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탈원전', 한수원 이사회 최종 무산

[현장] 노조 등 강력반발에 결국 이사들 발길돌려... 향후 일정도 차질 빚을 듯

등록 2017.07.13 10:46수정 2017.07.1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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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신: 13일 오후 5시40분]

13일 신고리 5,6호기 원자력발전소 공사중단 의결을 위한 한수원 이사회가 결국 무산됐다. 한수원 이사들이 재차 이사회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노조는 끝내 길을 열지 않았다. 조성희 이사회 의장은 "오늘은 못할 것 같다"라며, 이사회 무산을 선언했다.

앞서 한 차례 노조에 막혀 발걸음을 돌린 한수원 이사진들은 1시간 40여분만인 4시 40분께 다시 한수원 본사로 왔다. 굳게 닫힌 출입문 뒤편에는 여전히 김병기 노조위원장 등 노조원들이 길을 막고 있었다.

문이 열리자 노조원은 "물러가라, 물러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조 의장은 "다시 한 번 이사들끼리 의논해봤는데 이사 교수도 계시고 (하니) 하는 게 좋지 않겠냐 해서 다시 찾아왔다"라면서 "한수원에 미치는 영향이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 의견 나누고 의결을 하려고 하니 양해바란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말투가 다소 거칠어졌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중요시 하는데 이러한 행위는 달라진 게 하나 없다"면서 "더 이상 길게 얘기하지 않겠다. 참는 데 한계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노조에서 막고 있는데... 오늘은 못 할 것 같다"

이사진은 결국 다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날 이사회는 최종 무산됐다. 조 의장은 "이상황에서 이사회를 할 수 있겠느냐"면서 "노조에서 막고 있는데, 오늘은 못할 것 같다"라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조석진 한수원 홍보실장은 이날 한수원 기자실에서 "오늘은 이사회가 열리지 않는다"면서 향후 이사회 일정에 대해서는 "장소와 시간은 아직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자실을 찾은 김병기 노조위원장은 "향후 이런 형태로 원전 정책이나 에너지정책 추진한다면 계속 지금 같은 방식을 통해, 다른 방법까지 동원해 투쟁할 계획"이라며 "필요하면 법적 조치도 포함해 계속적으로 투쟁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불법적으로 이사회를 개최하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나 할 수 있는 모든 조치 할 것"이라면서 "시민배심원 9명에 의해 에너지정책이 3개월만에 결정되는 공론화 절차는 졸속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4신 : 오후 4시]
원천봉쇄 노조에 막혀 결국 발길 돌린 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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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3시께, 한수원 이사를 태운 승합차가 건물을 빠져나가고 있다. ⓒ 신상호


한국수력원자력 이사들이 끝내 발걸음을 돌렸다.

한수원 노조는 "이사회는 열릴 수 없다"며 이사들의 출입을 끝내 허용하지 않았다. 노조의 원천 봉쇄로 이날 열리기로 한 이사회는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13일 오후 3시 4분, 이사회 개최 예정시간보다 4분 늦은 시각, 한수원 사외이사들을 태운 은색 승합차가 한수원 경주 본사 앞에 도착했다. 조성희 한수원 이사회 의장은 지난 7일에 이어 김병기 노조위원장과 또다시 대면했다.

본사 입구를 막아선 김병기 노조위원장은 "죄송합니다. 대한민국 에너지 정책을 위해 부득이하게 이사회를 안 해주셨으면 하고, 지난번에 부탁했지만 원천 봉쇄하기로 방침을 정했고 그렇게 시행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조 의장은 "근데 법에 의해 이사회 소집됐고 이사회 해야 할 처지"라면서 "이사회를 해서 의결을 한다는 것은 상법상 이사들이 충실의무 입각해서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고, 가결이든 부결이든 논의를 해봐야 한다"라고 설득했다.

