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인 교육이나마 안 하는 것보다 낫다?

[아이들은 나의 스승 130] 아이들의 스마트폰 과잉 의존, 학교교육으로 해결될까?

등록 2018.02.22 13:54수정 2018.02.22 13:54
0
원고료로 응원
지난 20일, 시교육청에서 열린 '2018년 정보화교육 업무 담당자 연수'에 다녀왔다. 초·중·고 학생들의 올바른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 습관 형성을 위한 정보통신 윤리교육 활성화라는 부제를 달았다. 말하자면, 인터넷과 스마트폰 없이는 단 한 시간도 못 견뎌하는 요즘 아이들을 일선 학교에서 어떻게 교육시킬 것인지에 대한 상급기관의 지침이 하달되는 자리다.

2015 개정교육과정 시행을 앞두고 정규교육과정에 포함된 '코딩 교육'에 관한 연수인 줄로 알고 설렘 반 긴장 반으로 참석했는데, 연수가 시작되기도 전에 조금 김이 새버렸다. 출석 날인과 함께 제공된 연수 자료를 펼치자 이내 헛웃음부터 나왔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올바른 사용에 관한 거라면, 이런 식의 연수로 해결될 리 만무하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예상했던 대로, 정보화 역기능이 심각하니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예방교육을 시행할 것을 우선 주문했다. 아이들이 인터넷, 스마트폰 중독과 사이버 폭력, 사이버 도박에 빠지지 않도록 학교가 책임지고 교육시켜달라는 것이다. 교육 자료는 여러 관련 기관의 홈페이지에 주제별로 탑재되어 있으니 활용할 수 있다는 요령까지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지침에 따르면, 학교별 교육과정운영연간계획서에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연간 7시간 이상 예방교육을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학급 단위의 집체교육을 실시한 후에는 실적을 기한 내에 보고해야 함은 물론이다. 새 학년을 준비하는 이맘때쯤이면 부서 업무별로 늘 해오던 거라 새삼스럽진 않지만, 과문한 탓인지 교육의 효과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별 효과 없는 스마트폰 과잉 의존 예방교육 

돌이켜 보면, 숱하게 가정통신문을 보내고, 수업시간을 할애해 관련 동영상을 보여주며, 이따금 외부강사를 초빙해 특강을 열어도 아이들의 반응은 시큰둥할 뿐이다. 심지어 아이들 중엔 강의 중인 외부강사 바로 앞에서 스마트폰 게임을 즐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거칠게 말해서, 학교에선 교육청에서 하라니까 하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들으라니까 듣는 것이다.

만에 하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학교가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일 뿐 진정한 의미의 교육이라고 할 수 없다. 아이들조차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짓이라는 걸 모르지 않으니, 어쩌면 그들 눈엔 반교육적인 일로 비칠지도 모른다. 몇몇 되바라진 아이들은 교사에게 찾아와 "교육을 실시했다고 서명할 테니 그 시간 자습하자"며 '거래'를 시도하기도 한다.

사실 교육청의 허황된 바람이자 지시일 뿐,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올바른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 습관을 형성시키기 위한 '교육'이란 없다. 학교에서 교육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는 단계를 이미 넘어섰다는 의미다. 연수에 참석한 교사들 대부분도 그저 '함께 노력하자'는 정도로 두루뭉수리 받아들일 뿐, 교육청의 지침대로 하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이는, 단언컨대, 단 한 사람도 없다.

지난 한 해 동안 스마트폰 하나 때문에 아이들과 숱한 갈등을 벌였다. 주변 사람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갈등의 수위가 내 경우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 하지 않았다. 자녀가 밤새 게임을 해서 스마트폰을 박살내버렸다는 이야기는 한낱 사소한 해프닝으로 치부될 정도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스마트폰이야말로 교육을 방해하는 '주적'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아이들의 스마트폰 과잉 사용, 막을 수 있을까?

아이들과의 면담은 말할 것도 없고, 어렵사리 학교를 찾은 학부모와의 상담에서도 가장 '핫한' 이슈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이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성적에 대한 고민조차도 결국엔 스마트폰으로 수렴될 정도다. 대개 처음엔 안 사준다고 난리법석을 피우더니, 사준 뒤로는 종일 스마트폰에 얼굴을 파묻고 있어 열불이 난다며 애먼 담임교사에게 해결 방안을 묻는 것이다.

그때마다 맞장구만 쳐줄 뿐 해답을 주진 못한다. "저 역시 교사이기 이전에 부모로서 대책이 없다며 좋은 방안 있으면 알려 달라"며 되레 공을 넘기곤 한다. 단점이 있는 만큼 장점도 있을 거라고 눙치고, 학교에서 관련 교육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는 하나마나한 이야기가 담임으로서 들려줄 수 있는 답변의 전부다.

