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가로수가 있는 중국 정주의 여름

[디카시로 여는 세상 - 시즌2 중국 정주편 58] 캠퍼스의 석양

등록 2017.07.09 13:12수정 2017.07.1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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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 ⓒ 이상옥


폭우로 씻긴 얼굴
 - <캠퍼스의 석양>


중국 정주에는 지난 6일 저녁까지 폭우가 쏟아졌다. 정주는 한창 폭염일 때는 섭씨 40도를 오르내린다. 폭우가 쏟아지고 나서 성적 처리 등 학기 마무리를 위해 늦은 시간 학교에 들렀더니 캠퍼스를 아름답게 물들이는 석양을 보게 됐다.

너무 아름다운 광경이라 다들 걸음을 멈추고 석양을 바라보고 있다. 태양이 작열하는 대낮의 캠퍼스보다 석양의 캠퍼스가 훨씬 아름답다. 꼭 같은 캠퍼스라지만 아침이 다르고 저녁이 다르다. 가을이 다르고 봄도 다르다.

정주에도 이틀 정도 간간이 비가 왔는데, 폭우도 동반했다. 보도의 건널목이 물이 차서 차도를 점유하여 걷기도 했다. 여름의 폭우는 참으로 적절하다. 물론 지나쳐서 수해를 입기도 하지만, 여름 폭우가 없다면 어떻게 말갛게 씻긴 석양을 볼 수 있을 것인가. 

정주의 여름은 한국보다 무덥다. 5월만 돼도 섬머타임을 적용한다. 점심시간은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로 길어진다. 5월부터 반팔 차림이다. 점심시간이 3시간이나 되기 때문에 점심을 먹고 다들 오수(낮잠)을 즐긴다.

6월 둘째 주에 종강을 하고 2주간 한국에서 지내다 지난 1일 정주에 와서 이번 학기 업무를 모두 마무리했다. 8일 다시 한국으로 간다. 이번 여름 방학은 유난히 긴 것 같다. 정확하게 6월 16일 종강을 했으니 그때부터 계산하면 두 달 반을 수업도 없이 사실상의 여름 방학을 누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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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아래 가로수가 푸르다. 점심 무렵 사람들은 삼삼오오 대로변 가로수가 드리워진 보도에서 장기나 카드놀이로 여유롭다 ⓒ 이상옥


8월 31일 다시 정주로 올 예정이다. 오늘은 대낮에 산책을 해봤다. 폭염 아래 걷는 것이 불가능하게 보였지만 충분히 가능했다. 보도에 드리워진 가로수들이 푸른 터널을 만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아름다운 수목원 같은 그런 숲속 터널은 아니지만 말이다.

가로수 그늘이 그려내는 신비한 문양

여름 매미소리도 들린다. 폭염 아래 가로수의 고마움을 새삼 느낀다. 더워서 대낮의 산책은 상상도 못 했는데, 가로수들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심야의 산책과는 또 다른 맛이다. 가로수 아래 많은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카드놀이를 하거나 장기를 두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웃통을 벗어재낀 채 평화롭다.

가로수의 그늘이 그려내는 신비한 문양을 바라보며 새삼 삶이라는 것이 참으로 오묘하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 지난해 3월 정주에서 와서 이제 세 학기를 보냈다. 정주가 이제 익숙한 공간이 돼 간다.
덧붙이는 글 지난해 3월 1일부터 중국 정주에 거주하며 디카시로 중국 대륙의 풍물들을 포착하고, 그 느낌을 사진 이미지와 함께 산문으로 풀어낸다.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감흥)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
#디카시 #정주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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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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