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리스 로마' 시대로 부르게 되었을까

[서평] <세상에서 가장 짧은 세계사>

등록 2017.11.15 08:35수정 2017.11.1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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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세계사에 흥미를 느끼고 있더라도 세계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보는 일은 쉽지 않다. 중학교 시절 학교에서 읽은 만화 <그리스 로마 신화>를 통해서 난생처음으로 '세계사'로 불리는 유럽의 역사 근간에 흥미를 느껴도, 암기 과목인 세계사는 흥미를 이끌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인문 고전 읽기를 중심으로 한 인문학이 유행한다고 하더라도 일부 사람만 인문 고전에 손을 댈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통 우리가 명작이라고 말하는 고전(classic)은 대체로 유럽의 역사에 깊이 관여하는 작품으로, 당시 세계사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인문 고전에 담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어렵다.

그래서 인문학 열풍을 통해 사람들이 인문 고전의 문턱에 섰다가 미처 문턱을 넘지 못한다. 인문 고전을 읽는 일도 어려운데, 어릴 적에 암기 과목으로 접근했던 세계사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니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만약 그런 세계사를 무척 쉽고 명료하게 한 권으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있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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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세계사, 위즈덤 하우스 ⓒ 노지현


위 사진의 <세상에서 가장 짧은 세계사>는 단 한 권으로 우리가 세계사로 부르는 '유럽의 역사'의 전반적인 것들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세계사 책이라고 해서 무척 딱딱하게 어느 시대의 누군가가 새롭게 만든 제도가 무엇이고, 그 제도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길게 설명하는 책은 아니다.

어떤 시대에 일어난 특징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났는지, 이 사건을 전체적으로 보면 어떤 그림이 되는지를 다양한 그림과 도표 등의 자료를 활용해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사 공부가 이렇게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 무척 놀라웠다. 아래에서 하나의 글을 함께 읽어보자.

'로마인들은 그리스인들보다 싸움을 잘했다. 그들은 그리스인들보다 법률에 더 능통해서 법률을 이용해 제국을 운영했다. 또한 그리스인들보다 공학 기술이 뛰어났는데 이런 점은 전투를 하고 제국을 운영하는 데 매우 유용했다. 하지만 다른 모든 점에서 그리스인들이 자신들보다 뛰어나다는 사실을 인정했고 그들을 그대로 모방했다. 엘리트의 구성원은 로마인들의 언어인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모두 말할 수 있었다. 아들은 아테네로 보내 대학에 진학시키거나 그리스인 노예를 고용하여 집에서 가르치게 했다. 우리가 로마제국을 '그리스-로마'라고 말하는 것은 로마인들이 그것을 원했기 때문이다.'(본문 16)

<세상에서 가장 짧은 세계사>를 펼쳐서 읽기 시작하면 얼마 가지 않아 만날 수 있는 글이다. 우리가 흔히 '그리스 로마 신화'라고 말하는 '그리스 로마 시대'의 개념을 이것보다 어떻게 더 쉽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나는 책을 읽으면서 무릎을 '탁' 치면서 저자가 말하는 설명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역사를 설명하는 데에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지만, 굳이 '빙빙' 둘러가면서 어렵게 설명할 필요는 없다. 윗글처럼 '그리스-로마'로 부르는 역사와 시대를 설명하기 위해서 딱 필요한 부분을 통해서 흥미를 잃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세계사>는 이러한 형식을 갖추고 있다.

아래의 사진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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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낭만주의 시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세계사 ⓒ 노지현


이 사진은 19세기에 일어난 낭만주의와 근대 유럽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지표다. 게르만족의 로마 침략과 함께 일어난 사건을 이해하는 동시에, 어떻게 로마 기독교 교회가 로마가 멸망해도 살아남고, 그리스와 로마의 지식이 어떻게 근대 유럽의 낭만주의를 이끌기 시작했는지 쉽게 살펴볼 수 있다.

비교적 세계사에 흥미를 두고 있지 않은 사람도 이 정도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세상에서 가장 짧은 세계사>는 '역사적인 부분'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세계사에서 일어난 정치 사건과 함께 언어와 서민들의 이야기를 포함해 제1차, 제2차 세계대전까지 골고루 다루고 있는 책이다.

라틴어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 중 하나는 오늘날 우리가 '로망'으로 부르는 단어의 탄생 이야기다.

'서서히 속어 문학이 출현했다. 이때 문학은 라틴어가 아니라 모든 평민들의 모국어로 작성되었다. 프랑스에서 최초의 이야기들은 로망스라고 불렸는데, 그 명칭은 이야기를 쓰는 데 사용한 언어에서 따온 것이며 그 이야기들을 묵살하는 방식(지방의 시시한 작품이고, 로마의 것이다)이었다. 그다음에 로망은 이야기에 해당하는 프랑스의 단어가 되었다. 이야기들은 기사들의 영웅적 행동과 아름다운 아가씨와의 사랑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에, 주제가 로맨스라고 불리게 되었다. 이것은 라틴어에서 나온 단어이면서 시시한 소설에서 다루는 주제를 일컫는 로맨스가 가진 기묘한 이중적 의미를 설명해준다.'(본문 188)

우리가 흔히 아는 '로망'이라는 단어가 라틴어에서 출발하여 프랑스어를 거쳐 오늘날의 '로망'으로 쓰이게 된 과정은 무척 흥미롭다. 세계사를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몇 년도에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 암기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역사와 정치, 언어, 서민들의 삶과 관련된 생활을 이해하는 과정인 거다.

그동안 세계사를 읽고 싶어도 막대한 페이지 수와 중고등학교 시절 암기 과목의 트라우마 때문에 세계사를 건드리지 못한 사람에게 <세상에서 가장 짧은 세계사>를 추천하고 싶다. 이 책 한 권만 읽는다면, 당신도 지적인 대화를 위한 세계사의 넓고 얕은 지식으로 지식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노지현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세계사 - 2,000년 유럽의 모든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

존 허스트 지음, 김종원 옮김,
위즈덤하우스,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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