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 "왜 목소리 낼 수 없었는지 주목해달라"

"성폭력 피해자 향한 편견깨기부터 시작돼야" 변호인 통해 입장 밝혀

등록 2018.01.31 15:07수정 2018.02.0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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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통영지청 검사가 지난 29일 오후 JTBC뉴스룸에 출연해 검찰내 성추행 피해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 JTBC 화면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사건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고 폭로한 서지현 통영지청 검사가 "제가 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는지에 주목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31일 서 검사는 변호인인 김재련 변호사를 통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관심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전달했다.

서 검사는 "평범한 엄마로, 공무원으로 살던 제게는 큰 결심이었다"며 "부탁드린다. 장례식장 안에서 있었던 일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그 후 제가 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는지, 왜 조직이 귀 기울일 수 없었는지에 주목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또, "저는 대한민국 검사다. 법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지만, 구제 요청을 하지 못했다"며 "82년생 김지영의 문제가 김지영만의 문제가 아니듯 이것은 저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서 검사는 "이 사건의 본질은 제가 어떤 추행을 당했는지가 아니라 무엇이 문제였으며, 어떻게 바꾸어 나갈 것인가에 언론과 시민들께서 우리 사회 미래를 위해 집요하게 관심 가져 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밝혔다.

앞서 서 검사는 지난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서울북부지검에서 근무했던 2010년에 문제의 사건이 발생했다"며 "(안 전 국장이) 옆자리에 앉아서 허리를 감싸 안고 엉덩이를 쓰다듬는 행위를 상당 시간 동안 했다. 주위에 검사들도 많았고, 법무부 장관까지 있는 상황이라 그 손을 피하려고 노력을 했지만 대놓고 항의하지는 못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관련 기사: 성추행 폭로한 서지현 검사 "내 잘못 아닌 것 깨닫기까지 8년 걸렸다")

아래는 서지현 검사가 밝힌 입장문 전문이다.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관심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평범한 엄마로, 공무원으로 살던 제게는 큰 결심이었습니다.
대중 앞에 서는 것도, 제 이름을 밝히는 것도, 그리고 제가 겪었던 일을 제 입으로 말하는 것도 말입니다.

까마득한 터널 속에 있는 기분이었는데 많은 분들의 공감, 응원 덕분에 저는 이제 여러분과 같은 세상 속에 있습니다.

저에 대한 많은 기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조직 내부, 외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장례식장 안에서 있었던 일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그 후 제가 왜 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는지, 혼자만의 목소리를 내었을 때 왜 조직이 귀 기울일 수 없었는지에 주목해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대한민국 검사입니다. 법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저는 제 피해를 법적 절차에 따라 구제받지 못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구제 요청을 하지 못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것은 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82년생 김지영의 문제가 김지영만의 문제가 아니듯 말입니다.

조직 내 성폭력에 대해 피해자는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합니다.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이야기했을 때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합니다. 폭력피해자에 대한 편견깨기, 성폭력범죄에 대한 편견깨기부터 시작되면 좋겠습니다.

이 사건의 본질은 제가 어떤 추행을 당했는지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이 문제였으며, 어떻게 바꾸어 나갈 것인가에 언론과 시민들께서 많은 관심 가져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더불어 저는 제 사건에서 언급된 분들에 대한 지나친 공격, 인격적 공격을 원하지 않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검사 서지현 드림
#서지현 #안태근 #성폭력 #검찰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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