수업시간 스마트폰이 울려 생활규정에 따라 압수해 일정 기간 동안 영치해도 별무소용이다. 채 며칠이 지나지 않아 같은 아이가 다시 적발되는 일이 다반사다. 듣자니까, 아이들 중에는 압수에 대비한 공기기를 챙기는가하면 분실 보험에 가입해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서로 뺏고 빼앗기는 요지경 속에 스마트폰을 만드는 회사만 싱글벙글하고 있는 셈이다.

애연가들이 종일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담배를 찾아 더듬듯, 아이들은 습관처럼 종일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전화나 문자가 온 것도 아니고, 딱히 검색해야할 게 있는 것도 아닌데 수시로 스마트폰을 꺼내 열어 본다. 물어보면, 그저 '심심해서'란다. 때문에 매일 아침 독서 시간에 책을 읽고 있는 아이가 반에서 손에 꼽을 정도다.

담임교사의 '스마트폰 그만 하고 책을 읽자'는 훈화는 아이들이 듣기 싫어하는 대표적인 잔소리가 됐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운동장도 한산해졌다. 한창 땀 흘리며 뛰어노는 걸 즐길 나이지만, 반에서 절반가량은 축구나 농구를 즐기기는커녕 스탠드에 우두커니 앉아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있다. 1년에 한두 번뿐인 체육대회조차 무용론이 대두될 지경에 이르렀다.

굳이 국가정보화법 운운하며 엄포를 놓지 않아도, 교육청이 호들갑 떨며 지침을 내려 보내지 않아도, 학교는 이미 스마트폰과의 치열한 전쟁 중이다. 용하다는 프로그램은 다 돌려봤고, 아이들을 일일이 불러다 을러도 보고 달래도 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조차 하나마나한 이야기일 테지만, 스마트폰이 주는 즐거움을 능가하는 꼭지가 마련되지 않고서는 백년하청이다.

오죽하면 학교마다 등교할 때 스마트폰을 수합한 뒤 하교할 때 나눠주는 억지스런 방식까지 도입했을까. 이는 실상 인권 침해의 소지가 농후할 뿐만 아니라, 학생회 임원들이 모여 회의를 할 때마다 안건으로 상정할 만큼 '뜨거운 감자'다. 하지만 교사들은 이구동성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수업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하소연하고, 학부모들도 대체로 이에 동의한다.

형식적인 교육, 정말 안 하기보다 나을까?

스마트폰이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지 채 10년도 되지 않았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미 온 사회가 어찌 손 써볼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적절한 비유일지는 모르지만, 고등학생 정도만 돼도 어릴 적 식습관에 길들여져 웬만해선 식성을 변화시킬 수 없다. 아이들의 스마트폰 과잉 의존 상태가 흡사 굳어진 식습관과 같다면 너무 나간 것일까.

그래도 형식적인 교육이나마 안 하는 것보다 낫다는 논리로 이런 연수는 늘 합리화되고 해마다 반복된다. 일부 학부모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방치해왔기 때문에 상황이 점점 심각해져가는 거라며 언뜻 학교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아예 '코딩 교육'처럼 정규교육과정에 정보통신 윤리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입시 과목을 개설하자는 황당한 주장도 있다.

거듭 강조하건대, 그렇게 학교 교육에 책임을 묻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침에 따라 연간 의무 교육이 7시간, 아니 70시간으로 확대된다고 해도, 그저 실적 쌓기 경쟁일 뿐 껌 딱지처럼 달라붙은 아이들의 손과 스마트폰을 떼어놓을 순 없다. 차라리 고3 1년 동안 대학입시를 위해 부러 2G폰으로 바꿨다는 한 아이의 장난 섞인 말이 정답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TV만 틀면 모든 채널에서 유명 연예인이 등장하는 신형 스마트폰과 스마트폰 게임 광고가 태반이에요. 은근히 사이버 도박을 종용하는 듯한 광고마저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편의점 다음으로 많은 가게가 커피 전문점과 스마트폰 가게래요. 학교 울타리만 벗어나면 온통 스마트폰 세상인데, 선생님은 학교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개과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연수가 진행되는 도중 주위를 둘러보았다. 연수에는 별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폰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교사들이 적지 않았다. 연수가 끝나면 학교로 돌아가 올바른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 습관 형성 교육을 실시해야 할, 명색이 정보화교육 업무 담당자들인데 말이다. 이럴진대 대체 누가 누구를 교육하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AD

AD

인기기사

  1. 1 '곤두박질' 윤 대통령, 지지율 올릴 뜻밖의 묘수
  2. 2 기사 보고 답답해... 저도 용산 대통령실까지 걸어갔습니다
  3. 3 복귀하자마자 날벼락... 윤 대통령 부정평가 70% 찍다
  4. 4 [단독] '김건희 표절' 피해 현직교수 "국민대가 도둑질 방치"
  5. 5 [단독] 한동훈 일가 '스펙공동체' 의혹, 연세대 본조사 착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