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님, 팥죽에 입천장 데어 보셨습니까

박근혜 정부 1년을 지켜보며 드리는 고언

등록 2014.01.14 09:54수정 2014.01.1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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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있지 않으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지 1년을 맞게 된다. 대선 과정에서 복지와 경제 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웠던 박근혜 후보를 보면서 내심 서민들의 고통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자본계급과 권력층의 이익 추구에만 매달린 이명박 대통령보다는 더 낫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진 국민들이 많았다. 또한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니만큼 국정에 임하는 자세도 더 부드럽고 온화하지 않겠는가 하는 일말의 희망도 걸어 보았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1년을 지나면서 그 모든 기대와 희망은 송두리째 무너지고 '이명박 정부 6년 차'라는 쓴웃음을 짓게 만드는 말까지 들린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후 보란 듯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1980년대 말 이후 그동안 우리 사회에 착실히 쌓아올린 민주화의 성과를 이명박 정부보다 더 빠르게 훼손하고 있다.

지난 1년을 돌이켜보자. 박근혜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이라는 꼬리표가 달렸는데 정부의 정통성이 내걸린 위중한 사안임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1년 내내 정쟁의 중심에 있었다. 오히려 국정원뿐만 아니라 국방부 등 중요 국가 기관들도 대선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지난 대선은 총체적 부정 선거가 아니냐는 국민적 불신으로 이어졌다. 그런데도 특검을 주장하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당초 대선 전 약속했던 기초연금 2배 인상, 4대 중증질환의 국가 전액 부담, 무상 보육과 반값 등록금 등 복지공약은 줄줄이 후퇴했고, 보편적 복지를 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 부자 증세에 이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이유로 취득세 영구 인하를 추진하여 연간 지방세수가 2조4000억 원 줄어드는데 기여하고 있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여 부자들의 어깨를 가볍게 하고 있다.

노동 정책을 보더라도 박근혜 정부는 노동자를 마치 타도할 대상으로 여기는 듯하다. 전교조를 무리하게 법외노조화 시키려고 시도한 점이나 이제껏 한 번도 공권력 투입이 없었다던 민주노총 사무실을 경찰이 강제 진입하여 철도 노조 간부들을 체포하려고 들었던 일, 철도 노조의 파업 기간 중에 대화나 타협을 시도하기보다는 처음부터 노조를 무력화시킬 태세를 보여 파업의 장기화를 가져온 점 등을 보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철도 노조의 파업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박근혜 정부의 지난 1년간 행보를 보면 자신들의 정책 방향과 맞지 않은 어떤 집단에 대해서도 접점을 모색하는 대신 일절 귀를 막고 정부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것에만 관심을 기울여왔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를 떠올릴 때 '불통'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음에도 오히려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은 '원칙대로 하는 게 불통이라고 한다면 자랑스러운 불통'이라는 말을 남겨 듣는 사람들을 뜨악하게 만들었다.

철도노조의 파업 사태는 일단락되었지만 그로 촉발된 민영화 논란은 해를 넘어 의료 분야에서 재 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보건의료서비스 투자활성화 대책'에서 비영리 의료법인의 자법인 설립 허용과 원격 진료 도입, 법인 약국 허용 등의 방안을 내놓았는데 정부 측의 부인에도 많은 의료인들과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민영화로 가는 전 단계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정부가 수도, 전기 등 여타 다른 공공재도 점차 민영화 시키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국민들의 불안은 점점 가중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실정이 계속 되고 있음에도 지상파 방송을 비롯한 종편 매체들과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 신문들은 정부에 대한 견제는커녕 마치 국영 매체를 방불케 하는 행태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데 여념이 없었다. 정부에 불리한 사건이 터지면 여지없이 축소 보도하거나 외면했고, 북한 관련 뉴스를 톱으로 내세워 국민들의 안보 심리를 자극하였다. 지난 8월에는 국정원 사태에 분노한 5만 여명의 시민들이 서울광장으로 모여들어 촛불을 들었음에도 지상파 방송을 포함한 주류 언론들은 애써 외면하고 기사화 하지 않는 행태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의 지난 1년은 시류를 조금이라도 읽을 수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우려와 분노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이 정부는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이명박 정부 때처럼 일방통행식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 신년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불법으로 막 떼를 쓰면 적당히 받아들이곤 했는데 이런 비정상적 관행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소통이 안돼서 그렇다'고 말하는 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은 앞으로도 국민과 소통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와 여당은 이런 식으로 임기 5년을 끝까지 갈 수 있다고 믿는 걸까? 지난 1년 동안 아니 이명박 정부까지 포함해서 6년간 야당과 시민들에게 발목 잡힐 일들이 무수히 많았지만 다 무지르고 유유히 빠져 나갔듯이 나머지 4년도 그렇게 자신들의 뜻대로 국정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하는가?

지난 1987년을 떠올려보자. 당시는 전두환의 신군부가 광주를 총칼로 진압하고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과 시민들을 폭력과 고문으로 대응하던 군부독재 시절이었다. 전두환의 집권 기간 내내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뛰어나와 최루탄을 맞아가며 때로는 분신과 투신으로 민주화를 요구하였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러나 그의 집권 말기에 성난 국민들의 민주화 열기가 폭발하는 6월 항쟁이 일어나자 체재의 위기를 느낀 전두환은 6·29 선언으로 항복하고 만다.

한 순간에 현 정부를 뒤흔들만한 위협적인 시민 사회의 움직임은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차츰차츰 국민들의 분노는 계속 쌓여가고 있다는 사실을 이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의 인터뷰에서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지금의 민심을 팥죽에 비유한 바 있다. 표면은 별로 뜨겁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속은 아주 뜨거워서 입천장이 데이기 십상인 팥죽처럼 지금 나타나는 여론이 정권에 그리 위협적이지 않아 보인다고 속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난 정권에서는 4대강 사업을 비롯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종합편성채널 신설 등 야당을 비롯한 많은 국민의 반대에도 그냥 밀어붙여서 정부의 뜻대로 다 관철시킨 바가 있다. 박근혜 정부가 이걸 보고 그대로 따라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지난 이명박 정권은 탈 없이 지나갔을지는 몰라도 그 피로감은 이 정권에서 계속 누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피로도가 쌓인 다리는 언젠가는 무너지고, 부글부글 끓는 물에 압력을 가하면 폭발하기 마련이다.

지난 대선에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들 중에도 이왕에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으니 이 나라를 잘 운영해 주기를 바라는 국민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기대는 1년 여 만에 실망으로 되돌아왔다. 정부가 이대로 4년을 계속 가겠다고 생각한다면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 제발 불통을 벗어나서 국민들에게 귀를 열라. 또한 통치가 아니라 대화와 타협이 기초가 된 정치를 하라. 그것이 뜨거워진 민심을 식히는 길이자 박근혜 정부가 살 길이다.
#박근혜 정부 #이명박 정부 6년차 #박근혜 정부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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