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고읍성(水原古邑城)

화성, 오산, 수원의 옛 터전(2)

등록 2015.05.23 16:33수정 2015.05.2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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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부터 누려왔던 서해안의 행정 중심지였던 수원고읍성(水原古邑城)이 초라한 표지판에 의해 일부 흔적만 남아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경기도 기념물 제93호인 읍성은 토성의 형태를 온전하게 갖추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곳이 옛 성터였구나 하는 느낌은 가질 수 있다. 필자는 지난번 읍성 탐방에 이어 성의 바깥쪽을 돌아보기 위해 배양초등학교 쪽으로 조성된 포장도로를 따라 길을 재촉했다.

흙으로 조성된 성곽은 수목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으며, 쏟아지는 오전의 햇빛은 나뭇잎사이로 흘러내리고 있다. 토성 바깥쪽은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 건설도시공학부의 수목 생태관찰 실습림으로 수생물이 보호되고 있다. 학습림은 음지성 식물및 편백군락(양치류 식물) 등이 자생하는 숲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자연이 잘 보존된 상태로 보인다.


실습림이 있는 샛길을 벗어나자 자동차가 질주하는 왕복 4차선 도로에 다다랐다. 도로에서 바라보니 멀리 읍성으로 이어졌을 화산의 봉우리가 펼쳐져 있고, 기와지붕으로 만들어진 4층 건물인 배양초등학교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건물은 학교처럼 보이지 않고 문화재를 상징하는 고풍스런 건물로 보인다.

배양초등학교는 지리적 위치와 배양이라는 이름만으로 정조임금의 업적과 화산, 수원읍성의 역사가 떠오른다. 학교의 교가 "화성 골 배양터전 문화의 전당 영광의 오랜 역사 간직한 이곳 정조의 높은 효심 이어나가며 참되고 씩씩하게 자라나리라 화목으로 서로 도와 큰 꿈을 키워 온 세상에 빛내리라 배양 어린이"라는 가사에도 정조임금과 융건릉, 그리고 학교 품은 듯 솟아 있는 화산과 연관 지어 볼 수 있다.

융건릉이 있는 화산은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개발이 정지된 상태로 텃밭이 조성되어 있다. 밭고랑에는 수확의 결실을 꿈꾸는 농부들의 흔적인 옥수수, 고구마, 감자 등의 작물이 자라고 있다. 특이할 만한 것은 옛날에는 천대 받았던 돼지감자가 질서정연하게 줄을 맞추어 자라고 있다.

돼지감자는 맛이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영양소는 인정받지 못해 싹이 나면 뽑혀졌지만, 모진 생명력으로 밭두렁이나 집 담장 밑에서 숨어서 자라던 식물이었다. 과학의 발전으로 돼지감자의 효능이 인정받게 되고, 이렇게 밭고랑에서 소중한 대접을 받아가면서 자라고 있는 것을 보니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텃밭에서 옥수수 모종을 내고 있는 농부 전아무개(80)씨는 "배양초등학교가 있는 마을은 기배동이다. 예전에는 배양리였는데 기안동이 합쳐지면서 기배동으로 바꿨다. 배양리는 한국 전쟁 때 황해도 연백에 살던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와 생활터전을 마련하여 근면성실한 생활로 경제적 부를 누렸던 곳이다. 이제는 도시화 바람으로 외지 사람들이 유입되어 새로운 도시가 만들어지고 있다. 얼마 후면 수원 서부외곽도로가 개통되고 신도시가 만들어질 것이다. 변화의 물결은 옛 것을 점점 사라지게 한다"고 말했다.


농부의 말을 뒤로하고 다시 발길을 돌려 수원고읍성 표지가 있는 곳에 다다랐다. '2012년 화성 당성 국제학술심포지움'에 따르면 수원고읍성은 현재 남아있는 500여m 이외도 표지판이 있는 길 건너 산위의 수원대학교에도 일부가 남아 있다고 기록되어 있어 그 흔적을 찾아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비탈진 언덕길에는 토성의 흔적은 간데없고, 딱딱한 시멘트 포장길과 옆으로 늘어선 주택들만이 우후죽순처럼 솟아있다.

가파른 언덕길 정상에 오르자 수원대학교로 들어가는 조그만 샛문이 있다. 문을 들어서자 토성으로 보이는 흙무더기에 수목이 우거져 있다. 흙무더기는 캠퍼스 강당 건물이 있는 곳 사이사이에 끊어졌다. 이어지면서 수원고읍성이 복원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곳이 수원고읍성의 일부분일 것 같은 언덕에 오르니 멀리 화산에 융건릉이 바라보인다.
덧붙이는 글 수원고읍성은 'e수원뉴스'와 '대안미디어 넘어'에 실린글로 기자가 현장취재와 사진촬영한 것임,
첨부파일 20150520_090456.jpg
#서해안 #수원고읍성 #흙무더기 #융건릉 #배양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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