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빛 보고 달려드는 고라니... 아찔한 퇴근길

[공모- 출퇴근길의 추억] 퇴근길의 악몽... 농번기도 위험천만

등록 2014.06.24 17:19수정 2014.06.24 17:19
1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인도가 없는 603호 지방도 필자가 출퇴근하는 603호 지방도는 인도가 없을 뿐만 아니라 길 옆에서 갑자기 달려드는 야생동물로 인해 교통사고의 위험성이 높다. ⓒ 김동이


"추수철 이후 먹이를 찾아 민가에 내려왔다가 도로에서 차에 치여 사망하는 로드킬(Road Kill)이 최근 들어 또다시 급증하며 고개를 들고 있다. - 중략-  태안지역도 마찬가지다. 77번 국도를 비롯해 603호선 등 곳곳에서 로드킬이 발견되고 있다. 먹을거리를 찾아 민가로 내려오는 겨울철과는 달리 5월부터 7월 사이에는 포유류 새끼들이 이 시기에 어미로부터 독립하기 때문에 로드킬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략- "


얼마 전 필자가 지역신문에 쓴 기사다. 이 기사를 소개한 이유는 로드킬이 바로 나의 퇴근길을 위협하는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로드킬 당해 도로에서 죽은 야생동물을 발견하고 피해간 경험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직접 로드킬을 시킬 뻔했던 당사자로서, 로드킬은 당해 본 사람만 안다. 그 위험성이 얼마나 큰지.

특히, 인도도 없는 좁은 시골 길에서 자동차 불빛을 보고 갑자기 길옆에서 돌진하는 고라니는 운전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차로 치게 되면 엄청난 충격과 함께 뒤를 따라오던 다른 차량의 통행도 방해하게 된다. 로드킬은 2, 3차의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즐거운 퇴근길 위협하는 로드킬... 방어 운전만이 살 길

얼마 전 즐거워야 할 퇴근길이 악몽으로 뒤바뀌었다. 나를 악몽으로 이끈 주인공은 바로 고라니. 로드킬 당하는 야생동물 중에서는 가장 큰 동물로, 자가용을 끄는 운전자들에게는 교통사고의 위협을 주는 위험천만한 동물임이 틀림없다. 이런 위험천만한 고라니와 맞부딪친 것이다. 내가 뉴스에서만 보던 사건의 주인공이 돼 버렸다.

한 매스컴에서 호주에 가서 렌트카를 빌려 운전할 경우 길가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캥거루를 조심하라는 소식을 접한 적 있다. 실제로 지난해 호주에 기획취재차 방문할 일이 있었는데 실제로 길가에 있던 캥거루를 보니 다리 근육이 흔히 말하는 말 근육처럼 단단했다. 또 길옆에서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좌우를 살피는 모습에서 마치 금방이라도 사고를 당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해 오기도 했다.


그나마 캥거루는 차량 불빛에 눈이 비추어져 정신만 차리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지만, 고라니는 달랐다. 우리나라는 주로 도로변에 논과 밭이 있기 때문에 갑자기 튀어나오는 고라니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a

즐거운 퇴근길을 악몽의 퇴근길로 만들 뻔 했던 고라니. 차량 불빛을 보고 갑자기 달려드는 고라니는 자칫 교통사고로 이어질만큼 운전자들에게는 주의대상 1호다. ⓒ 김동이

두 달 전쯤으로 기억된다. 마치 천국과 지옥을 오간 것 같은 아찔한 경험을 했다. 지난해에는 같은 방향으로 가던 앞차가 고라니와 정면으로 부딪쳐 차량 앞범퍼가 심하게 파손되고 자칫 연쇄 충돌로 이어지는 대형사고를 당하는 장면을 목격했는데, 이번에는 내가 그 사고당사자가 된 것이다.

다행히 정면충돌은 벗어나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내가 매일 같이 출퇴근하는 왕복 30여km 길은 높지 않은 산과 들과 논이 즐비하게 펼쳐진 전형적인 시골 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출퇴근길에 개나 들고양이는 부지기수로 나타난다. 또, 족제비나 들쥐, 가끔은 너구리를 보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길목에는 로드킬 당한 뱀도 가끔 눈에 띈다. 그리고 반도의 특성상 바다에서 날아온 갈매기도 무슨 사연인지 모르겠지만, 로드킬 당한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렇듯 출퇴근길 로드킬 당한 동물 사체들을 보노라면 지난밤의 위험했던 상황들을 지레짐작게 만든다.

