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위기수습 해야
국정초기 레임덕 줄여"

[위험사회 말하다-3] 김택환 경기대교수(전 중앙일보 기자) ②

등록 2014.05.16 17:03수정 2014.05.16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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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한달여가 됩니다. 시민들의 슬픔과 안타까움, 분노의 감정도 여전합니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우리를 '괴물'로 만들었을까요. <오마이뉴스>는 김수행, 홍성태, 김택환 등 3인의 교수를 만났습니다. 우리사회를 되짚어보기 위해서입니다. 천박한 한국식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부재, 무능한 정부의 리더십을 고민해보고, 대안을 생각해봅니다. 마지막으로 김택환 경기대 언론미디어학부 교수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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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환 경기대 교수 ⓒ 남소연


그와 조용히 소주잔을 기울였다. 김택환 교수와 다시 마주 앉은 곳은 서울 중구의 조그만 선술집이었다. 음식맛이 좋기로 알려진 곳이었지만 한산했다. 10여 개의 테이블이 놓인 방 한켠에 손님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는 "아무래도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는..."이라며 자리를 잡았다.

그 역시 아들을 둔 아버지다. 해외 유학과 기자 생활로 인해 그의 아들 역시 외국에서 학교를 마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역시 다른 아버지처럼 아들에 대한 고민도 없지 않았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그의 가족에게도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했다고 했다. 가족간의 소통과 이해, 그리고 소중함에 대해서였다. 김 교수는 "아마 우리 국민들 대부분이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 정말 많은 국민이 힘들어하는 것 같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럴 수밖에 없어요. 상상이나 했겠어요. 나도 그렇지만, 다들 슬픔이 깊은 것 같습니다. 우리가 그런 슬픔을 내보이고 서로 위로를 해줘야 해요. 그리고 또 분노도 크게 해야지."

- 얼마 전 청와대 게시판에 대통령 책임을 묻는 글이 올라오면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어요.
"이제 국민들이 용기를 내야 해요. 이번 희생이 헛되지 않으려면 더 그래야죠. 그 용기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겠지요. 대중들이 모이는 집회의 모습이 될 수도 있고, 선거와 같은 정치적 행위도 있고... 분명한 것은 이번 비극을 초래하고, 방조한 세력에 대한 책임을 묻는 용기가 필요한 거예요."

"국민들이 용기를 내야...새로운 국민운동이 필요"

그는 "우선 국민이 납득할 만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그에 따른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와 함께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사회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개혁의 요구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과연 이런 국민의 요구를 얼마나 수용할수 있을까. 김 교수는 "개혁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거대한 국민적 저항과 함께 우리 사회는 또 한 번 침몰하고 말것"이라고 강조했다.


- 일부에선 이번 사고를 계기로 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데요.
"그렇게 볼 수 있어요. 사고 수습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한 행태뿐 아니라 지도층 인사들의 리더십도 바닥을 보였잖아요. 지도자가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리면 어떻게 되겠어요. (박 대통령도) 정말 절체절명의 심정으로 위기를 수습해야 돼요. 그것이 국정 초기 레임덕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방법이에요."

- 지금 박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일까요.
"조금 전에 말한대로 '절체절명'의 간절함과 진정성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여야죠. 나라와 국민을 살리겠다는 소명과 책임감을 보여줘야죠. 우선 총리 등 내각과 청와대 인사들부터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해야죠. 국민들의 개혁 요구를 실천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인사들로 (내각과 청와대 조직이) 구성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경제민주화를 넘어 경영민주화로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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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환 경기대 교수. ⓒ 권우성


그러면서 그는 "이제는 경제민주화를 넘어 경영민주화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12년 대선 때 경제민주화를 외쳤다면 이번엔 경영민주화를 외쳐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경제민주화 공약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파기되는 마당에 경영민주화가 과연 가능할까. 김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경영민주화는 어찌보면 경제민주화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좀 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개혁 방안이에요. 노동자가 회사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줘야 해요. 독일의 노사공동결정제도가 대표적이죠. 아예 법으로 규정해놨어요. 이렇게 되면 회사 구성원 스스로 주인의식이 생기고, 책임감도 커집니다."

독일은 이미 법으로 기업의 이사회에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 기업의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이사회에서 노사 양쪽이 절반씩 참여한다. 경영진의 독단이나 전횡을 견제할 수있는 구조인 셈이다.

김 교수는 "최근 KBS 보도국장 사퇴로 또 불거진 방송의 독립성 문제도 마찬가지"라며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노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민주적인 방식이 정착돼 있으면 해결될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와의 인터뷰는 애초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겼다. 반주를 곁들인 식사자리에서도 우리의 이야기는 세월호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는 "공동체"라는 단어를 자주 썼다. 예전부터 내려온 우리의 공동체 문화와 정신을 되살려야한다는 것이었다. 안타까운 희생이 헛되지 않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라면서 말이다. 그렇게 그와의 인터뷰는 마무리되고 있었다.

[인터뷰①] "헬무트 슈미트는 총리직을 걸었다. 꾸짖는 리더십은 더이상 안 통해" 바로가기
#김택환 #위험사회 #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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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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