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만들기'가 별건가? 이렇게 하면 된다

[마을의 귀환⑫ - 기고] 유창복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장

등록 2012.09.18 17:52수정 2012.09.2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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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계의 희망은 모든 활동이 자발적인 협력으로 이뤄지는 작고 평화롭고 협력적인 마을에 있다.' '인도 독립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의 책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2012년, ‘콘크리트 디스토피아’ 서울 곳곳에서는 ‘마을공동체 만들기’가 한창입니다. 함께 '집밥'을 먹고 책을 읽고 텃밭을 가꾸는 것부터, 아이를 같이 키우고 일자리를 나누고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까지. 반세기 전 간디의 정신은 아직도 유효합니다. <오마이뉴스>는 다양한 마을만들기 사례를 통해 마을이 왜 희망인지 살펴봅니다.

이번 기사는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장인 유창복 사단법인 마을 대표(성미산 마을극장 대표)가 보내온 글을 싣습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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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유창복 센터장이 11일 오전 서울 은평구 녹번동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개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 직후 "서울에서 마을을 숨쉬게 하자"라고 마을만들기를 중요한 시정 방향의 하나로 제시하였다.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응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기대와 우려'였다. 거대도시 서울의 시장이 마을만들기에 대하여 시행정의 중요 시책으로 삼는다는 것은 10년 넘게 동네에서 골목에서 힘겹게 해온 풀뿌리들의 주민활동을 의미 있게 평가한다는 것이었기에 무척 반가운 것이었다. 나아가 메트로폴리탄 국제도시 서울의 수장이 시대에 대한 문제의식과 대안에 대한 고민이 마을에 닿아 있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의미심장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우려가 깊었다. 서울시의 그 거대한 관료조직이 박 시장의 추진력을 업고 '마을을 만들겠다'고 나서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감당이 안 될 거라는 우려였다. 이는 그동안 정부 주도의 마을만들기 정책이 야기한 부작용을 경험을 통해 익히 잘 알고 있었기에 타당한 우려였다.

1년의 호흡과 10년의 호흡 어떻게 조화시킬까 

관 주도의 마을만들기 정책의 문제점은 크게 칸막이행정, 형식적 거버넌스, 조급한 성과주의, 세 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먼저, '칸막이 행정'. 정부의 모든 실국이 각기 마을정책을 수립하고, 시장이 강조하는 정책이니 많은 예산과 조직을 동원할 것이 불 보듯 했다. 이를테면 복지관련 부서는 복지마을을, 문화관련 부서는 문화마을을 만든다고 달려들 것이라는 것이다. 정작 그 현장인 마을에서는 문화와 교육, 복지와 경제가 따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 모든 것이 한데 엉켜 돌아가는 '종합판'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들이 모두 칸막이를 치고 각개약진 하는 식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점이다. 그것도 경쟁적으로 말이다. 이때는 공무원이 열심히 일을 하면 할수록 마을현장은 골치 아프게 된다.

다음으로 '형식적 거버넌스'. 민관 거버넌스, 즉, 협치(協治)는 민과 관이 대등하게 협력하여 행정의 목적을 달성한다는 것인데, 현실은 관주도의 변형이고 민간은 그저 행정전달체계의 말단부에서 공무원의 업무를 대행하는 정도에 머물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각종 자문위원회도 의사(의사) 공공성 공간에 불과하다. 요식으로 민간 전문가의 의견을 듣지만 그 의제는 공무원이 정하고, 그 자문의 방향과 내용은 대개는 공무원이 미리 강구한 바대로 진행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마을만들기가 이렇게 된다면 큰일이다. 다른 정책분야는 몰라도 마을만큼은 마을에 실제 살고 있는 주민들이 자신들의 필요를 잘 알며, 그 해결의 방향 역시 잘 안다. 설사 정책 방향의 옳고 그름은 차치하더라도, 주민들 스스로가 필요를 인식하고 해결의 방향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주체가 되고, 그 일에 책임과 열의를 가지게 된다. 그래야 진정한 의미의 거버넌스가 실현될 것이다.

