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창원 소녀상 앞에 깡통이... 누가 무슨 의도로?

창원 인권자주평화다짐비 계속 훼손 ... "보전 대책 빨리 세워야"

등록 2017.08.01 15:55수정 2017.08.0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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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해 마산회원구 오동동문화거리에 세워져 있는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앞에 7월 31일 저녁 누군가 깡통을 갖다 놓았다. ⓒ 유동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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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회원구 오동동문화거리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조형물이 있다. 1일 김영만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지키기시민모임' 공동대표가 하루 전날 저녁 깡통이 놓여 있었던 자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 윤성효


시민들이 세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조형물의 정신이 또 훼손되었다. 계속해서 훼손 당하고 있는 조형물은 창원 마산회원구 오동동문화거리에 있는 '인권자주평화다짐비'(일명 소녀상)다.

7월 31일 밤에는 누군가 다짐비 앞에 깡통을 갖다 놓았다. 깡통을 가져다 놓은 자리는 이전에 꽃항아리가 있었던 곳이다.

이같은 사실은 유동렬 시인이 사진을 찍어 이날 오후 11시 41분경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유 시인은 "소녀상 발 앞에 누가 저런 몰상식한 짓을 했을까"라며 "굴욕적인 위안부 협정도 철회시키지 못한 채 할머니들은 하나둘 꽃잎처럼 지건만, 다짐비를 아껴주고 지켜주지 못할망정, 소녀상을 욕보이는 동냥깡통을, 쓰레기통을 화분 자리에 갖다 놓다니요. 참 부끄러운 시민의식에 탄식이 절로 솟구친다"고 했다.

유 시인은 "실수일까 고의일까, 개념없는 시민 하나가 마산시민 전체를 욕먹게 만든다.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어 인증샷을 올려둔다"고, "소녀상이 울고 있다", "30여분 정도 놓아두었다가 소녀상 뒤쪽 화단에 던져버렸다"고 했다.

유 시인이 쓴 글을 본 사람들은 "생각이 얼마나 비뚤어져 있길래 저른 짓을 할까"라거나 "마산의 3·15정신은 어디 갔느냐", "누군가 의도성이 짙다"는 댓글을 달았다.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지키기시민모임 김영만 공동대표는 "최근에 꽃항아리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안 사람이 항아리 대신에 사용하라고 깡통을 갖다 놓았는지, 아니면 대개 깡통이라고 하면 동냥한다는 의미인데 '위안부 한일협정'의 잘못을 지적하려 한 의도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쨌든 소녀상 앞에 깡통이 놓여 있었다는 사실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며 "누가 무슨 의도로 그랬는지를 알아보고, 다시는 그런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주변에 있는 CC-TV(폐쇄회로텔레비전)을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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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회원구 오동동문화거리에 있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조형물인 인권자주평화다짐비다. 최근 표지석(아래 원)이 파손되어 치워놓았고, 소녀상 앞에 있던 꽃항아리(위 원)이 없어졌다. ⓒ 윤성효


항아리 파손, 흔들림 등 수사 촉구

이곳 다짐비는 최근 계속해서 훼손을 당하고 있다. 한 30대 남성이 지난 7월 24일 밤과 27일 새벽에 소녀상 발목에 자물쇠를 채워 자전거를 보관해 놓아,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그 남성은 자신의 자전거에 타이어 펑크가 나 있자, 27일 아침 소녀상 앞에 있던 꽃항아리를 깨부숴 없애 버리기도 했다. 이같은 행위는 CC-TV에 다 녹화되어 있었다.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지키기시민모임은 지난 7월 31일 마산중부경찰서에 꽃항아리를 깨부숴 없애 버린 사람을 처벌해 달라고 했다.

다짐비가 흔들거리는 것도 문제다. 누군가 소녀상을 잡고 흔든 것으로 보인다. 시민모임은 경찰서에 누가 다짐비를 흔들었는지 밝혀내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냈다.

시민모임은 "바닥 접합부 고정 장치가 풀려 다짐비가 1cm 가량 앞뒤로 흔들리는 것을 확인했다"며 "철저히 수사해 손괴죄로 처벌해 달라"고 했다.

앞서 다짐비 앞에 세워 놓았던 표지판은 차량에 의해 파손 됐다. 시민모임은 표지판을 다시 세우지 않았고,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다. 시민모임은 바닥에 표지판을 새길 예정이다.

안상수 창원시장 "조형물 보호대책 세워야"

창원시는 조형물 보전 대책에 나섰다. 안상수 창원시장은 지난 7월 31일 간부회의 때 다짐비 보호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안 시장은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시민이 만든 가슴 아픈 기념비로,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하는 역사적 상징물"이라며 "공공조형물로 지정해 관리할 수 있도록 하라"고 했다.

김종대 창원시의회 부의장은 "기존에 조형물 관련 조례가 있다. 그 조례만으로 다짐비를 보호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검토를 해서, 부족하다면 별도로 조례를 만드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만 대표는 "다짐비 보호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창원시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다짐비에 대해 기부채납, 조례 개정 등 세부적인 방식을 협의해 보겠다"고 했다.

다짐비는 시민 성금이 모아져 2015년 8월 27일 제막식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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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합포구 오동동 문화거리에 있는 '인권자주평화다짐비'다. 맨 왼쪽 사진은 2015년 8월 제막식 당시 놓여져 있었던 항아리이고, 중앙 사진은 지난 24일 밤 10시 30분경 찍은 사진에 보이는 항아리이며, 오른쪽은 27일 오전 9시30분경 찍은 사진으로 항아리(원안)가 없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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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합포구 오동동문화거리에 있는 '인권자주평화다짐비'에 27일 새벽 자전거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 김영만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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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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