김 위원장은 강경했다. 그는 "독일만 해도 20년 넘게 고민하고 국민투표해서 했는데 3개월만에 하는 건 말도 안 된다"라면서 "탈원전 정책은 정말 신중하게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라면서 길을 열지 않았다. 

이사회 의장이 "노조가 양보해달라"며 설득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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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3시 신고리5,6호기 건설 중단 이사회를 앞두고 한수원 노조원들이 이사들의 경주 한수원 본사 건물 진입을 막아서고 있는 모습. ⓒ 신상호


한수원 직원 두 명이 "일단 회의를 하게 들어가야 한다"며 김 위원장 등 입구 앞 노조원들을 밀쳤지만, 뒤에 버티고 있는 수십 명의 노조원들을 당해내지 못했다. 노조원들은 "신고리 5,6호기 원전 공사중단 결사반대"를 외치며 버텼다.

조 의장은 방향을 돌려 뒤에 있는 이사진들을 잠시 바라본 뒤 "노조가 양보를 해줬으면 좋겠다"며 재차 설득을 시도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런 식으로 의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면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조 의장을 비롯한 이사들은 한수원 본사에는 발도 디디지 못한 채 12분만에 자리를 떴다. 조 의장은 이사회 개최 여부를 묻는 질문에 "논의를 해봐야 한다"며 "저렇게 노조에서 못하게 하니까 난감하다"라고 말한 뒤, 타고 온 승합차에 올랐다.

조 의장이 이사회 개최에 대해 논의를 하겠다고 했지만, 노조가 강경하게 출입을 막는 상황에서 이날 예정된 '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 결정' 이사회는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수원 관계자는 "현재 자리를 떠나신 이사들이 별도의 논의를 할 것"이라면서 "현재 단계에서 이사회가 무산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3신 : 13일 오후 3시]
비공개로 주민대표와 노조 만난 한수원 사장 "피해 없도록 할 것"

"빠른 시일내 공론화 논의를 끝내고 신고리 5,6호기에 대해 제대로 된 판단을 얻어 짓자는 게 저희 생각입니다."

13일 오후 2시 한국수력원자력 1층 현관, 이관섭 한수원 사장이 울산 지역 주민 대표와 함께 모습을 나타냈다. 이 사장이 현관 안으로 들어서자 노조원들이 막아섰다. 보안게이트로의 이동을 막고 나선 노조와 잠시 실랑이를 벌였지만, 이 사장은 이내 반대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이동하면서 굳은 표정을 보인 이 사장은 "주민대표와 어떤 논의를 진행할 계획인가", "신고리 이사회 개최가 미뤄지는 것이냐"라는 취재진의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이 사장과 노조 관계자, 울산 울진군 주민대표들은 어울림관 아사달방에 모여 앉아 비공개 논의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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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섭 한수원 사장과 노조 관계자, 울산 울진군 주민대표들은 이사회 개최를 앞둔 13일 오후 2시 경주 한수원 본사 어울림관 아사달방에 모여 앉아 비공개 논의를 진행했다. ⓒ 신상호


비공개 전환에 앞서 이관섭 한수원 사장은 "신고리 5,6호기는 울주 군민들이 의결해서 자율 유치한 발전소"라면서 "물리적 공정보다 주민이 동의해서 유치했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운을 뗐다.

이 사장은 "한수원 입장에서는 그렇다. 대통령께서 국무회의에서 공론화 결정을 했기 때문에, 공기업인 한수원 입장에선 빠른 시일내 공론화 논의를 끝내고, 신고리 5,6호기에 대해 제대로된 판단을 얻어서 짓자는 게 저희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신고리 5, 6호기에 대한 한수원 입장은 한결같다"면서 "한수원 믿어주시고 공론화기간동안 공사 일시 중단하더라도 지역 피해 없도록 세심하게 배려하고, 현재 공사장에 일하는 근로자 천명도 최대한 일자리 잃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장의 발언이 끝난 뒤 회의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이 자리에는 울주군민 대표 3명과 한수원 노조임원 2명이 배석했다.

