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는 사회주의자? 이 여자 패기 좀 보소

[나의 삶이 책이 되다⑥] <악어의 맛> 이서영 작가

등록 2013.11.20 11:32수정 2013.11.2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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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은 그것을 읽은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기도 하며 한 사회의 진로와 역사의 발전방향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런 책의 위대함 때문인지 거의 모든 언론매체는 정기적으로 책 소개 및 서평에 상당한 지면을 할애해 독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그런데 책이 독자의 삶을 뒤흔들 정도의 위력이 있다면, 도대체 그 책을 쓴 사람의 인생에는 어떤 충격과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자신의 삶을 책으로 바꿔 낸 사람들을 만나, 책이 저자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들어보는 기회를 갖는다. 언젠가 책을 쓴 저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사람은 많다. 하지만 모두가 꿈을 이루지는 않는다. 이미 자신의 삶을 책으로 바꿔 꿈을 이룬 저자의 인터뷰가 미래의 저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 기자 말

'소설 쓰는 사회주의자' 이서영 씨가 집회에서 선전판 옆에 서 있다. ⓒ 이서영


소설 쓰는 사회주의자. 1987년에 태어났고, 국문학과 문예창작학을 전공했다. 정석적인 문청(文靑) 테크트리를 밟는 주제에 등단은 안 하고 스티븐 킹·로버트 하인라인·어슐러 르 귄·로저 젤라즈니의 서가 앞에서 몸살을 앓았다.
- 이서영 <악어의 맛> 저자 소개 중에서

필자는 마르크스 관련 책도 쓰고 나름 진보적이다 못해 불온하다는 말을 듣고 산다. 오죽하면 필자가 강의하는 대학의 신입생이 필자를 국정원에 신고하겠는가. 황당하게도 신고한 학생은 내 강의를 들어본 적도 없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필자는 책에 저자 소개를 저렇게 노골적으로 해본 기억은 없다. 패기 보소. 소설 쓰는 사회주의자라니! 저자 소개만으로도 이서영씨를 만나고 싶었다. 페이스북 인맥을 통해 수소문 끝에 연락이 닿아 지난 10월 11일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인근의 카페에서 이서영씨를 인터뷰할 수 있었다.

"안양예고에 다녔는데요. 선배가 후배를 엄청 심하게 잡는 분위기였어요. 제가 1학년 때인데, 선배들이 1학년 애들을 불러서 혼내고, 치마 길이 어떻게 해라, 머리 스타일 어떻게 해라, 엄청 심하게 했죠. 2학년이 됐는데 3학년들이 저희보고 신입생들을 잡으라는 거예요. 저희는 3학년과 거의 맞짱을 뜨면서 신입생에게 그런 짓을 안 하겠다고 했어요. 이번엔 3학년이 됐는데, 글쎄 2학년이 1학년한테 그 짓을 하고 있는 거예요. 저희가 자기들이 1학년 때 막아줬는데도 말이죠.

우리는 폭력이 전이되는 고리를 끊으면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안 된다는 것을 알고 멘붕에 빠졌어요. 세상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어요. 결국 세상이 총체적으로 폭력적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폭력을 낳는 것은 권위적인 분위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요. 모든 권위를 부정하는 것은 '아나키즘'이다, 라는 생각이 이르러 저는 고등학교 때 아나키스트가 됐어요. 아나키스트인 엠마 골드만, 박홍규씨의 책을 읽곤 했죠."

학부 때는 내내 데모를 했다. 마트를 점거한다든지, 웅크리고 앉아 단식을 한다든지, 경찰에 쫓겨서 졸업사진 찍던 복장으로 아스팔트를 질주한다든지, 학교 청소노동자들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나날들이었다.
- 이서영 <악어의 맛> 저자 소개 중에서

한양대학교 국문학과에 진학한 이서영씨는 학생운동과 진보정치활동을 접하며 자연스럽게 사회주의자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게 됐다. 그가 보기에 모순된 현실에 맞서서 가장 열심히 싸우는 사람들이 사회주의자였기 때문이다. 그렇다. <악어의 맛>은 요즘에는 보기 드물다 못해 씨가 말라가는 바로 그 '운동권 소설'이다.

일반적으로 운동권 소설이라 하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나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 같은 작품들이 떠오르는데, 솔직히 읽고 싶다는 느낌보다는 좀 무겁고 가까이하기 부담스럽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런데 9편의 단편소설을 모은 <악어의 맛>은 이전의 선배(?) 작품들과는 다른 '21세기형' 운동권 소설이었다.

