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터로 멀쩡한 소 다리 부러뜨려 죽였다"

축산농들은 왜 보험사기에 가담했나

등록 2013.12.03 12:22수정 2013.12.0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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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의 한 축산농가에서 기르는 한우 ⓒ 심규상


충남지역 축산농 대부분이 멀쩡한 소를 트랙터 등 장비를 이용해 다리를 부러뜨리는 방법으로 쓰러뜨린 뒤 병에 걸린 소로 둔갑시켜 보험금을 타온 것으로 드러났다. 마취주사를 놓아 순간적으로 소를 주저앉히는 방법도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관련기사 : 멀쩡한 소 쓰러뜨려 100억대 보험금 청구)

충남 당진과 예산 고덕 지역을 중심으로 수사하고 있는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최근 가축재해보험 업무를 담당했던 당진축협 전 직원과 현 직원을 각각 보험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멀쩡한 소라는 것을 알면서도 축산농들로부터 마리당 10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가량의 돈을 받고 질병이 걸린 것으로 위조해 가축재해보험금을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가축재해보험은 가축전염병을 제외한 질병 및 각종 사고로 사망 또는 긴급 도축된 가축에 대해 실거래가로 보상해주는 보험 상품이다. 소를 기준으로 마리당 10만 원을 납부(50% 국가지원, 3년 보장)하면, 질병 및 사고로 사망 시 약 300만 원 이상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에서만 보험금 부정수령액이 수백억 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10월 말 현재 충남지역에서 가축재해보험(NH농협손해보험)에 가입된 소는 2만8000여 마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가축재해보험에 가입하는 축산농가의 경제적인 부담을 줄여주려는 목적으로 매년 보험료의 50%를 지원(올해 지원예산 422억 원)하고 있다. 결국 국고로 지원되는 보험금이 줄줄 새고 있는 셈이다.

축협-낙협-수의사도 공모... "수사 전국 확대 예정"

경찰은 소를 키우는 축산농 대부분이 보험사기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충남 15개 시군뿐 아니라 전국으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트랙터를 이용해 멀쩡한 소의 다리를 부러뜨린 뒤 병에 걸린 소로 둔갑시켰다. 그리고 마취주사를 놓아 순간적으로 소를 주저앉히는 방법도 사용됐다.

경찰 관계자는 "수 년 동안 소를 키우는 사람들 대부분이 가담했기 때문에 신고하는 사람이 없는데다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죄의식을 느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 값 하락으로 축산 경영 환경이 어려워진데다 보험금 허위청구가 관행화되면서 농민들이 죄의식없이 불법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축협과 낙협(낙농업협동조합) 직원들과 수의사들의 공모도 한몫했다. 수의사들은 멀쩡한 소를 쓰러트리면서 허위진단서를 끊었다. 축산농들은 허위진단서와 매매계약서를 작성해 보험사(농협중앙회)에 제출했고 가입금액 한도 내에서 시세에 따른 보험금을 수령했다. 이들은 질병사로 둔갑된 소는 땅에 묻지 않고 도살해 매매했다. 받은 보험금은 조합의 담당직원과 축산농민, 수의사들이 나눠 가졌다.

경찰 관계자는 "농협중앙회로부터 관련 자료를 모두 넘겨받았다"며 "축산농민들에 대해서는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고 축협, 낙협 관계자에 대해서는 가담 정도에 따라 구속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도의 가축재해보험 업무 담당 공무원은 "아직 보험사기가 있다는 얘기는 전해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축산재해보험 #보험사기 #축협 #낙협 #충남도경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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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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