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시 청소년 116명이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 사태를 좌시할 수 없다... 헌법 저버린 대통령, 책임을 져라"

등록 2016.11.18 09:36수정 2016.11.1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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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호치민시한국국제학교에 다니는 저와 최이정, 박새미, 이석주 학생과 AIS(Australian International School) 졸업생 이유민씨는 <호치민시 재외국민 학생·청소년 시국선언 준비 모임>을 조직했습니다.

이 모임은 최근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선출된 권력의 국정 개입 및 농단'과 관련하여 시국선언을 준비하였습니다. 그리고 17일 현재, 베트남 호치민시에 거주하는 116명의 학생들로부터 시국선언에 대한 지지를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모여 시국선언을 발표하는 행사까지 생각했지만, 베트남에서 집회와 시위가 열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따라서 시국선언에 참여한 학생·청소년 공동의 목소리를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오마이뉴스>에 시국선언문을 기고하기로 계획했습니다.

이제 베트남 호치민시 재외국민 학생·청소년 116인은 오마이뉴스를 통해 시국선언을 발표하고자 합니다.

호치민시 재외국민 학생·청소년 시국선언문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비선출된 권력이 대한민국의 국정을 농단했다.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최순실 개인이 대통령을 통해 정치·사회·문화 심지어 외교와 안보에 이르기까지 국정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국민은 선출된 권력 이외의 그 누구에게도 헌법기관의 권좌를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통령은 오직 자신에게만 주어진 자리를 타인에게 실질적으로 양도했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민낯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우리는 재외국민으로서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다. 또한 미래의 주역인 학생·청소년으로서 이 사태를 좌시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일부 기성세대는 우리가 정치 의사를 표명하는 것보다 학업에 매진할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우리의 지성과 양심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보라! 100만 명의 시민이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웠던 날, 그곳에는 우리와 같은 학구의 양심이 있었다.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평화시위의 장에서 최전선을 사수한 어린 투사는 원래 순진무구한 학생밖에 아무것도 아니다. 시국은 가장 순진한 학생을 가장 열렬한 투사로 만들고 있다. 이것은 지난 역사에서 민주주의가 불의한 권력의 위협을 받았던 시기에 일어난 현상과 같다. 지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위험에 처한 것이다.

두 차례에 걸친 대국민담화에서 대통령은 비선이 실재함을 자백했다. 따라서 대통령이 받는 혐의는 민주주의 파괴와 헌정질서 파괴이다. 이 혐의는 유죄의 선고가 자명한 죄업의 설명 자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헌정을 수호할 의무를 저버린 대통령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한다. 또한 이 혐의에 동조하거나 이를 방조한 자들에게도 응당 책임을 물어야 한다.

우리는 작금의 혼란이 부당한 권력의 전횡에 기인한 것임을 단정한다. 거듭하여 주권자의 분노와 수많은 학구의 양심적 행동은 헌법의 정당성에 기인한 것임을 천명한다. 이제 남은 것은 역사의 조류, 그곳 내부의 끝없는 대열에 자신을 참여시킴으로써 전횡을 일삼는 불의한 권력을 다시 주권자의 명으로 회수하는 일 뿐이다.

오늘 양심의 소리를 행동에 옮김으로써 우리는 껍데기만 남은 헌정을 다시 소생시키는, 정지된 심폐에 가해지는 압박의 일익임을 자부한다. 양심에서 우러나온 이 소산을 통해 우리는 헌정질서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대열에 동참함을 선언하는 바이다.

2016년 11월 17일

베트남 호치민시 재외국민 학생 및 청소년 116인

[시국선언 서명자 명단]
강도윤, 강지석, 권도현, 권재민, 권해든, 기연주, 김건우, 김도현, 김동윤, 김보찬, 김서현, 김승현, 김재원, 김정진, 김주윤, 김준모, 김지영, 김태양, 김현우, 남기연, 도시현, 류시화, 맹주완, 명소라, 박미르, 박새미, 박성환, 박세영, 박세혁, 박시현, 박준성, 박준현, 박찬진, 박태정, 방기랑, 배해찬, 백민, 서준, 손명아, 송윤석, 신동훈, 신민철, 신현아, 심홍윤, 안일주, 엄태용, 연형준, 오세훈, 오정민, 오진한, 유사라, 유성우, 이규성, 이나리, 이동규, 이석주, 이승준, 이어진, 이예진, 이오은, 이유민, 이의상, 이주연, 이주형, 이준우, 이지아, 이찬효, 이하영, 임다들, 임성민, 임수민, 임현준, 전예진, 정세림, 정아람, 정예림, 정원오, 정정일, 조승철, 조윤일, 조중흠, 조형찬, 차영국, 차휘제, 최동익, 최이정, 최정빈, 최정현, 최현정, 한시경, 한지수, 한지예, 현예빈, 홍정민, 홍형민, 황수빈, 황신디 외 19명
덧붙이는 글 기고문에 실명 게재를 원하지 않는 학생은 '외 19명'으로 표기했습니다.
#시국선언 #최순실 #박근혜 #국정농단 #비선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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