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아저씨의 고달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등록 2014.12.06 15:33수정 2014.12.0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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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배달의 민족'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음식을 배달로 먹는다.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우리나라처럼 배달 서비스가 잘 되어 있는 곳은 찾기 힘들 정도라고 하니, 우리나라의 이 특이성은 정말 대단한 문화라고 생각한다. 이 배달 문화를 바탕으로 많은 상업이 발전했고, 우리나라는 그 상업 자본을 바탕으로 하여 점점 더 넓은 사업으로 성장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너무 무거운 의미를 '배달 문화'에 부여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난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가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진 건 이 배달 문화에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보다 좀 더 빨리 배달했기에 음식이나 정보가 빨리 전파되어 우리는 초고속 통신 문화를 비롯해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갖출 수 있었다. '배달과 함께 성장한 민족!'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이렇게 배달일을 하는 사람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내가 엔시 다이노스의 야구를 볼 때마다 종종 먹었던 치킨도 배달일을 하는 아저씨 혹은 아르바이트생이 가져다주는 것이고, 어머니가 창원 혹은 부산에서 물건을 빨리 받아야 할 때 이용하는 퀵서비스도 배달일을 직업으로 하는 분이 가져다주는 것이다. 우리가 받는 택배도 이런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배달일의 혜택을 정말 편리하게 누리는 만큼, 그 배달일을 하시는 분이 얼마나 힘든 삶을 사는지 잘 모를 때가 많다. 어떤 사람은 이런 배달일을 하는 사람을 함부로 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하는데, 예전에 TV를 통해 들을 수 있었던 치킨 배달을 온 아저씨께 집안의 음식물 쓰레기를 버려달라며 떠맡긴 이야기도 있었다. 참, 씁쓸해지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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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자주 먹는 자장면 ⓒ 노지현


위에서 볼 수 있는 사진은 우리가 치킨과 함께 자주 시켜 먹는 음식 중 대표 음식으로 손꼽히는 짜장면이다. 위 사진은 내가 맛있는 손짜장 집에서 먹은 사진이지만, 짜장면을 비롯한 이런 음식 배달일을 하는 일용직 아저씨들이나 아르바이트생의 고생은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 배달은 '속도'가 생명이기 때문에 과속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과속을 하게 되면, 여기저기서 도사리고 있는 교통사고의 위험성이 높아지게 되고, 아무리 조심을 한다고 해도 불의의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게다가 더운 여름이나 비 오는 날, 눈 오는 날에는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8월 15일에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다 땀을 뻘뻘 흘리시며 짜장면을 배달하는 아저씨와 짧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너무 피곤해 보이시는 얼굴이라 "아직 날씨가 꽤 더워서 많이 힘드시죠?"라고 여쭈어 보았었는데, 아저씨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네. 얼른 좀 시원해져야 하는데 말이죠. 우리는 사람 사는 것 같지가 않아요. 연휴인데 쉬지도 못하고….", "박근혜에게 이야기 좀 해주세요. 우리 일용직도 좀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해달라고"라고 덧붙이셨다.

순간 나는 아저씨가 '내가 블로거인 것을 아시는 건가!?'하고 흠칫했었지만, 내가 "하하, 제가 어찌 그런 일을 할 수 있겠어요?"라고 대답을 했더니 아저씨께서도 웃으시면서 "그렇지요. 아하하…"라며 쓸쓸하게 대답하셨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자 나는 "수고하세요. 조심하시고요. ^^"라고 인사를 건넸고, 아저씨는 "네, 감사합니다"라며 오토바이를 타고 출발하셨다.

내게 던진 "박근혜에게 이야기 좀 해주세요. 우리 일용직도 좀 사람답게 살 수 있게…"라는 말은 분명히 그냥 무심코 던져본 말일 것이다. 나는 더운 여름 날씨 속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다시 출발하시는 아저씨의 뒷모습을 보며 비정규직도 좋은 일자리라고 말하고, 그들의 보장도 제대로 해주지 않는 정부 정책에 대해 난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하아, 지금도 한숨이 길게 나온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내가 배달 아저씨와 나눈 이 짧은 이야기는 결코 그 아저씨 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닐 거다. 배달일을 하는 많은 사람이 비슷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달이 늦거나 배달 중에 음식이 잘못되기라고 하면, 배달일을 하는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하고, 교통사고 위험 속에서도 과속 운전을 해서 '빨리빨리' 문화에 맞출 수밖에 없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안타깝다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해서 그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적어도 나라가 그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아저씨가 말씀하셨던 것처럼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 밖에 없을 텐데. 아직 그런 일은 우리나라 내에서는 멀기만 해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비정규직도 좋은 일자리'라고 말했지만, '좋은 일자리'라는 수식어에 맞게 제도를 보완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대학교에서도 일용직으로 청소일을 하시는 아주머니들께서 물가가 비싸니 임금을 올려달라고 했다가 해고 위험에 처하시고, 일용직 혹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는 사람의 사연이 심심찮게 보도가 되는 게 우리나라다. 일본은 아르바이트생도 최저임금을 주장하며 당당히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데, 스스로 '일본보다 잘난 국가'라고 지칭하는 우리나라는 그런 게 되지 못하는 걸까?

아저씨의 고단한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생각했다. 우리가 투표를 잘해서, 정말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정치인을 뽑아야 이런 아저씨나 우리 같은 서민이 더 잘 살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다고 말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사람 사는 세상으로 가는 길은 멀기만 하지만, 지금 겪고 있는 이 성장통이 언젠가 사람 사는 세상으로 만들어줄 수 있으리라고 믿고 싶다. 아니, 꼭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어떤 사람은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 의견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만들지 않더라도 최소한 대우는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영화 <카트>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생존권을 다투는 그들에게 우리는 '그런 일자리도 없어서 못한다'가 아니라 그 일자리를 통해 좀 더 웃을 수 있도록 해주는 보완이 필요하다.

짜장면 배달 아저씨가 말씀하신 건 단순히 일용직을 정규직으로 만들어줬으면 한다는 바람이 아니었다. 아저씨는 '사람답게 살 수 있게'라는 말을 통해 비정규직이라도 좀 더 웃고 싶으셨던 거다. 임금을 올리려는 비정규직을 멸시하지 않고, 산재를 신청하는 비정규직의 요구를 무시하지 않는, 그런 사회를 원하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젊은 세대가 해야 할 일은 바로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참여하고, 관심을 가지는 일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노지현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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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일용직 #배달 아저씨 #짜장면 배달 아저씨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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