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후보가 K목사에게 직접 돈을 건넸다"

[4.11총선] 선관위, 강릉시 K교회에서 벌어진 일, 다수의 증언 확인

등록 2012.04.02 11:02수정 2012.04.0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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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 후보자 기부행위 제한
제113조(후보자 등의 기부행위제한)를 보면 '국회의원·지방의회의원·지방자치단체의 장·정당의 대표자·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와 그 배우자는 당해 선거구 안에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 또는 당해 선거구의 밖에 있더라도 그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에 기부행위(결혼식에서의 주례행위를 포함한다)를 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이를 어겼을 때는 결국 제257조(기부행위의 금지제한 등 위반죄)에 의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법에서 '기부행위'라 함은 당해 선거구 안에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 및 선거구민의 모임이나 행사 또는 당해 선거구의 밖에 있더라도 그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에 대하여 금전·물품 기타 재산상 이익의 제공, 이익제공의 의사표시 또는 그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말한다.

18대 현역 국회의원이면서 4.11총선 강릉 선거구에 출마한 새누리당 권성동 후보가 지역 내 한 교회의 담임목사에게 "직접" 현금을 건넨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자칫 미궁에 빠질 뻔했던 이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 사건은 애초 지난 2월 15일 강원도 선관위가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러나 이 사건과 관련해 언론 보도 이후, 권 후보가 자신이 직접 돈을 건넨 사실을 전면 부인하면서 사건의 실체가 무엇인지 더 이상 확인이 되지 않았다.

권 후보는 당시 "자신이 돈을 건넨 것이 아니라, 자신의 보좌관이 돈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그 주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검찰 수사도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이 현금수수 건은 검찰 수사 결과 사실로 확인되면, '후보자의 기부행위'를 금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제113조를 위반한 행위로 '당선무효형'을 받을 수도 있는 매우 중대한 사건이다(오른쪽 상자기사 참조). 따라서 신속하고 정확한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검찰은 그 사이 계속 '수사중'이었다.

따라서 언론도 '권 후보가 전면 부인하고 있다'는 사실 외에는 더 이상 자세한 보도를 하지 못했다. 권 후보가 돈을 건넨 것과 보좌관이 돈을 건넨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권 후보가 직접 돈을 건넸다"는 다수의 증언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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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시내 시외버스터미널 부근에 걸린 새누리당 권성동 후보와 민주통합당 송영철 후보 현수막. ⓒ 성낙선


어느 날 갑자기 권성동 후보가 교회를 방문한 뒤에 일어난 일들

기자는 최근에 강릉성덕교회의 한 집사가 작성한 '권성동 국회의원 현금 기부 관련 사실 관계 확인서(이하 확인서)'를 입수했다. 이 확인서에는 권성동 후보가 강릉시내에 있는 K교회의 K 담임목사에게 직접 돈을 건넨 사실과, 다수의 교인들이 그 내용을 목사로부터 전해들은 사실 등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 이 확인서는 강원도 선관위에 제출됐고, 다시 검찰로 넘어갔다.

이 확인서는 "2월 5일 오전 10시 40분경 권성동 국회의원 부부가 본 교회 목양실(사무실)을 방문하자...ooo집사가 직접 권성동 국회의원 부부에게 녹차를 주었다. 녹차를 마시면서 권성동 국회의원은 '오늘 조기축구 회원들이 운동하는 운동장에 다녀오는 길인데 새벽 아침 날씨가 참 추웠다'는 말도 하였다. 이후 K 담임목사(기자가 이니셜 처리)에게 겉면에 한문으로 박힌 '국회의원 권성동'이란 봉투를 권성동 의원이 담임목사에게 직접 주었다"고 적고 있다.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다.

이후 이런 사실을 목사로부터 전해 들은 교인들은 "권성동 의원은 본 교회 교인도 아닌데 처음 방문하여 K목사에게 현금봉투를 전달하였다. 상식적으로 헌금으로 처리하기엔 많은 금액이고 혹여나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어서 성도들이 담임 목사에게 다시 돌려줄 것을 건의하여, 이에 K목사는 ooo보좌관을 불러 현금 50만원을 직접 되돌려주었다"는 것이다.

확인서는 또 "2월 8일 강원도 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계 과장 외 2명이 K담임목사가 교회 목양실에서 진술을 한다고 하여 당일 목양실을 방문하여 1차 진술은 18시 30분에 K담임목사님이 현금 50만원을 받았다는 것을 진술을 하였고 당일 수요일이라 수요예배가 있어 예배를 마친 후 20시 30분경에 추가로 2차 진술을 받았다. 위 진술 내용은 사실이라고 말하였고 자필로 이름과 주소를 작성하고 도장도 직접 찍었다"는 내용도 적고 있다.

당시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교회 집사들도 조사를 받은 뒤 자필서명을 남기고 도장도 찍었다. 인용은 길지만, 확인서가 말하고 있는 것은 딱 한 가지 '권성동 후보가 K담임목사에게 직접 현금을 건넸다'는 것이다.

진술 번복하러 왔다가 '처음 진술' 재확인해주고 돌아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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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후보가 K담임목사에게 직접 돈을 건넨 사실을 진술하고 있는 사실 확인서. ⓒ 성낙선

이런 증언은 담임목사와 교회 집사들만이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권성동 후보가 담임목사에게 직접 돈을 건넨 사실은 목사와 집사들을 모두 조사한 선관위 조사 담당자 역시 동일하게 증언하고 있다. 3월 31일 기자와 통화를 한 이 조사 담당자는 목사로부터 직접 그 얘기를 들었고, 그 내용을 문서로 작성해 수사 의뢰 당시 검찰에 함께 넘겼다고 밝혔다. 수사관들이 담임목사에게 들은 증언 내용은 앞서 언급한 확인서에도 나타난다.