'조급한 성과주의' 이야기를 해보자. 행정은 항상 가시적인 성과에 골몰한다. 시민의 세금을 쓰니 그 세금이 헛되이 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는 공복으로서 당연한 책무이다. 하지만 그 성과가 정책의 진정한 효과를 측정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눈에 띄는, 계량이 용이한 가시적인 양적 지표에 매달리게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공간을 짓거나, 참여자 숫자 등에 집착하다 보니 정작 챙겨야 할 정책의 질적 효과는 뒤로 밀리는 경우가 있다. 또한 정부는 1년을 단위로 돌아간다. 그래서 성과를 1년 단위로 측정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6개월도 안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연초에 사업집행계획 수립하고, 4~5월에 공모하여 5~6월에 집행하면, 10~11월이면 벌써 평가를 위한 성과를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마을은 크게 보면 10년 정도의 주기로 그 성과가 드러난다. 10년은 아니어도 1년 단위의 하루살이식 성과 측정은 도리어 마을의 호흡을 거슬려 일의 성과를 그르치게 되고 만다. 1년의 호흡과 10년의 호흡을 어떻게 조화시킬까?

"도대체 마을이 무엇이냐?" "어디에 있나?" 혼란스러웠지만...

결론은 '주민주도형' 마을만들기였다. 이 점은 풀뿌리 활동가들의 공통된 처방이었다. 박원순 시장 역시 누구보다 공감하는 원칙이었다. 그리하여 서울시의 마을만들기 정책의 중심은 공무원 조직이 아니라, 민간이 주도하는 중간지원조직으로 된다. 정부는 마을공동체 담당관이라는 과 단위의 조직을 두기로 한다. 중간지원조직은 조례에 기초하여 정부가 설립하되, 그 운영은 민간이 위탁하여 인사, 조직, 사업 등 운영상의 자율성을 보장하기로 한다.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이하 '마을지원센터')가 그것이다. 마을지원센터는 위탁공모를 통해 (사)마을이 위탁받아 운영키로 되었으며, 지난 11일 개소식을 하고 공식 업무를 개시하였다.

관건은 주민주도를 실현할 주체를 세우는 일이었다. 마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마을사업을 해오던 풀뿌리단체들이 있고, 취약계층들을 중심으로 주민사업을 펼쳐온 복지단체들도 마을만들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보육과 육아, 아동청소년의 교육 등의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웃의 관계망을 형성한 주민주도형 마을들도 마포구 성미산마을을 비롯하여 삼각산 재미난마을, 동작구 성대골마을 등 서울에 이미 여러 곳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마을만들기를 하여 상당한 성과를 낸 곳도 있었다.

이러한 다양한 마을만들기의 경험과 활동들을 토대로 서울시의 마을만들기 정책을 수용할 수 있는 민간주도의 주체가 될 민간차원의 파트너를 구축하는 일이 시급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풀뿌리 단체는 물론, 이미 마을살이를 하고 있는 다양한 주민들을 포괄하는 다양한 마을살이의 주체들이 자유로이 참여할 수 있는 장이 필요했다. 모여서 마을이야기를 나누고, 하고 싶은 사업계획을 세우고, 서로 경험과 자원을 교류하는, 주민과 활동가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론장이 필요했다.

민간의 풀뿌리 활동가와 주민활동의 주역들은 자치구별로 마을조사를 벌였다. 마을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와 기관, 주민들을 발굴하고 사업의 내용과 여건을 조사하는 것이 1차적인 목적이었지만, 조사를 통해 그간 알지 못했던 기관이나 단체들을 발굴하고 관계를 맺는 계기가 되었으며, 자치구별 민간네트워크(일명 '마을넷')의 구성으로 연결되었다. 지금은 서울 25개 자치구 중 20여 개의 마을넷이 구성되어 정기적인 회의를 하고 있으며, 공식적인 단체를 설립한 곳도 있다.

마을넷이 자치구 마다 구성되고 논의의 밀도를 높여가고 있었지만 아쉬움이 있었다. 당초에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주민들의 등장이 미흡했다. 주로 풀뿌리단체와 복지단체 등 기관들이 주로 등장하였다. 서울 차원의 집담회가 몇 차례 열렸지만 아직 지역의 일반 주민들이 등장하기에는 3, 4개월은 턱없이 이른 시간이다. 마을활동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단위가 직접 호명될 필요가 있었다. '동네마을넷'이 그것이다. 2차 마을조사에 들어갔다. 실제로 마을이 형성되고 마을활동이 이루어지는 단위로 더 들어간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서초강남을 제외한 대부분의 자치구에 크고 작은 마을이 이미 꿈틀대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수가 대략 80여 개가 넘었다.

