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지진 티베트 고원이 원망스럽다

[재미있는 과학이야기 63] 엄청난 땅 덩어리 무게 때문에 피해 더 커져

등록 2015.05.11 11:03수정 2015.05.1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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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고원 일대는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지역 가운데 하나인 탓에 남극과 북극에 이어 '제 3극'으로 불리기도 한다. 실제로 티베트 고원 남쪽의 히말라야 산맥 최정상 부근 온도는 겨울철 영하 60도 내외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영구 동토층으로 덮인 티베트 고원은 겉으로만 보면 동토의 땅인 게 맞다. 그러나 한 꺼풀 벗겨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티베트 일대의 땅 속은 겉과는 달리 지구상에서 가장 '뜨거운' 지각이 자리 잡고 있다. 엄청난 땅 덩어리(지각판) 2개가 부딪혀 마찰을 일으키는 바람에 불안정한 에너지가 충만해 있는 것이다.

티베트 고원은 대략 동서로 2500km, 남북으로 1000km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이다. 한반도의 10배, 호주대륙의 약 1/3의 크기이다. 위도 상으로는 대략 북위 28~33도로 한반도보다 남쪽에 위치해 있다. 헌데 티베트 고원은 평균 해발고도가 5000m 가량으로 백두산보다 거의 2배나 높다. 한반도보다 적도에 가까운데도 '극단적으로' 수은주가 곤두박질치는 건 이 때문이다.

극한 환경으로 유명한 티베트 고원은 최근의 네팔 지진 참사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번 지진 발생의 근본 원인은 북쪽으로 치고 올라오는 '인도호주 지각판'과 북쪽에 떡 버티고 서있는 '유라시아 지각판'의 충돌이다. 지중해 인근과 남북미 등 세계적으로 지진활동이 활발한 지역은 거의 예외 없이 지각판들이 맞부딪히는 곳이다. 그러나 이번 네팔 지진에는 여타 대형 지진들과는 사뭇 다른 점이 있다. 바로 땅 덩어리 무게가 엄청난 티베트 고원 탓에 지진이 한층 더 격심했다는 사실이다.

티베트 상공 제트기류, 우리도 영향 받을 수도

티베트 고원을 이루는 땅덩어리는 해발 0m 이상인 부분만 엉성하게 계산해도 톤수로 치면 2에다 0을 16개나 붙여야 하는 숫자만큼의 천문학적인 중량을 갖고 있다. 상상조차 쉽지 않은 무게의 땅덩어리가 가진 중력 때문에 지각판이 충돌할 때 파괴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티베트 고원 일대에서 대형 지진은 특히 남쪽과 동쪽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남쪽과 동쪽은 판이 충돌하는 경계 지역인 동시에 티베트 고원이 낮은 분지와 접하는 곳이다. 장난 삼아 진흙으로 동산을 만들어 본다고 가정하자. 진흙이 스스로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면 어느 쪽인가로 쏟아져 내릴 것이다. 똑 같은 원리로 평소 티베트 고원은 남단의 네팔과 저지대인 인도 쪽을 향해 쏟아져 내리려는 힘이 강하게 작용한다.


티베트 고원의 면모는 '지상'에서만 독특한 게 아니다. 하늘을 향해 불쑥 솟아오른 형상의 티베트 고원은 지구 '상공'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최근 학계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티베트 고원이 너무 높아서 지구촌의 기상을 좌우하는 제트기류의 교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제트 기류에 티베트 고원이 미치는 영향은 간단한 '세수대야 실험'으로도 유추해 볼 수 있다. 먼저 세수대야에 물을 채운 뒤 손으로 휘휘 저어 소용돌이와 같은 물 흐름을 만든다. 물 흐름이 생기면 젓가락 하나를 세수대야 물에 곧추 세워본다. 가는 젓가락 하나가 물 흐름 전체에 상당한 교란을 일으키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카오스 이론에 따르면 베이징에서 나비 날개의 펄럭임이 뉴욕에서 폭풍으로 변할 수도 있다. 한반도와 같은 편서풍대에 위치한 티베트 상공의 제트기류에 교란이 일어나면 우리나라도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티베트 고원은 겉모습과 달리 다채로운 면모를 가진,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은 땅인 것이다. 
덧붙이는 글 위클리 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 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 주간지입니다.
#티베트 #네팔 #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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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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