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육감 후보의 '부끄러운 과거'

[取중眞담] 오광록 세종시 교육감 후보의 이상한 선거운동

등록 2014.05.26 17:11수정 2014.05.2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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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6.4 지방선거가 9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10여 년이 넘게 선거 취재를 해오면서 가끔 취재기자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자신의 역량 부족은 깨닫지 못하고 함부로 '국민'을 운운하거나, 자신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고, 경쟁자에게는 포청천이 되는 이중인격의 후보를 만날 때면, 취재기자로서 그들의 기사를 작성하는 게 참 부끄럽습니다. 독자들이 이런 수준 이하의 후보 기사도 쓰냐고 욕하지는 않을까 하는 심정입니다.

세종시 교육감에 출마한 오광록 후보는 자신의 선거공보물에 자신의 과거와 경쟁자인 최교진 후보의 과거를 부각했습니다. 오 후보는 홍보물에 자신은 전 대전교육감으로 표기하고, 최 후보는 전 전교조충남지부장으로 표기한 뒤 '전교조를 뽑으시겠습니까?'라고 묻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념과잉 교육은 절대 안 됩니다!"라고 적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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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록 세종시 교육감 후보의 공보물. 경쟁자인 최교진 후보의 경력인 전교조충남지부장을 부각시켜 이념공세를 하면서 자신은 불법선거운동으로 당선이 무효됐던 '대전시교육감' 경력을 부각시켜 놓았다. 당연히 당선무효형을 받았다는 표기는 어디에도 없다. ⓒ 장재완


그리고 그 밑에는 임기 중 사망한 고 신정균 전 세종시 교육감의 유언을 소개했습니다. 고 신 전 교육감이 죽기 전에 "절대 전교조교육감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신 전 교육감의 부인과 신 교육감의 비서가 도장을 찍어 보장하고 있습니다. 죽은 사람 유언장을 이용해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에 경의를 표합니다.

오 후보의 전직은 '대전시교육감'이고, 최 후보의 전직은 '전교조충남지부장'입니다. 언뜻 보면 교육감과 전교조 지부장의 대결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잘 따져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왜 '대전교육감' 출신이 '세종시 교육감' 선거에 나서게 됐는지 말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전직을 가진 후보라면 인지도에서도 유리하고 조직력도 이미 갖추고 있기 때문에 지역구를 옮기지 않습니다.

오광록 후보가 말하지 않은 '과거'

오 후보는 지난 2004년 말 치러진 대전시교육감 선거에서 당선했습니다. 당시는 교육감선거가 직선이 아닌, 학교운영위원 등이 뽑는 간선이었습니다. 그런데 오 후보는 2006년 6월 교육감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교육감 직에서 내려와야 했습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불법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2심에서는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기각되면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따라 당선 무효가 됐기 때문입니다. [관련기사 : 오광록 대전시교육감 '당선무효' 확정오광록 대전시교육감 항소심 또 ''당선무효형']

당선 무효가 됐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해당 선거자체가 불법적 행위로 효력이 없다는 것 아닐까요? 그렇다면 당선무효된 전 대전교육감이라고 표현해야 맞는 것은 아닐까요?

선관위 관계자는 "실제 교육감으로 재직한 기간이 있다면 허위경력은 아니다"라고 합니다. 선거법에서 정한 '허위사실'은 아니라 할 지라도, 불법선거운동으로 인해 선거를 다시해야 하는 '당선무효'라면 그 후보자의 당선이력과 재직경력도 '무효'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전 오 후보가 '당선무효형'을 받았던 1심과 2심 재판과정을 빠짐없이 취재한 바 있습니다. 당시 오 후보는 학교운영위원과 학교장 등에게 양주 270여 병을 선물하고,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의 부인은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오 후보자에게 양주를 돌린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는 오 후보자의 부인이 자발적으로 돌렸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구속됐던 오 후보자의 부인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오 후보자와 부인이 비록 부부이지만 '공모'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렇게 판결을 내렸습니다. 남편의 교육감 당선을 위해 양주 270병을 돌렸는데, 부부가 공모한 증거가 없다는 게 판결 이유였습니다.

2심에서는 오 후보의 양형이 벌금 150만원으로 감경됐지만 여전히 당선무효형을 받았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교육감 선거와 관련하여 이미 벌금 50만원을 선고 받은 사실이 있음에도 같은 범죄를 다시 저질렀고, 선거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민의를 왜곡하는 범죄에 대해 엄단하려는 원심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해 교육감직 유지가 어려운 형을 선고한다"고 판시했습니다. 그의 부인에게는 1심과 같은 형을 선고했습니다.

'당선무효 교육감' vs '전교조지부장' 뭐가 더 부끄럽습니까?

결국 오 후보자는 대법원이 판결이 나오기까지 약 1년 반 동안 대전교육감직을 수행했고, 대법원의 '기각'결정에 따라 당선이 무효 됐습니다.

당시 재판과정에서 오 후보자는 이런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명절선물(양주)은 아내가 알아서 판단하여 돌렸을 뿐, 누구에게 돌렸는지 얼마만큼 돌렸는지는 전혀 몰랐다. 또 서로 상의한 적도 없다."

자신의 교육감 당선을 위해 자신의 아내가 교직원 수첩 등을 보고, 알아서 자신을 지지해 줄 것으로 보인 사람을 선별하여 양주선물을 했지만, 자신은 몰랐던 일이고 아내가 알아서 한 일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러자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재판장이 "양주배송명단을 정말 아내 혼자서 뽑았느냐? 서로 상의한 것이 정말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오 후보는 "상의하지 않았고, 당선 후 내사 소문이 있어 확인해 보니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참 통 큰 여자구나'하는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 후보는 당시 당선무효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대전교육을 혼란스럽게 하고 교육 공백을 초래한 사람이 이번에는 세종시 교육감에 출마했습니다. 혹시 대전 사람들은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고 있을지 몰라도 세종시 사람들은 자신의 과거를 모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단순히 전교조 지부장 출신을 들먹여 이념공세를 하려면 적어도 자신은 그 보다 나은 떳떳한 경력을 내세워야 하는 것 아닐까요.
#오광록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선거 #당선무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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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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