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일부 지자체, 국정화 반대 현수막 철거 논란

전교조 등이 내건 현수막 무단 철거, 설치도 못하게 해

등록 2015.11.09 10:38수정 2015.11.0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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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문경시가 전교조 문경지회가 설치한 현수막을 철거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전교조 문경시지회가 설치한 국정화 반대 현수막. ⓒ 조정훈


경북의 일부 지자체가 사전에 신고하고 게시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현수막을 철거하는 등 정부시책에 반대하는 의견을 담은 게시물을 법적 근거도 없이 설치하지 못하게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전교조 문경지회는 이달 초 '획일적 역사관으로 국민을 통제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합니다'는 의견을 담은 내용의 현수막을 문경시청에 신고한 후 게시했으나 공무원이 윗선의 지시라며 무단으로 철거해 버렸다.

"법적 근거도 없이 현수막 철거... 자발적 복종"

문경시청은 전교조 현수막이 게시된 뒤 열린 간부회의에서 정부시책에 어긋나는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린 사실을 알고 철거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10일간 게시될 현수막은 8일 만에 철거되었다.

문경시청 관계자는 "회의석상에서 국정화가 이슈로 부각이 되면서 우리 지역에서도 조치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지시를 하니 밑에서 따를 수밖에 없어 철거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옥외광고물등관리법에 금지조항이 있다"며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철거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윗선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옥외광고물의 금지조항에는 신호기 또는 도로표지 등과 유사하거나 그 효용을 떨어뜨리는 형태의 광고물, 그 밖에 도로교통의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는 광고물 등에 한해 광고물을 표시하거나 설치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한 범죄행위를 정당화하거나 잔인하게 표현하는 것, 음란하거나 퇴폐적인 내용 등으로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것, 청소년의 보호·선도를 방해할 우려가 있는 것, 내국인의 카지노·복권 등의 광고물에 사행심을 부추기는 것, 인종차별적 또는 성차별적 내용으로 인권침해 우려가 있는 것 등은 광고물에서 내용을 표시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문경시청 관계자는 "전교조의 국정화 반대 현수막이 이런 내용에 해당하지 않지만 '그 밖에 다른 법령에서 광고를 금지한 것'이 포괄적인 내용"이라며 "철거 후 폐기하지 않고 곧바로 알려주었다"고 말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전교조 문경지회는 문경시청을 항의방문해 담당자로부터 "잘못된 부분을 인정한다"는 내용의 사과를 받고 현수막을 돌려받았다. 하지만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현수막을 철거한 것은 정부에 대한 자발적 복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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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의성군지회가 설치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현수막에 대해 의성경찰서가 의성군에 불법인지를 문의해 논란이 되고 있다. ⓒ 전교조 의성군지회


전교조 의성군지회도 의성군이 지난달 중순부터 신고 후 게시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현수막에 대해 기간을 연장해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의성군지회 관계자는 "경찰이 의성군청에 전화를 걸어 정부에 반대되는 내용을 게시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의성지회 교사가 항의방문을 하겠다고 하자 연장해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의성군 관계자는 "경찰서에서 전화가 오기는 했지만 집회와 관련된 내용으로 관계법에 저촉되지 않는지를 물어왔다"며 "현수막의 문구 자체가 아무런 문제가 없어 게시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김천시의 경우에도 지난 7월 말 전교조와 시민단체들이 '참교육 전교조 지키기' 현수막을 게시하려 했으나 시청 담당자가 정부정책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허가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시민단체들이 김천시청을 방문해 관련법률 등을 들며 항의하자 어쩔 수 없이 허가해 주었다.

전교조 문경지회 관계자는 "상부의 지시에 의해 불법적으로 현수막을 철거한 것은 명백한 법 위반"이라며 "보수적인 정치 성향의 지자체장이 알아서 정부의 방침에 복종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만호 전교조 경북지부 사무처장도 "경북지역 일부 시군에서 국정화 반대 현수막 게시를 방해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광고물의 내용을 사전에 검열하는 행위는 불법이며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여론을 왜곡하려는 행위로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에 반발하는 현수막 게시와는 별도로 경북에서도 교사들의 1인시위와 시민단체들의 반대성명서 발표 기자회견 등 반대 분위기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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