쳐진 구럼비 바위는 바위 습지이자 세계적 희귀지형이다. 강정마을 일대는 정부와 제주도가 지정한 해양·문화재 보호구역이기도하다. 이처럼 귀하고 아름다운 곳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다며 폭약을 퍼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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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부산 사상구에 출마한 손수조 후보 지원에 나선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손 후보와 함께 차량에 올라 거리에 나온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선거법 위반 논란을 부른 사건 처리는 또 어떤까. 몇 가지 예를 보자.

사례1 - 공직선거법 제91조 3항 '누구든지 자동차를 사용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지난 13일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부산 사상구에서 손수조 후보와 선루프 장착 차량에 탑승해 상반신을 밖으로 내밀고 100m 가량 거리를 이동하며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사례2 -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정광용 대표는 지난달 29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의 이슈인터뷰 코너에 출연해 '손수조 일병 구하기'에 나섰다. 그는 "27살 처녀가 처음으로 정치에 입문하면서 3000만 원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답변하는 것에 대해 헷갈린 부분을 좌파 계열 논객, 기성인들이 너무 심하게 집단 '이지메' 하고 있다"며 손 후보를 감쌌다.

사례3 -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진행자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김어준의 뉴욕타임스 167회'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기간 동안에 김어준과 주진우가 대학 강연을 하는 것은 김용민 노원구갑 후보와 나꼼수와 하나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선거운동'이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선거에 엄정 중립을 지켜야 할 선거관리위원회는 위 3가지 사례에 각각 다른 잣대를 들이댔다. 첫 번째 사례에 선관위는 통상적인 정당 활동에 해당하거나, 의례적 행위에 해당해 선거운동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며 면죄부를 줬다. 두 번째 사례의 경우 영향력이 큰 방송을 이용한 선거운동이었지만 침묵 했으며, 이보다 파급효과가 현저히 떨어지는 김어준, 주진우 씨의 대학 강연에는 재갈을 물렸다.

선관위의 고무줄 잣대를 보며 주인만을 위해 충성하는 '걸왕의 개'가 떠오르는 건 나뿐일까?

현 정부에선 율곡 이이, 퇴계 이황, 사암 박순처럼 군주에게 쓴 소리를 아끼지 않은 충신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오직 주인을 잘 따르고 섬기는 '종'만이 존재하는 느낌이다. 참여정부 시절 '아니오'라고 말한 정태인 국민경제비서관이 그래서 그립다.

하지만 옛날처럼 꼭 충신이 필요한 건 아니다. 이제 우리의 손에 오만과 독선, 불통으로 점철된 권력을 향해 저항할 수 있는 '짱돌'이 하나씩 들려있기 때문이다. 바로 '투표권'이다.  4월 11일이 기다려진다.

덧붙이는 글 | 이화영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시민기자 총선취재특별취재팀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화영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시민기자 총선취재특별취재팀입니다.
#4.11 총선 #이명박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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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이 세 아이가 학벌과 시험성적으로 평가받는 국가가 아닌 인격으로 존중받는 나라에서 살게 하는 게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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