마을의 호명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호명된 마을이 바로 마을만들기 사업의 주체이자 사업의 단위가 된다. 동시에 사업의 성과가 축적되는 단위이며, 평가가 이루어지는 단위이다. 공무원들도 비로소 '사업지'가 눈에 들어오자 그간의 오리무중의 혼돈에서 빠져나오는 듯했다. "도대체 마을이 무엇이냐?" "어디에 있나?" "누구와 마을만들기를 해야 하나?" 등등 1/4분기 내내 무척 혼란스러워 했는데 이제 그 사업대상이 눈에 들어오자 다소 안도하는 눈치였다.

지원은 '깔대기'식으로, 평가는 '마을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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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서울 은평구 녹번동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관계자와 마을공동체 활동가들이 센터를 둘러보고 나서고 있다.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는 마을공동체 사업에 대한 안내와 교육, 컨설팅과 실행의 전 단계를 지원하고 공공과 민간의 가교 역할을 수행한다. ⓒ 유성호


'주민주도형 마을만들기'는 민-관의 '대등한' 거버넌스를 넘어 '민이 주도하는' 협치를 전제로 한다. 주민주도를 위해서는 행정상의 개선이 필요했다. 지원절차와 예산제도, 평가방법의 대안적인 제도화가 중요하다.

지원절차는 준비된 수준(성장단계) 만큼 주민 스스로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성장을 유도하는 '인큐베이팅식'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려면 1년 1회 공모에서 수회 공모로 바뀌어야 한다. 준비되었을 때 수시로 신청할 기회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미리 정해진 요건에 부합하면 지원하고 아니면 탈락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준비과정을 지원하는 인큐베이팅제를 도입해야 한다. 그래서 의욕이 있으면 일단 등록을 하도록 하고, 등록 이후에 사업신청을 할 수 있는 단계까지 요청이 있을 경우에 한하여 교육 및 상담 등의 지원을 하는 것이다. 이는 주민의 입장에서 보면,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정부지원을 활용할 수 있는 '뷔페식' 지원방식이다.

설령 등록 후 준비과정이 길어지거나, 중도에 포기하여 사업신청단계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하더라도, 이는 자원낭비가 아니라 주민들의 참여를 넓히는 효과를 거둔다. 왜냐하면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관계가 만들어 지고, 언젠가는 이 관계가 마을일을 하는데 중요한 자원으로 쓰일 것이기 때문이다. 즉, 입구는 넓게 하되 출구는 좁게 하는 이른바 '깔대기 지원'이 필요하다. 물론 입구단계에서의 지원예산은 아주 미미할 것이며 출구단계는 엄격한 심사를 거치게 되므로 전체로 보아 예산낭비의 우려는 없다. 오히려 넓은 입구전략은 '문턱'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와 결국 마을일에 관심을 가지는 주민 잠재력을 널리 확보해두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포괄예산제'의 핵심은 정부가 그 용도를 미리 정해놓고 그에 해당하는 사업신청에 대해서만 지원을 하는 기존의 꼬리표 예산제의 문제를 극복해보자는 것이다. 진정한 거버넌스란 민관이 함께 의제를 설정하고 계획을 수립하며, 집행과 평가를 공유하는 것이다. 특히 마을만들기 사업이 '민간주도형' 거버넌스라고 한다면, 바로 의제설정과 계획수립의 민간주도성이 보장되고 장려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꼬리표예산'은 공무원이 세운 계획의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미리 용도가 정해 놓지 않은, 큰 용도는 정해놓더라도 세부적인 용처는 사업의 집행과정에서 집행의 주체인 주민들이 스스로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맡겨두어 보자는 차원에서 포괄예산제가 필요하다.