'소설 쓰는 사회주의자'라니, 이 사람 패기 좀 보소

이서영씨가 쓴 '21세기형 운동권 소설' <악어의 맛> 표지 ⓒ 온우주

비정규직 문제를 풍자한 <종의 기원>은, 좀비들이 인간들에 의해 비정규직으로 내몰려 결국 하수구에서 절치부심·와신상담하며 봉기를 꿈꾸는 SF 장르의 형태를 띠고 있다. 배달 아르바이트 학생들의 안전문제를 다룬 <로보를 위하여>에서는 늑대인간으로 변신하는 소녀가 주인공이다.

우리나라 보수층의 돌격부대 역할을 하고 있는 어버이연합과 노인문제를 다룬 <노병들>에서는 무림비공을 구사하는 슈퍼히어로 노인들이 등장한다. 장르문학의 형식에 순문학의 주제의식을 담은 오묘한 '21세기형' 운동권 소설을 쓰게 된 경위가 무척 궁금해졌다.

"그냥 '오타쿠'였어요. 남들이 편견 가지는 그 의미 그대로, 학교에 친구 없는 오타쿠. 중학교 때는 방송부였는데, 방송실에서 일 있다고 거짓말하고 수업도 잘 안 들어가고 방송실에 틀어박혀서 애니메이션 보고, 만화책 읽고, 소설책 읽고 그랬었죠. 한 번은 방송실에서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End of Evangelion)>을 보고 있었는데, 그게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전교에 송출이 되고 있었더라고요.

방송부 담당 선생님이 달려와서 손바닥으로 뺨을 확 후려갈기시는데… 뭐, 그 이후로는 방송실에서 일본 애니 튼 게 쟤라더라, 이렇게 오타쿠라고 전교에 소문이 쫙 퍼져서 더 친구가 없었죠. 축구 한일전 하면 남자애들이 몰려와서 일빠라고 놀리고 가고. 그래도 별로 외롭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인터넷에 접속하면 비슷한 오타쿠 친구들이 있었고, 전 그때부터 오타쿠들을 대상으로 소설을 쓰던 애였거든요.

어릴 때는, 삼국지 동인소설을 많이 썼어요. 일종의 팬픽(팬Fan과 픽션fiction의 합성어로 자신이 좋아하는 유명인이나 유명작품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인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삼국지의 뒷이야기를 상상해서 쓰는 거예요. 저는 삼국지로 BL을 썼어요(BL은 Boys love의 약자로 남성 동성애를 다룬 장르를 칭한다). 관우를 짝사랑하는 조조라든가 그런 조조를 짝사랑하는 하후돈, 제갈량을 사이에 둔 강유와 조운의 삼각관계, 이런 것을 쓴 거죠.

BL이랑 삼국지를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뻥 터질 텐데, 문제가 있어요. BL은 주로 여자들이 보거든요. 삼국지 좋아하는 여자도 별로 없고, BL 좋아하는 여자도 많지 않은데 삼국지와 BL을 동시에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뭐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을 쓰면, 그 중에 내가 좋아하는 것을 같이 좋아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좋아해주면 되는 거죠."

순도 100% 오타쿠. 무협지를 좋아해서 김용의 팬이기도 하고, 할리우드 영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슈퍼히어로물은 꼭 챙겨서 볼 정도로 슈퍼히어로에 열광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는 정통 순문학도이면서 사회문제에 민감한 사회주의자다. 이런 독특한 취향과 정체성이 '21세기형' 운동권 소설을 만들어 낸 것이다.

"무슨 일이야?"
"아… 화장실에서 좀비가 나왔어요."
"아."
껄껄 웃더니 장대리는 청소 아줌마들이 모두 교체되었다고 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났다. 시체들은 정말 일을 잘했다. 여자 좀비가 남자 화장실에 있어도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탈의실이건 여성휴게실이건 상관없었다. 그들은 시체였다. 그들에겐 충실하게 말을 따르게 할 숫자들이 머리에 붙어 있었고, 수갑이 손목에 붙어 있었고, 발찌가 발목에 붙어 있었다. 사람들은 한숨 놓았다. 좀비에게선 지독한 냄새가 났지만, 좀비가 지나간 자리에서도 냄새가 나지는 않았다. 좀비 둘이 엎드려서 느릿느릿 바닥을 닦고 있을 때, 승연은 또각또각 굽 소리를 내면서 그 옆을 태연히 지나갈 수 있게 되었다.
- 이서영 단편소설집 <악어의 맛> 중 <종의 기원>에서 발췌

