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가 신분상승 이야기? 스펙 타파!

<동화독법>의 저자 김민웅 교수가 밝히는 동화의 비밀

등록 2012.07.07 14:42수정 2012.07.0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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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가 신분상승 이야기? 스펙타파! ⓒ 강연준


우리는 동화 '신데렐라'를 계모와 이복언니에게 구박받던 신데렐라가 왕자님을 만나 왕비가 되는 신분상승의 이야기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데렐라'는 '스펙타파'를 원했던 18세기 유럽인들의 시대인식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최근 <동화독법>을 쓴 성공회대 김민웅 교수는 지난 5일 생중계된 <오마이뉴스> 저자와의 대화에서 동화 속에는 인생이 담겨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어릴 때 읽은 기억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는 겁니다.


"어릴 때 읽고 난 다음에는 그 기억으로 동화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커서 다시 동화를 읽을 수 있는 기회라고 하는 것은 웬만하면 주어지지 않아요. 이건 뭘 뜻하느냐 하면 다 아는것 같은 데 사실은 놓치고 있는 이야기가 굉장히 많고, 그 얘기가 고정관념으로 우리안에 박혀 있는것. 사실은 그 얘기를 잘 들어 보면 우리 인생과 삶, 인간을 이해하는데 소중한 힘을 얻을 수 있는데."

김 교수는 재해석의 차원이 아니라 동화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이야기를 보자고 말을 이어갔습니다. 김 교수는 몇 편의 동화를 예로 들며 그 속에 담겨있는 당시 시대의 모습을 설명하고 그 의미를 청중들에게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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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독법>의 저자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동화독법>의 저자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5일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저자와의 대화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 강연준



우선 신데렐라를 예로 든 김 교수는 신데렐라가 당시에 살았던 민중들을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신데렐라의 발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발이 주인공이에요. 얼굴이 주인공이 아니에요. 모두가 다 얼굴만 보려고 해. 얼굴로 이 문제는 절대로 안 풀리는 얘기에요. 이 아이는 온갖 허드렛일과 장작을 패고 물을 긷고 힘든 일은 다 하는 아이에요. 뭐를 신었다구요? 나막신을 신었어요. (발이) 상처 투성이겠죠. 신데렐라의 발은 당대의 가난한 사람들이 재투성이로 자신의 존재감도 드러내 주지 못하면서 피눈물을 흘렸던 사람들의 삶의 족적이 그대로 나타나 있는 그 발이 신데렐라의 발이에요"


김 교수는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는 단지 신분상승의 도구가 아니라 모욕당하고 짓밟힌 삶을 보상해주는 마음과 힘의 상징이라고 해석했습니다. 힘겨운 삶에 대한 영광스러운 보상이 신데렐라 이야기가 꿈꾸는 희망이라는 겁니다.

"누구도 그 발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는데 단 한사람이 가졌어요. 끝까지 그 발을 찾았어요. 오늘의 현실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피눈물을 흘리고 산 사람이 있잔아요. 그 발에 신기는 것이 바로 이 유리구두에요. 아무 발에 신기는게 아니에요. 너 고생했지, 아팠지, 부당하게 대우 받았지, 억울했지, 가슴에 못이 박혔니? 껴안고 신겨주는 체온이 있는 이것이 바로 유리구두의 정체에요."

김 교수는 '귀족'이라는 스펙이 없이도 모두가 참가 할 수 있는 무도회와, 유리구두의 주인을 찾기 위해 모든 여자들에게 구두를 신어 볼 기회를 주는 기회의 평등이 '신데렐라'의 메시지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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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독법>의 저자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가 <오마이뉴스>저자와의 대화에서 강연하고 있다. <동화독법>의 저자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5일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저자와의 대화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 강연준


이어 김 교수는 이야기를 해석하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를 예로 들었습니다.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는 소년의 거짓말을 지탄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무책임을 폭로하고 있다는 겁니다.

"사실 늑대가 나타났을 때 소년이 늑대를 막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에요. 그래서 이 이야기가 준 정보만 보더라도 늑대를 퇴치할 책임은 마을사람들에게 있어요. 아이는 늑대가 나타났다는 경보 장치만 울리면 되는 거잖아요. (마을 사람들은) 첫 번째는 속을 수 있어요, 두 번째도 혹시나 하고 나올 수 있어요. 그런데 이 사람들은 집에 갔죠. 만약 마을사람들이 그때 모여서 그냥 집에 가고 흩어지는 게 아니라 소년에게 욕만 하는 게 아니라. 모여서 어떻게 하지 논의를 하기 시작했다면 양을 지킬 가능성이 높아졌(을거)다. 그런데 안하고 갔다."

김 교수는 오늘날의 국가나 사회로 상징되는 마을 공동체의 이런 무책임한 모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꼬집으며 양치기 소년 이야기의 진정한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늑대는 강하고 힘센 놈을 잡아 먹는게 아니라, 가장 약하고 어린놈을 잡아먹겠죠. 오늘날에 자기를 지킬 수 없는 사회적 약자들이 얼마나 많이 있습니까?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늑대가 습격을 했을 때, 사회적 약자들 비정규직, 노인들, 장애인 모두 당하지 않겠어요? 자기들이 찌질해서 당했지 이렇게 말할 수 없다. 국가(어른)가 방치하면, 사회가 방치하면 그들은 희생 당하겠죠. 이들을 지킬 수 있는 공동책임을 묻는 얘기라고 한다면 이때 이야기는 사회 철학적 성찰을 시작하게 하는 의미 있는 이야기로 변모해요."

김 교수는 동화를 단순히 아름다운 이야기로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이 현실을 인식하며 남긴 메시지를 읽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읽는 이의 문제라는 겁니다.

"몇몇 사람들이 동화독법에 대해 이렇게 얘기하면 아이들이 읽는 순수한 동화인데 정치나 사회적인 의식으로 훼손한다라고 반발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데 분명히 현실을 고발하고 악한 세상을 바로 잡겠다는 의지가 작동하는 메시지가 비수 처럼 담겨있는데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면 그건 읽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

이어 김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동화의 메시지를 읽어내지 못하는 이유는 생각하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한 독법이 왜 안되냐고 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훈련과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이 고민하고 얘기를 나누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유의 촛대에 불을 붙이는 일을 교육에서 하지 않죠. 우리사회가 이런 인문학적 상상력의 교육을 저버리고 있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예요"

김민웅 교수의 저서 <동화독법>에는 친숙한 10편의 동화를 통해 드러나는 당시 사람들의 통찰력을 우리가 알기 쉽게 풀이해 놓았습니다.

<동화독법> 김민웅 저자와의 대화 강연 동영상은 <오마이뉴스> 홈페이지 TV면과 아이튠즈 팟케스트 저자와의 대화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동화독법 - 유쾌하고도 섬세하게 삶을 통찰하는 법, 개정판

김민웅 지음,
이봄, 2017


#김민웅 #동화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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