조사 담당자는 31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권성동 의원 부부가 목사 목양실에 찾아간 현장, 현장에 있던 사람은 세 사람이다. 권 의원, 권 의원 부인, 목사. 목사는 처음에는 '받았다' 진술했다"고 말했다. 권 후보 부부가 담임목사를 만난 자리에는 3인 외, 보좌관 등 다른 사람들은 없었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 조사 담당자는 후에 다시 K목사가 자신을 찾아와 증언을 번복하려 한 사실을 길게 설명했다. 당시 담임목사는 선관위를 찾아와 증언을 번복하려다, 조사 담당자와 4시간에 걸쳐 실랑이를 벌이다가 나중에는 다시 "권 후보가 나에게 돈을 준 것은 맞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는 것이다.

조사 담당자는 당시 "(K목사가 자신을 찾아와) 최초 진술 내용이 권 부부가 돈을 줬다고 진술했는데, '그건 아니다. 그건 경황이 없고 바빠서 착각을 했다. 그것은 돈을 준 것은 보좌관이 줬다.' 이렇게 (번복 진술서를) 써가지고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사 담당자는 진술 번복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목사님이 지각 능력이 떨어지는 분도 아니고, 종교 지도자님이 그럴 리가 없다"고 설득한 끝에 "사실은 권성동 의원이 돈을 나에게 준 것은 맞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담임목사가 진술을 번복하려고 했던 배경은 확인이 곤란하지만, 이 과정에서 권 후보가 담임목사에게 돈을 건넨 정황은 더욱 분명해졌다.

계속해서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권성동 후보

이처럼 복수의 사람들이 "권성동 의원이 직접 담임목사에게 현금 50만원을 건넸다"는 사실을 증언하고 있는데도 권 후보는 여전히 자신이 아니라 보좌관이 현금을 건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4월 1일 한 지역 방송사에서 주최한 후보자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서도 "나와는 무관하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권 후보는 이 방송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시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한 뒤, "보좌진 한 명이 과거에 다니던 교회에 헌금을 기부한 것으로 나와는 무관한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직접 돈을 전달했다는 말이 나온다는 질문에 "자세한 내용은 수사 결과에서 밝혀질" 것이라며 "어떤 근거로 그런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처럼 권성동 후보는 그동안 자신이 목사에게 돈을 건넨 사실을 전면 부인해 왔다. 하지만 돈을 받은 목사를 비롯해, 목사가 돈을 받은 사실을 알고 있는 교회 집사들, 그리고 목사와 집사들을 직접 조사한 선관위 조사 담당자들의 진술과 증언에 따르면 권 후보의 주장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에 그의 주장이 진실이라면, 선관위 조사 당시 적어도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보좌관이 돈을 건넸다'는 증언을 했어야 한다. 하지만 당시 그런 주장은 어디에도 없다. 오로지 권 후보가 돈을 건넸다는 주장뿐이다. 게다가 그의 주장이 사실로 입증되려면, 선관위 조사 당시 목사와 교회 집사들이 한 진술은 모두 거짓이 되어야 한다.

검찰로 넘어간 권성동 후보 현금 제공 건은 여전히 수사중?

현재 권 후보가 연루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두 가지다. 하나는 권 후보의 회계책임자가 후보의 의정활동보고서를 배부하면서 통상적인 인건비의 15배 넘는 금액을 지급한 건이었고, 또 하나는 권 후보가 김 목사에게 현금을 건넨 사건 등이다. 전자는 최근 검찰에서 선관위 자료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리됐고, 후자는 여전히 '수사중'이다.

선관위가 권 후보를 강릉지청에 수사 의뢰한 건은 김 목사와 관련된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선관위는 권 후보가 지금까지 교회 사찰 등에 네 차례에 걸쳐 총 90만원을 제공한 혐의로 강릉지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런데 이 건도 아직까지 수사에 별다른 진척이 없다.

그런 가운데 세간에서는 권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모두 무혐의 처리된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왜 그런 일이 생긴 것일까? 검찰이 그 원인의 일부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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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 ⓒ 성낙선


선관위 무시하고 권 후보 수사 내용 언론에 슬쩍 흘리는 검찰?

최근 '검찰 관계자'라는 한 인물이 3월 18일 일부 언론에 등장해 "물적 증거를 찾기가 어렵다. 교회 관계자가 모른다고 하면 (수사가) 어렵다"는 말을 흘렸다. 사실상 '무혐의 처리'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검찰은 이 건과 관련해 선관위에 아무런 내용도 통고하지 않았다.

먼저 수사를 의뢰한 선관위에 아무런 통고도 없이 수사 진행 상황을 특정 언론에 미리 흘린 이유는 뭘까? 선관위 주변에서는 권성동 후보가 공안검사 출신이기 때문에 검찰이 권 후보를 감싸고돈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관련 보도가 나간 후, 강원도 선관위는 교회 집사 등 "다수가 확인하는 사실 확인서"를 다시 검찰에 제출했다.

3월 31일 기자와 통화를 한 선관위 조사 담당자는 "선관위가 (권성동 후보 사건을) 기소하는 데 상당히 많은 애를 쓰고 있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수사 내용이 선관위가 아닌 언론사에 먼저 흘러나고 있는 데 대해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선관위 입장에서는 심증이 가고 확신이 가서 의뢰를 했는데" 선관위에는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은 채 그런 보도가 나온 배경을 검찰에 따져 묻기도 했다.
#권성동 #4.11총선 #강릉 #기부행위 #당선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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