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무트 슈미트는 총리직 걸었다
꾸짖는 리더십 더는 안 통해"

[위험사회 말하다-3] 김택환 경기대 언론미디어학부 교수(전 중앙일보 기자)①

등록 2014.05.16 17:02수정 2014.05.1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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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한달여가 됩니다. 시민들의 슬픔과 안타까움, 분노의 감정도 여전합니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우리를 '괴물'로 만들었을까요. <오마이뉴스>는 김수행, 홍성태, 김택환 등 3인의 교수를 만났습니다. 우리사회를 되짚어보기 위해서입니다. 천박한 한국식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부재, 무능한 정부의 리더십을 고민해보고, 대안을 생각해봅니다. 마지막으로 김택환 경기대 언론미디어학부 교수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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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환 경기대 교수. ⓒ 권우성


"음… 난 말이예요. '대통령님, 지금 당장 (진도로) 내려가십쇼'라고 했을거예요."

그가 곧장 운을 뗐다. 그에게 '만약 김 교수께서 대통령 참모였다면 무슨 말을 먼저 했겠는가'라고 물을 때였다. 김택환 경기대 교수(언론미디어학과). 그의 말이 이어진다.

"아마 박근혜 대통령이 사고 당일 곧바로 내려가서 유족들 손잡고, 함께 울면서 현장에서 지휘했더라면…"이라며 말끝을 맺지 못했다. 그는 못내 아쉬워 했다. 김 교수는 "예전 한나라당 시절에 여의도 천막당사까지 쳤던 분 아닌가"라며 "진도에선 왜 못 하나, 사고 그날부터 이틀이든, 사흘이든, 열흘이든 천막 치고 현장에 있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와의 인터뷰 시간은 1시간을 넘어섰다. 김택환 교수는 스스로 전형적인 보수 우파라고 말한다. 티케이(TK, 대구 경북)출신으로 <중앙일보>에서 오랫동안 미디어 전문기자로 활동했다. 이른바 잘나가던 '조중동' 중견 기자였던 그는 요즘 진보와 보수를 넘나든다. 특히 지난해 국내서 한창 불었던 '독일배우기' 열풍의 중심에 그가 있었다.

독일에서 정치와 언론학 박사까지 마친 그는 30여 년동안 독일의 정치·경제·사회 등을 경험하고 글로 써왔다. 올해 초 낸 <넥스트 리더십>(메디치)에서 그는 "독일 총리는 왜 뛰어나고 한국 대통령은 무엇이 부족한가"라고 묻는다. 작년부터 낸 이른바 넥스트 시리즈의 세번째 책에서 그는 "제왕적이고 소통하지 않은 리더십으로는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한 그와의 인터뷰는 저녁까지 계속됐다. 자리를 옮겨 소주잔을 곁들이면서 그는 토로했다. "이번에는 정말 국민들이 용기를 내야한다"고 했다. 이어 "이번 희생을 절대로 헛되게 해선 안된다"면서 "깊이 슬퍼하고, 크게 분노하면서도 국민들이 이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언론 이미 죽었다...이미 우린 폭탄을 안고 살아왔다"


- 세월호 사건 소식을 듣고 처음에 무슨 생각이 드셨는지.
"처음에 '전원구조'라고 했잖아요. 그렇게 믿었지. 잠깐이라도 안도했죠.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알고는 정말…막막하더군요."

- 이번에 언론에 대한 불신도 어느 때보다 컸어요.
"(고개를 흔들며) 이미 한국 언론은 죽은 거나 다름없어요. 처음에 그 대형오보가 비극의 시작이었잖아요. 이번에 다 드러났어요. 우리 언론부터 기업·관료·정치인 등 바닥을 봤잖아요. 총체적인 부실을 말이죠."

그는 "이제껏 우리가 크게 성장해왔다고 자부해왔지만 얼마나 천박하고 위험한 사회에 살아왔는지 여실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 기자의 스마트폰이 자꾸 '삐리릭~' 소리를 냈다. 휴대폰 꺼두는 것을 깜박 잊었다. 스마트폰 화면에는 또 다른 사고 속보가 쏟아지고 있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추돌사고였다. 그의 말이 계속됐다.

"지하철 사고죠? 나도 오면서 잠깐 기사 제목만 봤는데…. 우리가 그동안 많은 사고를 겪어왔잖아요. 계속 반복되고 있어요. 정말 우리 사회를 구조적으로 되돌아야 봐야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오로지 우리 시스템이 탐욕과 욕망을 부추긴 나머지 사람을 등한시 하지 않았는지. 그러면서 계속 터지고 있죠. 지금도 우리는 그런 폭탄을 안고 살고 있어요."

"관피아 개혁? 고시 폐지하고, 지역할당제로 공무원 뽑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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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환 경기대 교수. ⓒ 권우성


- 청해진 해운을 비롯한 회사와 유씨 일가의 비리 등이 나오고 있지만, 아무래도 사고 초기 선장을 비롯해 선원들의 행동은 정말 두고 두고 아쉽기도 하고.
"벌을 받게 되겠죠. '살인죄 기소' 이야기까지 나오던데… . 근데 정말 그 사람들도 처음에 항해사, 선장이 됐을 때 마음이 어땠을까. 지금이야 자기 아들, 딸 자식 같은 아이들 내팽개치고 나온 파렴치한 사람으로 낙인이 찍혔지만… . 우리가 그런 사람을 만든거죠."