한수원 노조 "이사들 진입, 막아내야 한다"

앞서 한수원 노조는 오후 1시부터 한수원 1층 현관 앞에서 집회를 시작했다. 이 자리에는 한수원 8개 본부, 150여명의 조합원들이 집결했다.

조합원들 손에는 '대책없는 탈원전정책 즉각 폐기하라'고 적힌 손팻말이 들려있었다. 조합원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김병기 한수원 노조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김 위원장은 "일부 환경단체들의 요구에 못이겨, (건설중단을) 결정했는데, 이것은 이해당사자와 논의를 거치지 않은 사안"이라며 "정부가 탈원전 추세라고 하는데, 탈핵을 추구하는데 대만은 다시 전기가 없어 가동하고, 중국은 수십 개 원전이 있고 후쿠시마 사고를 겪은 일본도 다시 원전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다 실패해서 하지 않으려 하는 정책을 졸속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는 사실 기억해야 한다"면서 "에너지정책은 독일에서도 20년에 걸쳐 결정했는데, 시민 배심원 몇몇이 3개월 간 걸쳐 결정하겠다고 한다"라고 정부의 방침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오늘 이사회는 이뤄져선 안 되고 사회적 합의를 장시간 걸쳐서 백년대계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라면서 "졸속추진 건설중단 즉각 철회하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마무리했다.

김 위원장에 이어 윤원석 수석부위원장, 각 본부 위원장 등이 잇따라 마이크를 잡고, 건설 중단 의결을 위한 이사회를 원천 봉쇄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윤 수석부위원장은 "오후 3시부터 일몰까지 (이사들이) 진입을 계속 시도할텐데, 같이 막아내야 한다"면서도 "(이사들이) 절대 눕게 해선 안된다. 다치게 해서는 안된다"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2신 : 13일 오후 12시 50분]
경주 한수원 본사 앞에 세워진 '철침판' 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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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신고리5,6호기 건설중단 이사회를 앞둔 한국수력원자력 경주 본사 앞에 철침판 6개가 등장했다. 한수원은 이날 반대집회를 계획한 주최측이 "사람이 다칠 수 있다"고 항의하자, 이를 부랴부랴 치웠다. ⓒ 신상호



"사람이 다치는데 철침판을 두면 어떻게 합니까?"


13일 낮 12시 10분 한국수력원자력 경주 본사 정문 앞, 집회 쪽 관계자가 한수원 경비대에 정문 출입구 앞에 설치된 철침판을 두고 항의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차량으로 진입할 계획도 없는데, 위험하게 철침판을 두고 있다"면서 "집회를 하는 사람이 오가다 다치면 어쩌려고 하느냐"고 따졌다.

집회 주최쪽의 항의가 계속되자 한수원 경비대는 낮 12시 15분께, 한수원 정문 앞에 설치된 철침판 6개를 부랴부랴 치웠다. 한수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한수원 본사는 국가 보호시설이기 때문에, 설치를 하게 된 것"이라면서 "사람이 다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철침판을 철거했다"라고 말했다.

신고리 5,6호기 원자력발전소 건설 중단을 의결하는 한수원 이사회 개최가 2시간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문 앞에서 반대 집회를 하는 울산 주민들은 늘어나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중단 반대 범국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정오 기준으로 울산 서생면 주민 100여명이 모였다. 범국민위는 한수원 도로 출입구에서 30m 떨어진 지점에서 차로를 점거하고 집회를 하고 있다.

대부분 60세 이상 고령자들이며, 그늘막 등에 앉아 집회를 하고 있다. 위원회가 별도로 준비한 방송 차량에선 원전 공사 과정 등을 소개하는 동영상과 투쟁 음악이 나오고 있다.

