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흙수저라는 말이 없는 세상

[디카시로 여는 세상 - 시즌2 중국 정주편 16] <거리의 성자 2>

등록 2016.05.18 15:45수정 2016.05.19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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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화원 ⓒ 이상옥


환경미화원 옷 입은
그를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다
- 이상옥의 디카시 <거리의 성자 2>


정주도 인구 천만 명이 넘는 하남성의 성도라 사람들이 엄청 많다. 출퇴근 길 정경공업대학교 대학로에도 다양한 풍물들이 넘쳐난다. 사는 이치는 중국이나 한국이 별반 다를 게 없지만 그래도 이방인의 눈으로 볼 때 참 신기한 모습을 한 사람들도 자주 눈에 띈다.

앞 연재에서 소개한 칠순의 할아버지가 리어카 행상하는 것도 그렇고 벌써 은퇴할 나이가 된 것 같은 환경미화원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그렇다. 또 거리를 지나갈 때 자주 보는 한 환경미화원은 젊었지만 화상을 입었는지 얼굴이 많이 불편해 보였다. 그렇지만 매일 거리를 청소하는 모습도 참 아름답게 보였다.

사회 복지 시각지대를 없애는 정책이 우선

아마 당국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정책적으로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글로벌 시대 무한 경쟁 체제 하에서는 능력 없는 사람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는 점점 비정한 사회로 치닫고 있는 것이 한국사회 현실이 아닐까. 사회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 정책적 우선 순위가 되어야 하는 당위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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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주애서는 나이 많으신 분이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 이상옥


정주 거리에서 좀 불편해 보이는 사람들이 환경미화원으로, 또는 교통안내원으로 일하며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유난히 좋은 느낌을 받는 것도 아마, 비정한 한국사회를 염두에 두고 있어 그런 것이 아닐까. 한국사회는 능력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의 천국일지는 몰라도 힘 없고 소외된 사람들에게는 신조어인 헬조선이라는 말이 상징하듯이 지옥으로 여겨지는 측면이 없지 않다.


금수저, 흙수저라는 신조어도 오늘의 세태를 잘 반영하고 있지 않은가. 자신의 노력보다는 부모의 능력 유무에 따라 장래가 결정된다는, 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흑수저 청년들의 자조 섞인 인식을 바꿀 수 있는 방책은 없는 것일까.

정주 거리에서 이미 나이 드신 분이지만 리어카 행상을 하거나 환경미화원으로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는 필부들이야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성자들이라는 생각을 거듭하게 된다. 한국사회에서도 이런 거리의 성자들을 많이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올 3월 1일부터 중국 정주에 거주하며 디카시로 중국 대륙의 풍물들을 포착하고, 그 느낌을 사진 이미지와 함께 산문으로 풀어낸다.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감흥)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
#디카시 #금수저 #흑수저 #환경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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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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