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시대, 묵념에서 깨어나라

스마트폰 중독으로 잃어버린 소중함을 되찾을 시간

등록 2014.05.06 11:15수정 2014.05.0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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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대화]에 대한 묵념
잃어버린 [가족]에 대한 묵념
잃어버린 [열정]에 대한 묵념
잃어버린 [관심]에 대한 묵념
스마트폰으로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묵념
고개를 들면 소중한 사람, 소중한 순간들이 당신 곁에 있습니다.


위 글은 "스마트폰 중독 묵념"이란 제목의 공익광고에 등장하는 문구이다. 스마트폰은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활발하게 하는 일등공신이다. 그런 SNS를 풍자하는 광고에선 이를 'S:서로가, N:남남이 되게 하는, S:서비스'로 새롭게 명명하기도 한다. 그들은 왜 우리가 공간적 제약을 넘어 소통하게 해주는 도구인 소셜 미디어를 비판하고 나선 것일까?

우리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와 같은 SNS를 통해 맛있는 음식과 행복한 기억만을 드러내며 자신을 남들에게 과시한다. 그러한 욕구는 자신을 허울뿐인 명품으로 포장하고, 자아정체성에 혼란을 야기하며 서서히 거짓 자아를 형성하게 만든다. 이러한 흐름은 우리의 행동이나 사고에 있어 자유롭고 능동적인 자아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엄청난 악영향을 미친다.

뿐만 아니라 가상공간에 갇힌 우리는 현실에선 관계의 확장이 아닌 결핍을 부르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가상공간과 거짓된 자아에 대한 집착이 타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조차 무감각해지게 조장하기 때문이다. 이는 요즘 사회에 접어들수록 점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실제 일본에서 한 남자가 지하철 철로에 떨어져 소리를 지르며 도움을 요청하였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이 있었고 그들의 손길은 바빠졌다. 그 상황을 도와주는 손길이 아닌 촬영하고 널리 퍼트리려는 손길로 말이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사진기사는 남자의 끔찍한 최후를 촬영하였고, 그 사진을 널리 퍼뜨렸다.

그 사진으로 인해 도움을 청하는 외침을 외면했단 이유로 큰 비난을 받은 그는 억울한 듯 이렇게 말했다. "그 곳에 있는 모두가 나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그곳에 있던 수많은 사람이 바로 앞에서 펼쳐지는 생명의 위급한 상황을 그저 폰을 들고 기록하는 데만 집중한 채 방관한 것이다. 이렇게 타인에 대한 무관심은 점점 우리의 일상을 파고들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이미 SNS가 일상에 깊이 침투한 시대에 디지털과의 로그아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만연하다. 그러나 기술과의 단절을 선언하며 우리에게 그 가능성을 증명해낸 가족이 있다. 바로<로그아웃에 도전한 우리의 겨울>의 저자 수잔 모사트의 가족이다.

저자는 컴퓨터와 폰에만 매달려있는 아이들을 바꾸기 위해 아이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가족들을 6개월간 디지털 기술과 단절하게 한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엄마인 수잔은 디지털 소음을 벗어나 종이에 깊은 사유를 담은 칼럼을 쓰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책과 음악을 함께 하며 집중력과 논리적인 능력을 키워나갔다. 수잔은 그 시간을 구성원을 한 가족으로 결합시키고 개인으로서 더 높고 넓게 나아갈 수 있게 한 선물이라 말하였다.

타인과의 진정한 연결 가능성은 우리의 본능에도 있다. <공감의 시대>에서 저자 리프킨은 "우리는 서로에게 공감하며 서로에게 위로받고자 프로그램 된 존재이며, 그것을 도와주는 원리가 인간의 본성인 공감의 유전자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른 아이가 울면 따라 우는 아기처럼 다른 사람의 느낌을 자신의 느낌으로 받아들이고, 서로에게 공감하는 이유 역시 공감의 유전자가 우리의 본능에 있기 때문이라며 근거를 밝혔다.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서로의 마음을 교감하고 나눈다는 점에서 우리의 '정(情)', '동고동락(同苦同樂)'과 통하게 된다. 우리의 뿌리인 단군신화의 '단(檀)'조차 남에게 베푸는 마음을 뜻하는데 그 마음이 어딜 가겠는가. 사라진 '우리' 되찾기는 아직 늦지 않았다.

우리는 현실에서 스스로를 타인의 시선 속에 가두고 오랜 시간 거짓되고 불쌍한 삶에 자신을 내던지며 살아왔다. 그러나 아직도 공감의 유전자는 모두의 안에 살아있다. 또한 우리는 진정으로 누군가의 고통에 공감할 때 그 고통의 원인을 없애는 일에 동참할 수 있는 존재이다. 1)이제 가면을 벗고 눈을 뜨면, 기록할 수 없는 소중한 순간, 소중한 사람들이 내 옆에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서로를 마주할 때 손에는 기계가 아닌 온기 가득한 타인의 손을 쥐어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에 대한 묵념을 깨고 고개 들어 상대와 시선을 맞추어야 된다. 비로소 두 손과 두 눈이 온전히 서로에게 닿을 때, 그렇게 우리의 진정한 응답은 이루어질 것이다.

1)『공감의 진화(2012)』,폴 에얼릭, 역 고기탁, 에이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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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공감의 진화(2012)』,폴 에얼릭, 역 고기탁, 에이도스
-『과잉 연결시대(2011)』,윌리엄 데이비도우, 역 김동규, 수이북스
-『로그아웃에 도전한 우리의 겨울(2012)』, 수잔 모샤트, 역 안진환/박아람, 민음인
-위니코트의 감정의 위장술 참고
-2013년 공익광고제 대상수상작 "스마트폰 중독 묵념"
#스마트폰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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