물론 시민의 세금을 사용하는 데에 사전의 치밀한 계획과 검증이 필요하다. 따라서 초기에는 시범적으로 일정한 전제를 두고, 그 규모도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운영해 볼 필요가 있다. 올 하반기에 실행되는 '우리마을계획'이 내년에 집행할 사업계획을 수립하면서 포괄예산제도를 이용할 예정이다. 하반기에 마을주민들의 토론을 통해 사업의 내용을 결정하면서 커다란 용도는 미리 결정하고 진행될 예정이므로 그에 맞추어 예산을 정하고, 내년의 실행과정을 잘 모니터링하여 제도를 개선한다면 주민주도적 마을만들기 사업의 획기적인 장치가 될 것이다.

계획보다 중요한 것이 평가다. 더욱이 공무원 사회는 '어떻게 평가되는가'가 계획은 물론이고 집행단계의 방향과 태도까지 결정하게 된다. 현재 마을만들기 사업은 공무원들에게 매우 생소하고 익숙하지 않은 사업영역이다. 한 마디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잘 안 잡히는 것이다. 예의 결과중심적인 평가, 하드웨어 중심의 성과지표를 극복하지 않으면 마을사업은 실보다 과가 많게 된다. 따라서 가장 '마을스러운' 평가지표를 개발하고 이를 계획 수립단계에서부터 적용하는 것이 시급하다.

'과정' 중심 평가, '사람' 성장 평가, '질적' 평가지표가 그것이다. 마을사업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과정이 중요하다. 과정에서 중요하게 포착해야 하는 평가요소는 사람이다. 마을이란 바로 함께 살아가는 주민들의 관계망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사업의 성과도 그 사람들이 얼마나 열의를 가지고 즐겁고 의욕에 차서 마을 일에 관심을 갖는가가 핵심이다. 일꾼도 그 과정에서 발굴되고 성장한다. 그래서 과정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관계 맺고 변화하는가를 잘 살펴야 한다. 이러한 주민들이 맺어가는 관계의 양상은 양적 지표만으로는 충분히 잘 포착되지 않는다. 그래서 질적인 지표가 평가과정에 함께 도입되어야 한다. '스토리'가 그 예이다. 함께 도모하면서 만들어온 이야기들 속에는 평가와 관련한 많은 것들을 담고 있다. 결국 마을사업 평가의 요점은 "마을 차원의 '사회적 자본'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귀결되었는가?"이다. 바로 그 사회적 자본이 마을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동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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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 산새마을 방범순찰에 나선 주민들이 서울 은평구 신사2동 지역 공원과 학교 주변 등 취약지역을 살피며 순찰활동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주민주도형 마을만들기의 핵심, '우리마을계획 프로젝트'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 될 '우리마을계획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주민이 직접 자기마을의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마을지원센터가 직접 수행하는 가장 핵심적인 사업이다. 진정한 거버넌스 또는 주민주도형 마을만들기의 핵심은 "주민 스스로가 마을의 비전을 세우고, 실현을 위해 필요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이 계획은 실제 집행을 전제로 하며, 마을지원센타는 시와 협의하여 이 마을계획을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을 편성하고 행정상의 편의를 제공할 것이다. 실제로 2013년의 서울시 마을만들기의 사업계획은 우리마을계획을 중심에 두고 수립하려고 한다.

마을에 따라 사업의 수도 제각각이고, 그 규모 역시 다양할 것이다. 마을계획을 수립하는 절차에 따라 채택된 구체적인 사업들은 그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시급한 사업들을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물적·인적 자원을 잘 따져보고, 어디서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조달계획을 세운다. 물론 마을 스스로 조달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꼭 필요한 부족분을 광역 및 자치구 정부가 지원한다. 계획한 사업이 이미 시·구 정부가 실국별로 이미 세워놓은 사업에 해당하면 그 예산을 연결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포괄예산제를 통해 지원하게 된다. 포괄예산제는 사전에 용도를 세세하게 정해놓지 않아, 각 마을마다의 고유한 상황을 다양하게 고려할 수 있고, 주민들이 실행과정에서 자율적으로 예산집행을 결정할 수 있어 주민주도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우리마을계획은 마을공동체 사업에서 민간이 주도하는 프로세스의 첫 번째 시도가 되며, 포괄예산제와 사업부서별 지원사업을 연계시킴으로써, 현재의 사업부서가 진행하는 공모식 사업을 마을계획에 기반한 인큐베이팅 사업으로 변화시켜간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마을은 복지와 문화, 교육과 경제가 함께 어우러지는 곳이다. 따라서 복지재단, 문화재단, 세종문화회관, 자원봉사센터, 자활센터, 사회적경제네트워크 등 다양한 부문들과의 협업은 필수적인 사항이다. 그리고 이들 부문의 각 기관들은 이미 지역에서 마을에서 주민들과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마을만들기 시정 방침에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가지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올 하반기부터 착수해서 내년에 본격화될 마을만들기 협업을 위하여 현재 공동의 정책협의를 진행되고 있다.