- 우리가 만들었다?
"그래요. 큰 배의 선장으로서 가져야 할 직업윤리, 소명의식을 찾아볼 수가 없잖아요.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무슨 일을 하고있는지, 정말 자부심이 있었다면 과연 그럴 수 있었을까. 우리가 잘 모르지만 곳곳에 '청해진해운' 같은 기업들이 많을 거예요. 그들이 혼자 컸겠어요."

- 그래서 관료개혁, 이른바 '관피아'를 없애자고 언론들이 쓰고 있는데.
"(곧장) 그래요. 이번에도 관료들과의 유착과 부패 나왔죠. 사고 수습과정에서의 무능도 드러났고. 관료 부패, 정말 매번 나오는 이야기죠. 정권 바뀔 때마다, 재벌과 함께 나온 것이 공무원 부패 척결이잖아요. 그런데 제대로 된 적 있어요?"

- 제대로 되지 않았으니 개혁을 하자는 것 아닌가 하는데.
"그동안 해오던 방식으로 (관료) 개혁은 되지 않는다고 봐요. 실제로 되지도 않았구요. 한 국가의 관료는 정말 국가관, 애국심, 소명의식 등 다 중요하죠. 우리사회에서의 관료사회는 하나의 거대한 카르텔 구조예요. 수 십년 동안 그렇게 해왔어요. 쉽게 깨지지 않죠."

기자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김 교수는 대뜸 "현재의 고시제도를 없애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 공무원 연금제도 역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독일의 예를 들었다. 독일처럼 중앙공무원을 뽑을 때 철저히 지역균형 할당제로 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부정과 부패에 연루된 공무원에게는 연금을 아예 박탈해야 한다고 했다. 그의 목소리 톤은 어느새 올라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연금에 공무원과 군인, 교사 등이 있죠. 적자를 국민세금이 메워가며 이 사람들 노후를 보장해 주는 셈인데, 이게 과거 권위주의적 발상에서 나온 거에요. 독일은 가장 먼저 연금 혜택을 준 계층이 노동자에요. 그것도 보수정권이 나서서 말이죠."

"헬무트 슈미트는 루프트한자 납치사건 때 총리직 걸었다"

- 박 대통령의 사과를 두고도 말들이 많습니다.
"(물을 마시며) 정말 안타깝죠. 결국 이 나라 국정의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 아니에요? 대통령 자신의 인식도 인식이지만, 주변에 보좌하는 참모진도 문제가 많다고 봐요."

- 그런 참모진을 뽑은 사람도 대통령 자신인데요.
"그렇죠. 그러니까 자신이 책임질 수밖에. 지난 2002년인가 독일에서 대홍수가 났어요. 그때 슈뢰더 총리는 곧장 헬기 타고 현장으로 내려갔어요. 거기서 천막치고 사고 수습을 진두 지휘했어요. 그게 당연해요."

- 박 대통령의 진도 방문이나 이후 유가족과의 만남을 두고도 아쉬운 게 많은데요.
"또 있어요. 다들 아시겠지만 1977년에 독일 루프트한자 여객기가 아랍 테러리스트에게 납치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죠. 그때 헬무트 슈미트 총리가 곧장 벙커로 들어가 작전을 지휘해요. 민간인 한 명이라도 피해 없도록 특공대를 파견해서 진압해요. 그때 슈미트 총리는 국민들에게 '총리직을 걸었다'고 할 정도로 뛰었어요."

김 교수는 "국가 재난 앞에서 국민 모두가 한 몸이 돼서 이겨나가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선 리더를 믿고 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더이상 명령하고 꾸짖는 리더십으로는 국민을 이끌어 갈 수가 없다"고도 했다. 그의 말을 좀더 옮겨본다.

"이번에도 대통령이 사고 당일에 내려갔어야죠. 정 총리가 해외에서 돌아와서 (진도로) 갔다고는 했지만 무얼 했나요? 대통령이 아마 현장에서 천막 치고, 유가족들 손 잡고 함께 울고 지휘했으면 어떠했을까요? 그 자리에서 유가족과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실종자 수습 다그쳤으면 어떠했을까요? 서울에 올라와서도 정부 분향소 말고, 안산 분향소에 가서 머리 숙이고 다시 국민들 위로했으면 어떠했을까요?"

그는 기자에게 계속 물었다. 기자는 답을 할 수 없었다. 그는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국민을 섬기는 리더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 김 교수는 "어차피 이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면서 "그것이 이번 희생자들에 대한 살아있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했다. 그와의 이야기는 장소를 달리하면서 계속됐다.

☞ [바로가기] 두 번째 인터뷰 "경제민주화를 넘어 경영민주화로 가야" 이어집니다.

#위험사회 #김택환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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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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