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짜장면'에 침튀기는 당신, 그만하시라

['고기 킬러' 채식 전도사 되다 16] 채식을 제대로 잘하는 비결

등록 2014.05.18 20:27수정 2014.05.18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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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고기를 아주 좋아했고, 먹는 것에 대해 어떤 '관점'도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밥상 위의 동물을 한낱 '고기 조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동물은 물론 인간, 지구를 심각하게 해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연재기사에서 저는 채식주의만이 옳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고기를 먹기 전 꼭 생각해봐야 할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고민하면서 자기만의 관점을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 기자 말

우리는 살면서 이런저런 잘못을 한다. 직장 업무에서 실수를 하고, 부모님께 불효를 저지르기도 하며, 중요한 시험을 망치기도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하는가? 회사에 사표를 내고, 앞으로 효도할 생각은 완전히 접고, 다른 시험마저 포기하는가?


그렇지 않다. 우리는 그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안다. 그래서 지난 일을 교훈삼아 더 잘하기로 다짐한다. 그런데 채식에 관한 문제로 넘어가면 합리적 사고가 마비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채식주의자는 절대로 고기를 먹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완벽을 기하는 마음가짐과 노력 자체는 나무랄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런 생각이 '강박'이 되어 일을 그르친다는 것이다. 

'완벽에 대한 강박'의 함정

채식을 시작한 후 간혹 고기를 먹는 실수를 할 수 있다. 먹고 싶은 걸 참다못해 먹을 수도 있지만,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먹는 경우도 있다. 어떤 이유로 먹었든, 고기를 먹었다는 사실에 의욕을 상실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수를 반복하다가 결국 채식을 포기하는 경우도 본다. '실수'를 '실패'로 간주하는 것이다.

이런 행동은 "완벽하지 못할 바에는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는 생각에 기인한다. 중간의 실천은 무의미하다고 여기는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애초에 동물의 고통과 희생에 일조하지 않으려고 채식을 결심했다면, 그 목적에 충실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완벽의 기대치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과 희생의 총량을 줄이는 것이다. 간혹 실수를 해도 최선을 다한다면 중도에 관두는 것보다 훨씬 많은 동물을 구할 수 있다.

채식주의는 어떤 '자격증'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기대에 못 미쳤다고 실망하고 그만둘 이유는 없다. 유기견을 입양하는 사람에게 "왜 세상의 유기견을 전부 입양하지 않느냐"고 비난하는 사람은 없다. 채식주의가 '동물의 고통을 줄이는 평생의 마음가짐과 실천'이라고 생각해보자.

완벽에 대한 강박은 타인을 향한 잣대가 되기도 한다. 채식주의자로 알려진 한 여성 탤런트가 몇 년 전 방송에서 고기를 먹는 장면(연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때문에 한바탕 곤욕을 치른 일이 있었다. 당시 그녀에게 배신감을 느꼈다며 '위선자'라고 비난하는 채식주의자들이 많았다.  

얼마 전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가수 이효리의 '짜장면 먹방 사진'에 대한 반응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눈에 띄었다. 짜장면에 들어가는 돼지고기를 지적하면서, 사진 속의 짜장면이 채식 짜장면이 아니라면 그녀가 정말로 채식을 하는 건지 신뢰할 수 없다고 말하는 채식주의자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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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서울구경 잘하고~~ 먹고싶었던 짜장면 흡입하고 다시 내려갑니다"라는 글과 함께 이효리의 트위터에 게시된 사진. ⓒ 이효리 트위터


연예인에게 채식 선언은 현실적인 이익을 일부 포기하는 것이다. 고기와 관련된 제품의 광고모델이 되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채식주의자는 그런 연예인을 누구보다 지지하고 변호해야 할 '동지'다. 그런데 "제대로 하는지 두고 보겠다"는 눈초리로 감시하는 이유는 왜일까? 왜 실수를 덮어주고 포용하지 못하는 걸까?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진다면 어느 누가 채식주의를 선언할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이런 분위기는 채식주의를 대중으로부터 고립시켜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 뿐이다. 그러면서 채식 제품이나 음식점이 부족하다고 불평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고기를 참기 힘들다면?

대다수의 채식주의자들이 채식이 습관으로 자리 잡으면서 고기의 맛과 냄새를 멀리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때때로 고기를 먹고 싶은 욕구를 참기 힘들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채식주의의 철학적 기초를 세운 실천윤리학자 피터 싱어의 권고를 소개한다.

싱어는 <죽음의 밥상>(피터 싱어, 짐 메이슨 저·함규진 역·산책자)에서 '파리는 예외'라는 원칙을 제시한다. 이것은 파리의 레스토랑에서 식사할 행운을 얻는다면 무엇이든 먹기로 정한 어느 채식주의자 여성의 원칙이다. 다시 말해서, 고급 레스토랑에 가는 흔치 않은 기회가 생기면 고기도 먹겠다는 것이다.

물론 그녀의 행동은 동물의 고통보다 자신의 입맛을 앞세운 것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약간의 향락은 적정한 수준에서 통제되기만 한다면, 신념을 완전히 저버리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석 달에 한번 꼴로 육식을 허용하는 이런 행동으로 채식주의에 보다 장기적으로 충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베이컨 튀기는 냄새에 못 이겨 채식주의를 완전히 포기해 버린 주위의 채식주의자들보다 자신의 선택이 현명하다고 믿는다.

물론 융통성만 강조할 수는 없다. 원칙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에서 채식주의 보급에 앞장서는 의학박사 겸 영양학자인 존 맥두걸 박사의 권고를 소개한다.

"여러분이 한 달에 한두 번 닭고기를 먹는다고 해서 건강에 이상이 생기진 않을 겁니다. 문제는 명확한 기준 없이 허용하기 시작하면 통제할 수 없다는 거죠. 가령 닭고기를 한 달에 한 번씩 먹다보면, 언젠가는 그 간격이 매주 한 번으로 좁혀지게 될 겁니다. 그러다가 결국 매일 먹는 날이 오겠죠. 분명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채식은 종교가 아니라 인생을 바꾸는 식단이라는 걸 기억하세요."

채식주의자 역시 일상을 살아가는 생활인으로서 갖가지 상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필요한 경우 유연성을 발휘하되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자. 핵심은 동물의 고통과 희생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누구든 넘어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 이것을 기억한다면 당신에게는 점점 더 좋아질 일만 남았다.
#채식주의 #완벽에 대한 강박 #모 아니면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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