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불안한 두 여인이여

[살며 사랑하며 28] 호랑이 사냥(4)

등록 2016.11.02 12:14수정 2016.11.0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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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 출근 전, 밥상머리에서 폰을 보던 아내가 중얼댑니다.


"긴급체포?"
"..........."
"긴급 좋아하네. 들어온지가 언젠데."
".........."
"용서해달래. 죽을 죄 졌다구."
"..........."

출근 길에 슬슬 부아가 납니다.

'뭐를 용서해달라는 거야. 변호인 선임한 걸 용서해달라는 거야, 아니면 몽땅 부인할 마음을 굳게 먹었으니 그걸 용서해 달라는 거야.'

저 초라함과 비굴함에 기댄 채 숨죽이고 있는 분을 우리 손으로 뽑았으니 온 국민의 억장이 무너지지요. 검찰 청사 앞에서나 푸른 기와 안에서나 참회를 하려면 그만한 용기가 있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그 용기는 잘못이 무엇인지 깊이 깨달아야 생기는 것이겠지요.

두 여인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아직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용서해달라고 하면서 변호인을 선임하고 혐의를 부인하고, 또 그 모양을 뒤에서 지켜보고 사태를 수습하려고 하지요.


그들이 벌여놓은 이 황망한 사태 뒷수습은 지금 국민이 하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두 분이 어쩌면 그리 똑같은가요. 유유상종이라는 말을 사전에서 빼버리고 싶습니다.

사람마다 각자 가지고 있는 힘이 있습니다. 그 사람의 감정과 이성과 영성이 어우러져 그 힘이 드러납니다. 어떤 상황에서는 감정이 앞서기도 하고, 혹은 사리 분별이 생기는 이성의 힘이 드러나기도 하고, 때로 이성을 넘어서는 직관이나 초월적인 영성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은 그 사람 개인이 가진 '의식의 힘'이라고 달리 말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힘'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이 가진 의식에 따라서 자신의 말과 행동이 드러나고 그것이 주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권력을 가졌던 수많은 사람들이 추락하여 검찰청사 앞에 고개를 숙이고 서 있을 때 그들의 의식은 이성이나 영성이 아닌 수치와 좌절과 두려운 감정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때로 눈을 질끈 감고 이 순간만 넘기자는 뻔뻔함이 있지만, 그 역시 두려움 때문입니다.

지금 세상에서 가장 불안한 두 여인이 보입니다.

가슴 속에서 생겨난 두려움이라는 호랑이가 으르렁대면 온 세상이 두렵습니다.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용서고 뭐고 명백한 증거 앞에서도 모르쇠로 부정을 하지요.

또 한쪽에서는 상황이 어찌됐건 사태를 수습하려고 앉혀놓은 사람을 이리저리 바꾸고 새 사람을 찾습니다. 세가지 잘못하면 여섯가지 남탓하는 분이 또 있네요. 자신이 저지른 것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는 것은 비난을 견딜만한 힘이 없어서입니다. 

남탓을 해서라도 책임을 면하려는 그 의식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분에게 국가 권력이 쥐어지면 막중한 책임은 못보고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진 권력을 총동원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백성이 피와 눈물을 흘립니다. 지나간 9년이 조선왕조 오백년보다 길게 느껴지는 이유일 것입니다.

저 모양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은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힘을 못가진 사람들이 책임있는 자리에 오르기 때문입니다. 검찰청사 앞에서 얼굴을 들지 못하는 그 권력자들에게 쏟아지는 플래시는 그들이 가졌던 힘이 얼마나 파괴적인 힘이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주변을 어지럽히고 결국 스스로 자신을 파멸로 몰고가지요. 인간이 탐욕을 버리지 않는 한 영원히 끝나지 않을 재방송 같습니다.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길은 생각보다 아주 단순합니다. 두려움의 호랑이는 단지 마음 안에서 으르렁댈 뿐입니다. 국민은 그대들에게 물대포를 쏘지 않습니다. 촛불로 그 기와집을 태우려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저 한 것은 했다고 하고, 안한 것은 안했다고 말하면 됩니다. 또 그 갑갑해보이는 기와집에서 훌훌 털고 어여 나와 국민의 한사람으로 돌아오면 그 '용기'에 박수를 쳐줄 준비가 이미 돼 있습니다. 그래야 그 큰 두려움과 불안이 걷히고 마음이 평온해 질 것입니다.

두분, 
걱정하지 말고 '용기'를 내세요.

푸른 기와 그대여,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어떤 의미가 있겠죠. 지금은 두려움에서 벗어나 용기를 내야 할 때입니다. ⓒ 유성호


#두려움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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