2012년 10월에 온우주 출판사로부터 출간제안 메일이 왔다. 이규승 대표가 직접 보냈는데 장르문학 작가들의 단편소설집을 내고 싶어 출판사를 만들었으며, 환상문학웹진 <거울>에서 이서영씨의 단편소설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아 출간을 제안하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출판사와 작업을 해 2013년 7월에 드디어 첫 단행본 <악어의 맛>이 출간됐다.

트위터에서 모르는 사람들에게 '책을 샀다고, 그리고 잘 읽었다'고 멘션이 온다. 책 읽고 팬이 됐다며 사인을 해달라고 한다. 인터넷 검색을 하니 자신의 책이 나온다. 교보문고,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등 오프라인 서점에 가서 자신의 책이 놓인 곳을 기웃거린다. 책을 낸 사람만이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을 차근차근, 하지만 약간은 높은 톤으로 얘기하는 이서영 씨의 얼굴이 더 뽀얗게 보인다.

장르문학 형식에 순문학 주제의식 담은 '21세기형 운동권 소설'

이제 버젓이 자신의 첫 책을 낸 이서영씨. 도서관에서 주최하는 저자의 만남에서 독자들을 만나 사인을 해주고, 인터넷에 독자들의 서평이 올라오고, 서점에서는 그녀의 책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이서영씨는 한국문인협회에 등록이 되지 못한다. 이렇게 책을 내도 '등단'했다고 인정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학계의 풍토를 전혀 모르는 필자는 '등단제도'라는 생소하다 못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제도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장르문학은 별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인간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다루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무협지는 진지한 문학으로 생각하지 않는 거죠. 제 소설은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에 있어요. 한국에는 '등단제도'가 있거든요. 등단제 밖에 있는 작가들에 대해서, 작가로 수용하지 않는 전통(?)이 있어요. 일종의 라이센스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등단이 되면 한국문인협회에 등록이 되거든요. 등단했느냐 아니냐에 따라 원고 청탁받는 비중이 크게 차이가 납니다. 누군가의 추천을 받아서 저명한 문예지에 글이 실리거나, 권위를 인정받는 공모전에 당선되면 등단이 되는 거예요. 제가 쓴 단편 <종의 기원>이 황금가지 출판사의 좀비문학상 공모에서 최종심까지 올라갔다가 떨어졌는데요. 거기에 당선된다고 등단이 되는 건 아닌 거죠. 권위를 인정받지 못하니까요.

등단에도 차이가 있어요. 지방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하면 급이 떨어진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다시 등단을 해요. <조선일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다시 넣는 거죠. 나는 육두품이 아니라 성골이 되겠어, 하면서요. 그런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니 저도 등단 아직 안 한 거예요. 책도 냈는데 말이죠."

무슨 조선시대 신분제도 얘기를 듣는 것 같았다. 누구나 글을 써서 인터넷 공간에 공개할 수 있다. 매일 엄청난 양의 신간 서적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다보니 책을 낸다는 것이 무슨 대단한 일이 아닌 세상이다. 지금이 중세시대인가? 도대체 등단제도라는 이 시대착오적인 카스트제도에 대해 내가 상식을 가지고는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외국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든 등단제도에 대한 얘기는 계속 됐다.

"이런 얘기를 들었어요. 글쓰기 교실 비슷한 걸 무슨 절에서 크게 열어서 작가 몇 명을 초대했데요. 그 중에 엄청난 베스트셀러 작가인 A씨도 부른 거예요. 그런데 다른 작가들이 아무도 A씨에게 말을 안 걸더래요. 신문문예나 권위 있는 공모전 등을 통해 등단하지 않았으니 우리랑 같이 놀 급이 아니라는 거죠.

그래도 최근에는 문단 밖 작가를 발굴하려고 시도하는 분위기가 있긴 해요. B 작가가 있는데, 장르문학에서는 엄청 유명했거든요. 그런데 C 문예지가 이 작가를 '발굴'한 거죠. B씨가 '내가 글을 쓴지 7년째인데, C 문예지에서 날 신인소설가라고 한다'고 얘기하더라고요. 그렇다고 작가들이 이런 부조리한 등단제도에 대해 거부할 수도 없어요. 등단을 안 하면 자신이 등단을 거부한다는 목소리조차 들려줄 기회가 없거든요. 지면이 있어야 거부를 하겠다고 얘기하죠. 등단을 안 했으니 얘기할 지면이 없잖아요.

