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시된 모바일 게임 '왕이 되는 자'의 유튜브 광고. '탈의, 옷 찢기 등 미니 게임'이 있다거나 '목욕, 뽀뽀, 마사지' 등의 기능도 있다는 영상으로 홍보하고 있다.
CHUANG COOL ENTERTAINMENT
'더 야하게'를 요구하는 업계 분위기 속에서 여성 직원들은 마지노선 역할을 하고 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노출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다. 게임 회사에서 원화가로 일하는 C씨는 "이른바 '로리타(미소녀를 성적대상화하는 것)' 캐릭터의 노출 작업을 의뢰받은 적이 있었다"라며 "(노출이 있는 캐릭터를) 너무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그리는 것에 거부감이 들어, 연령대를 조금 높여서 작업한 적이 있다"라고 했다. C씨는 이어 "여전히 캐릭터가 노출한 미성년자처럼 보인다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그래도 최대한 직접적인 노출은 하지 않고 가리는 쪽으로 작업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종종 좀 더 수위를 높여서 표현해달라는 지시가 올 때마다 '심의기준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냐'라는 발언을 했다"라면서 "그때마다 '이 정도는 괜찮다'라며 더 노출해줄 것을 요구받은 적이 있다"라고 했다. 그는 "그래서 내 선에서 작업물에 과도한 섹스어필이 첨가되지 않도록 신경써서 작업한다"라고 덧붙였다.
게임회사에 다니는 D씨 역시 각종 성상품화 논란에 대해 "막아서 이 정도다"라고 했다. 그는 "게임업계에서 팬티 무늬는 물론 스타킹 무늬와 길이 등이 다 돈"이라며 "그것을 팔아서 돈을 버는 것이기 때문에 망사로 할지 땡땡이 무늬로 할지가 중요한 회의 내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회의에서 바바리맨 같이 이상한 컨셉들이 얘기될 때가 있다"라며 "그때마다 '문제 될 수 있다', '굳이 해야되냐'라고 문제제기 한다"라고 했다.
그는 또 "캐릭터를 홍보용 그림에 넣을 때도, 노출이 심한 복장 대신 몸매가 드러나지 않는 옷으로 바꿔서 내고 있다"라며 "노출이 있거나 팬티가 보일 듯 말 듯한 야한자세로 시선을 끌어 홍보하려고 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사무실, 병원, 학교 등에 캐릭터를 합성할 때, 성적 판타지를 불러일으킬만한 복장을 지양하는 것이다.
남녀 성역할에 대한 고민도 한다고 한다. 그는 "캐릭터 의상과 머리색에 되도록 분홍과 파랑 계열은 쓰지 않으려고 한다"라며 "초록색, 보라색, 노랑색 등을 많이 쓰는 편"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커피 심부름도 '당연히 여자가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없애기 위해, 남자 캐릭터가 하게하고 무거워 보이는 것을 여자가 들게 하는 등 남녀 성역할이 고정되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소소하지만 온 몸으로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면 국내 게임은 해외 게임에 밀릴 것"
그러다보니 그는 회사에서 일명 '꼴페미(꼴통페미니스트의 준말로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 표현)'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저항'하는 건 게임을 좋아하는 게임업계 종사자이자 게임 유저이기 때문이다.
"캐릭터의 성격과 게임의 특성을 살리는 게 아니라 노출로 게임을 홍보하는 게 쉬운 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이는 페미니즘을 떠나 정말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서 하면 안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게임 내 여성혐오, 성상품화 분위기를 없애기 위해 유저들이 여성유저를 무시하지 않고 여혐 발언을 채팅창에 쓰지 않는 방법이 있다"라면서 "게임 유저이자 게임업계 당사자로서도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과도한 노출, 혐오성 발언을 피해 홍보하는 게 그것"이라며 "그렇게 해서라도 게임 내, 게임회사 내 분위기가 바뀌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페이머즈는 "여성 게임 개발자와 노동자가 그들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것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면서 선정성과 노출은 게임의 미래가 아니라고 경고했다. 그는 "오버워치 등 수익률이 높은 게임들을 보면, 선정적인 캐릭터 표현과 노출이 수익률을 좌지우지하는 요소가 아니다"라면서 "(그런 게임들은) 스토리, 연출, 작화 등으로 승부하고 있다"라고 했다.
반면 국내 게임은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선정적이고 비윤리적이며 소아성애적인 것을 원하는 소비자들만을 타깃으로 삼고 그런 게임만을 만들어나간다면, 국내 게임은 게임 콘텐츠로 승부를 보는 해외 게임들에게 밀려나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이상화 교수실장도 "상품성은 도덕성을 저버려야만 높아지는 게 아니다"라면서 "많은 소비자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데 여기에 따라가지 않고 선정성만 추구하는 콘텐츠는 외면 받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기획 - 게임회사 여성직원]
① 게임업계에 독버섯처럼 퍼지는 '페미니즘 사상검증'
② '반 메갈'은 돈이 된다? 휘둘리기만 하는 게임업계
③ "혹시 나도..." 공포에 떠는 게임회사 여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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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야하게... 더 세게... 주문에 맞선 여직원들의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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