마을만들기의 실질적인 컨텐츠를 가지고 있는 이들 중간지원기관들의 마을 합류는 또 따른 중요한 의미가 있다. 바로, 칸막이 행정의 부작용을 극복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이다. 중간지원기관들은 실무자들이 마을현장의 주민들과 실제로 접촉하면서 사업을 집행하고 있기 때문에 시정부의 칸막이를 현장에서 허무는 역할을 하게 된다. 실무자 차원의 마을협업이 이루어지면 실무자들 간의 협동의 경험이 현장에서 쌓이게 되므로, 시간이 흐를수록 칸막이의 부작용을 없애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더욱이 부문과의 협업은 마을이라는 단위를 거점으로 풀뿌리 단위들이 종합적인 협업을 통해 복지, 문화, 등의 다양한 영역들의 종합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 나가는 첫 단추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특히 자활센터, 자원봉사센터, 그리고 복지재단은 자치구 차원의 조직을 가지고 있어서 마을넷과의 협업이 용이하며, 이미 마을넷에 참여하여 협의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은 지역의 주민자치위원회나 이른바 관변단체와도 연결되어 있어서 마을만들기가 시민단체들만의 사업에 머물지 않고, 지역의 자원들이 폭넓게 연결되도록 하는 데 중요한 고리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을이 별건가? 수다로 마을하자!

마을이 무엇인지 감이 잘 안 온다고 한다. 누구는 옛 시골의 마을을 떠올리며 "옛날로 돌아가자는 것인가?" 의아해한다. 누구는 신앙공동체, 무소유공동체 등을 떠올리며 폐쇄적이고 강한 규율을 부담스러워 하기도 한다. 이미 오래 전에 도시화의 격변 속에 농촌 공동체는 농촌에도 없다. 그럼 지금 이 시대에 마을은 무엇인가? '생활의 필요를 함께 해결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이웃들의 관계망' 이라고 하고 싶다. 젊은 맞벌이 부부들의 육아, 초등자녀들의 방과후에서 부터 깨끗하고 안심할 수 있는 먹거리에 이르기까지 도시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의 생활의 필요는 다양하다.

요사이 아이들이나 여성들에게 참으로 험한 일이 많이 생기고 있다. 정말 언제 부터인가, 애들 동네 골목에 마음놓고 내놓고 키울 수가 없다. CCTV로는 한계가 있다. 나 어릴 적에는, 동네 세탁소 아저씨나 미장원 언니, 슈퍼 아줌마가 동네 애들 얼굴을 다 알고, 어른 없이 혼자 어슬렁대면 대번에 불러세워 "너 어디가냐?" 한다. 이런 동네어른들의 시선이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셈이다.

결국 대면관계가 살아있는 동네가 바로 우리가 만들고 싶어하는, 회복하고 싶어하는 마을이다. 뉴타운 아파트에 쓸려나기기 전 주택가의 풍경이다. 이렇게 알고 지내는 이웃들은 수시로 마실 다니며 술한잔 하고, 수다 떨며 살아가는 어려움을 서로 하소연한다. 그러다 보면 궁리가 생기고 의기투합하면 일내듯이 궁리를 실행에 옮기게 된다. 아이들 방과후를 엄마들이 함께 시도해보기도 하고, 반찬가게를 내고, 카페를 열어 동네의 명소 수다방을 차리기도 한다.

마을이 별건가. 동네에서 애들 내놓고 함께 키우고, 사는 이야기 수다로 풀다, 저지르듯이 대안 찾아 실행해보는 이웃들의 관계망이다. 자, 수다로 마을하자!
#유창복 #마을 #마을만들기 #마을공동체 #마을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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