위원회 관계자는 "집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오후 1시에는 모두 4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라면서 "본격 집회가 시작되면, 이상대 회장이 나와 원전 건설과 관련된 발언을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수원 본사 내 곳곳 막아선 노조원들

한수원 노조원들도 시간이 갈수록 늘고 있다. 오전 11시 한수원 본사 1층에는 '공사중단 반대'라는 검은 띠를 머리에 두른 한국수력원자력 노조원 60여명이 들어왔다. 경주 월성 등 본사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는 노조원들이다.

본사 출입증이 없어 보안게이트를 통과하지 못하는 이들 조합원들은 이사들이 1층 출입구를 막고, 이사들의 출입을 봉쇄할 계획이다. 본사 근무 노조원들은 2층 게이트와 VIP전용 엘리베이터, 이사회실 등에 배치된 상태라고 노조 쪽은 전했다.

김병기 한수원 노조위원장은 "일단 이사들의 출입이 예상되는 주 출입구를 막고, 이사회로 가는 통로 곳곳에 노조원을 둬 이사회가 열리지 못하게 할 것"이라면서 "이사들이 언제, 어떤 경로로 오게 될지는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1신 : 7월 13일 오전 10시 35분]
건설 중단 이사회 앞두고 긴장감 고조된 한수원 본사 앞

13일 신고리 5,6호기 원자력발전소 건설 중단 이사회 개최를 앞둔 한국수력원자력(아래 한수원) 경주 본사 앞. 이사회 개최 시간이 가까워질 수록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수원은 이날 오전부터 경찰과 함께 본사 주출입구를 봉쇄하는 등 '건설 중단 반대' 주민들과의 물리적 충돌에 대비하고 있다(관련기사 :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13일 결정, '후폭풍' 거셀듯).

한수원은 이날 오후 3시 경주 본사(업무동 11층 이사회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추진기간 중 공사일시중단계획안' 안건을 최종 의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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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이사회가 열리는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앞에는 경찰들이 배치됐다. ⓒ 신상호


한수원은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결정에 반대하는 시위대와의 물리적 충돌에 대비해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경주 본사 업무동 출입구를 전면 통제하고 있다. 출입 통제를 위해 경찰 10개 중대 800여명과 한수원 경비인력 60여명이 배치됐다.

한수원 관계자는 "테러 등의 상황이 발생한 것은 아니어서 경비 단계는 평시를 유지하고 있지만 시위에 대비해 경찰 등에 협조를 요청했다"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본사 주출입구 등에서의 외부인 출입을 통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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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이사회가 열리는 한국수력원자력 경주 본사 주출입구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폐쇄됐다. ⓒ 신상호


이날 이사회가 열리는 한수원 본사 앞에선 오후 1시부터 울산시 울주군 주민들로 꾸려진 신고리 5,6호기 중단 반대 범국민대책위원회의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집회에는 모두 400여명의 울산 주민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오후 3시 이사회 결정을 보고 추가 집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사회 개최 저지를 위한 한수원 노조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노조는 이사들의 이사회 출입을 막기 위해 4단계 저지선 구축 계획을 세웠다. 1단계는 본사 주출입구, 2단계는 2층 게이트, 3단계는 VIP전용엘리베이터, 4단계는 업무동 11층 이사회실 앞에서 이사들의 출입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저지선 구축에는 총 100~150여명의 노조원이 동원된다.

김병기 노조위원장 등 노조 간부 2명은 이날 새벽부터 업무동 11층 앞을 점거하고 있다. 한수원 본사 출입구에도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결사반대'라는 내용의 현수막과 손팻말도 내걸었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원들은 본사 직원들이라 경찰이 따로 막지는 않겠다는 얘기를 들었다"라면서 "월성 지역 동지들이 11시쯤 도착하면 본격적인 저지선 구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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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 노조는 13일 한국수력원자력 경주 본사 주출입구 앞에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반대 현수막을 내걸었다. ⓒ 신상호


#신고리 #한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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