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보수 통합시킨 '희대의 인물', 정성근

[게릴라칼럼] 박근혜 대통령은 여전히 정성근 후보가 아까운가

등록 2014.07.14 21:33수정 2014.07.14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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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가 지난 1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 도중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정성근 후보자는 청문회가 정회된 10일 오후 8시께 국회 앞 한 음식점에서 이른바 '소(주)맥(주)' 폭탄주를 돌려 마셨다고 한다.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뒤에도 퇴임하지 않은 아리랑TV 직원 등 10명과 함께. 반주에 '소맥'을 일상으로 아는 "30년 기자 경력"자의 패기였을까. 음주 운전에 대해 "대리 운전자 배려 차원"이라는 황당한 해명을 내놓았던 그였기에 비난은 더욱 거셀 수밖에 없었다.

주말에도 비리 의혹은 계속됐다. 13일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정 후보자의 한 자녀가 불법비자로 체류한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정식 유학비자가 아닌 특파원에게만 주어지는 유효기간 5년짜리 취재용 비자(I비자)를 발급 받았다는 것이다. 안 의원측은 정 후보자가 미국 방문 뒤 9일 후 혼자 입국했다고 밝혔다.

안 의원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불법비자로 1년 간 미국에 체류한 정 후보자의 가족은 미국 연방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출국 시 허위 자료를 제출 했을 가능성도 크다. 이에 대해 정 후보자는 "(미국과 관련돼서)추후 해명하겠다"는 성의 없는 답변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폭탄주를 돌리는 여유를 보였던 정성근 후보자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조중동은 물론 전국민 통합시킨 '희대의 인물', 정성근

정성근 후보자의 생각보다 중요한 건 사실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일 것이다. 김명수·정성근·정종섭 불가론이 확산되고 있는 지금, 이르면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거취가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파다하다. 야는 물론 여에서도 정성근 불가론이 세를 확산해 나가는 분위기다.

자진사퇴냐, 임명 철회냐, 그리고 김명수 단독이냐, 정성근·정종섭 후보자 포함이냐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을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 그들이 참고했을 보수언론들 역시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자에 이어 정성근 후보자를 퇴짜 놓다시피 했다. 조중동은 '폭탄주 논란'이 불거지도 전인 12일자 조간 사설에서 일제히 정 후보자에게 등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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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2일자 <동아일보> 사설 ⓒ 동아PDF


[사설] 정성근 후보자 장관 할 수 있겠나(7월 12일자 <조선일보>)
[사설] 정성근 후보자, 스스로 거취 고민해야(7월 12일자 <중앙일보>)
[사설] 거짓말한 정성근 후보자, 장관 자격 없다(7월 12일자 <동아일보>)


"정 후보자가 말을 바꾸는 과정은 TV와 인터넷으로 생중계됐다. 그것을 본 국민의 평가가 어떨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장관 후보자가 신상 털기 끝에 낙마하는 모습을 더 보기도 지쳤지만, 눈앞에서 벌어진 어이없는 거짓에 혀를 차는 것이 지금 많은 사람의 심정일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이 이리 국민들의 심정을 대변하기가 어디 쉬운가. 정성근 후보자야말로 진보와 보수를 아울러 전 국민을 통합시킨 희대의 인물이라 평가(?)를 해줘야 할 판국이다.  조중동 뿐만이 아니었다. <한겨레> <경향신문> 등 진보매체는 물론이고 '보수 4등' <문화일보>를 비롯해 경제지들까지 정성근 후보자의 낙마를 촉구하고 나섰다. <파이낸셜뉴스>의 '朴대통령은 지명철회 주저하지 말라'는 14일자 사설 제목은 백미였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창동 취임사 추천하는 이유

본질을 호도하면 안 된다. 신상털기 청문회가 문제가 아니다. '친박'이 우선이요, '30년 언론인'이란 타이틀만 중시한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인사관이 문제다. 이런 인물이 한 나라의 문화를 책임질 수장 자리에 오른다는 것도 문제지만 도대체 어떻게 전문성을 발휘할지 짐작이나 가는가.

청문회 당시 정 후보자의 모두 발언을 기억한다. "항상 열린 마음과 자세로 국민과 끊임없이 소통해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을 떠올리면 국민의 입가에 따스한 미소가 떠오르게 할 것입니다"라던 그 발언 말이다. 추상적인 발언의 달인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화법을 꽤 닮아 있었다.

향후 추진 과제도 엇비슷했다. '국민 문화융성 체감 향상', '국민과 소통 강화', '직접 참여하는 문화예술, 체육 프로그램 확대', '인문·정신문화 가치 확산', '문화에 기반을 둔 서비스산업 육성', '문화 가치 확산을 위한 국내외 협력체계 강화' 등 어느 하나 일반론이 아닌 것이 없다. 이 안 하니만 못한 장고의 모두 발언, 특히 과제에 대한 소견은 정 후보자의 비전문성을 자백하는 증거와도 같았다.

각종 비리 의혹에 이어 위증과 폭탄주 논란까지 몰고 온 정성근 후보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심각한 인사관을 확인케 하는 '넘버원' 후보자다. 전문성과 도덕성 어느 면을 놓고 봐도 최악의 인물이다.

심지어 김명수, 정종섭 후보자보다 훨씬 어린 '(비교적)젊은 보수'란 점에서 더더욱 그러하다. 그런 젊음이 있었기에 SNS에서 그리 파격적인 언사를 펼칠 수 있었겠지만. 더불어 청와대가 정성근 후보자를 내세우며 문광부 본연의 임무보다 국정홍보에 무게를 두려 했다는 관측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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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가 1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 도중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국정홍보처 폐지는 이명박 정부의 실책 중 하나로 꼽힌다. 대통령과 여당 공히 입만 열면 "문화가 중요한 21세기"라며 '문화융성' 운운하는 지금, 아니나 다를까 시대를 역행하는 인물에게 국정홍보처의 역할까지 맡기려는 대통령의 인식은 통탄할 수준이다. 겉으로는 '문화융성'이요, 속으로는 '국정홍보'를 추진해선 안 될 일이다. 이미 국민 통합을 이룬 정성근 후보자의 낙마는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뒤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할 일은 명백하다. 국가의 얼굴과 같다는 문광부(이 말은 정 후보자 청문회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이 즐겨 쓴 표현이기도 하다)의 수장으로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데려오는 것 말이다. 이를 위해, 명문으로 꼽히는 11년 전 이창동 전 문화부 장관의 취임사를 들려드리는 바이다. 부디, '친박' 인사, '보수' 인사 말고 너른 안목으로 전문가를 모셔오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문화예술 행정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문화예술인이 되어야 합니다. 체육행정과 관광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공직의 의무 속에 갇혀 있지만, 아니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늘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을 성찰하고 그들과 끊임없이 교감하고 소통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먼저 우리는 권위주의의 두꺼운 철갑 옷을 벗어 던지고 부드러운 문화의 비단옷으로 갈아입어야 합니다."
#정성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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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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