갑자기 달려든 고라니에 화들짝...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 '아찔'

a

먹을거리를 찾아 민가로 내려온 아기 고라니 사진은 지난해 이맘때쯤 탈진한 고라니가 지역주민에게 발견돼 원북파출소로 이송, 한 경찰관으로부터 물을 받아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이처럼 이맘때쯤이면 새끼 고라니는 물론 굶주림에 지친 야생동물들이 산에서 내려왔다가 로드킬을 당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 김동이


이날도 평소처럼 운전대를 몰아 퇴근하던 길이었다. 어둠이 드리워진 시골 길이었지만, 눈 감고도 다닐 정도로 훤한 길이어서 언제나처럼 여유롭게 운전을 하고 있었다.

그 때 고라니 한 마리가 길옆에서 돌진해 왔다. 순간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비상등을 켰다. 뒤따르던 다른 차량도 잇따라 차를 세웠다. 고라니가 돌진해 차를 세웠지만, 차에 큰 충격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었다.

그런데 차량으로 돌진한 고라니가 눈에 띄지 않았다.

'어디로 갔지? 치었나?'

고라니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차 문을 열었다. 차 문을 닫고 차량 앞으로 이동하는 순간 동물적인 움직임이 느껴졌다.

이내 고라니의 상태를 살펴볼 틈도 없이 고라니는 순간 움츠렸던 몸을 근육질의 뒷발을 힘껏 내디디며 허공으로 날렸다. 재빨랐다. 이내 고라니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나 보다' 하는 안도감이 스쳐 갔다. 차와 큰 충돌이 없었던 것이다. 놀란 가슴을 다시 한 번 쓸어내렸다.

차에서 내려 도주하는 고라니를 뒤로하고 차량 앞범퍼를 확인하는 동안 내 뒤를 따르던 다른 차에서도 사람들이 내려 걱정하듯 달려왔다.

"괜찮으세요? 뭔가 큰놈이 달아나는 것 같던데."
"고라니유."
"큰일 날 뻔했네요. 전에 소형차 한 대가 고라니와 부딪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아찔하던데요. 앞범퍼가 다 찌그러졌던데... 부딪치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에요."

수많은 로드킬을 보면서 '밤새 야생동물에 부딪친 차량이 한 두 대가 아닐 텐데'라고 생각만 했지 '실제로 그 주인공이 내가 될 줄이야'하고 절실히 느낀 악몽의 퇴근길이었다.

시골에서의 퇴근길은 한눈 팔면 자칫 대형사고

a

시골에서 즐거운 퇴근길을 위협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바로 농기계 이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돌발상황이다. 지난해 가을 추수를 마치고 이동하던 콤바인이 가로수를 쳐 나무가지가 꺾여버렸다. 나무뒤로 차량 불빛들이 희미하게 보인다. ⓒ 김동이


또 한 번은 농번기 농기계의 빈번한 이동으로 생긴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다.

추수가 한창이던 지난해 가을 무렵이었다. 추곡 수매한 벼를 싣고 도로를 이동하던 경운기를 추월해 이동하던 중 벼 베기를 하고 복귀하던 콤바인과 만났다. 임무를 마친 콤바인은 트럭 위에 실어 옮겨지고 있었다.

그런데 근흥면의 603호선 지방도로상의 한 중학교 앞을 지나던 콤바인이 가로수로 심어져 있던 벚나무 가지를 치면서 부러져 대형 나뭇가지가 갑자기 도로 위를 덮친 것. 하지만 콤바인은 이를 인지하지 못한 듯 현장을 빠져나갔고, 곧바로 뒤따르던 나와 다른 차량들만 연속으로 비상등을 켜고 도로에 멈춰 섰다.

무슨 일인지 확인하기 위해 일제히 차에서 내린 운전자들은 부러진 나뭇가지를 확인하고는 일부는 교통 통제에 나서는가 하면 일부는 경찰서에 신고한 뒤 현장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사고는 인근에 있던 경찰이 현장에 나오면서 수습이 되었지만,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퇴근길로 기억될 뻔했다.

하루의 고된 일을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으로 향해야 하는 즐거운 퇴근길. 영원히 악몽으로 남을 뻔한 두 번의 사고를 겪은 뒤 방어운전이 곧 안전운전이라는 값진 교훈을 얻게 됐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불빛 보고 달려드는 고라니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위협하는 농기계의 위협 속에서 나의 위험한 퇴근길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지난날의 아찔했던 기억을 간직한 채로...

a

사진은 6월 21일 새벽 한 택시운전사가 찍어서 제보한 사진


덧붙이는 글 출퇴근길의 추억
#출퇴근 #로드킬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4. 4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5. 5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