사람들이 등단제도의 문제는 인식하고 있어요. 하지만 견고해요. 일제시대부터 지금까지 쌓여온 퇴적물이 있는 제도거든요. 많은 문학청년들이 등단이 꿈이에요. 저도 만약에 누가 등단을 시켜주겠다면 '등단 필요 없는데요'라고 말 못할 거예요."

엄마한테 글을 쓰겠다며 예고에 가겠다고 졸랐을 때를 기억한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3분의 1정도라면, 예술적 태도에 대한 동경이 3분의 1,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수학공부를 하기 싫은 마음이 3분의 1 정도였다.
수학공부는 안 하고 10년 동안 꼬박 글을 쓴 결과 책을 한 권 내게 되었다.
엄마한테 책 내면 더없이 성공할 것처럼 사기를 쳐온 10년이었다. 이제부터 그 사기값을 갚아 나가야 하는데 그게 썩 쉬운 과정은 아닐 것 같다. 하고많은 딱지 중에 굳이 (약간은 폄하되는) '장르소설' 딱지를 달고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는데, 그나마도 (시대착오적인) '운동권 소설'이 주된 내용이다.
우리는 '아주 좋은 것'에게 '환상적'이라는 수사를 가져다 붙이곤 한다. 그러나 사실 모든 허구는 현재의 은유다. 환상성이 극대화될수록 현재가 자명해진다는 것을 수많은 환상들이 내게 알려줘왔다.
- 이서영 단편소설집 <악어의 맛> 중 '작가의 말'에서 발췌

"글이 안 나오면 만화책방에 가서 아무 '양판소'나 읽고 와요"

집회에 참가해 선전판을 들고 있는 '소설 쓰는 사회주의자' 이서영씨 ⓒ 이서영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에서 '21세기형' 운동권 소설을 창조하고 있는 이서영씨. 글 쓰는 사람은 마음의 피부가 굉장히 얇다고 얘기하며, 자신은 남들보다 굉장히 예민하고 섬세해서 자신이 창조한 주인공의 마음이 전해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무협지 쓰는 분들은 한 번에 3000명씩 등장인물을 순식간에 저세상으로 보내던데 자신은 그렇지 못하다며 웃는다. 소설가로서 자신의 책을 출간하고 싶은 이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저는 늘 해주는 답변이 있어요. 일단 쓰시고, 끝을 내시라. 소설을 쓰다가 자기가 생각한 만큼의 퀄리티가 안 나오는 거죠. 포기하고 다시 다른 걸 쓰고, 이것을 계속 반복하는 사람이 많아요. 내가 맘속에서 바라는 퀄리티는 원래 안 나오는 거예요. 엄청나게 높으니까요. 맘속에서는 누구나 다 베스트셀러 작가잖아요. 그러니까 일단은 글이 생각만큼 안 나와도 나중에 고친다고 생각하고, 진도를 뽑고 주인공을 설득하고 끌고 가고, 그래서 어떻게든 끝을 맺어 주는 것이 모든 것의 출발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끝까지 잘 안 나갈 때는, 자기가 생각하기에 나보다 못 쓰는 소설을 읽어보면 도움이 돼요. 무엇을 읽었는지 밝힐 수는 없지만(웃음), 저도 그렇게 하거든요. 좋은 글만 읽다보니 눈이 높아져서 못 쓰는 거거든요. 그냥 근처 만화책방에 가서 아무 양판소(양산형 판타지 소설)나 골라서 아무 문장이나 읽고 돌아와요. 그러면 '내가 이것보다는 잘 쓰지'하는 느낌으로 계속 쓸 수 있어요."

기상천외한 방법이다. 나보다 못 쓴 글 읽기. 필자도 지난 4월에 둘째가 태어난 이후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글쓰기 슬럼프에 빠졌는데 이 방법을 써야겠다. 누구의 책을 읽을 거냐고? 당연히 얘기 못 한다. 다만 이서영씨가 쓴 <악어의 맛>은 아니다. 이 책은 나의 슬럼프를 더 깊고 강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악어의 맛

이서영 지음,
온우주,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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