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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봐주기' 부동산 대책 ... "아파트 소유자만 봉인가?"

종부세·공시가격 현실화 등 대기업 토지는 '열외'... "불로소득 장려하나"

등록 2019.12.20 17:03수정 2019.12.2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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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차 그룹 신사옥 GBC 예정부지 모습. 이 토지의 공시지가는 실거래가격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 연합뉴스

 
이번에도 재벌들은 빠져나갔다. 정부가 고가 아파트를 조준해 공시가격 현실화와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을 하기로 했지만, 재벌 부동산에 대한 개선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지난 2018년 종합부동산세 개편부터 한결 같은 '재벌 봐주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7일 발표한 공시가격 개편 방안의 핵심은 시세 9억 원 이상 아파트 공시가격을 실거래가 수준으로 현실화해, 보유 수준에 맞게 세금을 걷겠다는 것이다. 공시가격을 올려 부동산 수준에 걸맞게 세금도 더 걷겠다는 명분이다.

정부는 실거래가격 9억 이상 초고가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내년부터 70~80% 수준에 맞추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제시했다.

그런데 공시지가는 크게 건드리지 않았다. 땅값과 건물값을 합산하는 공시가격과 달리, 공시지가는 땅값만 책정한다. 대기업 빌딩과 공장 등에 대한 세금은 '공시가격'이 아닌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매겨진다. 재벌들이 가진 부동산의 보유세 역시 '공시지가'(땅값)가 기준이다.

부동산 보유 수준에 맞게 세금을 걷겠다면, 재벌 부동산의 과세 기준인 '공시지가' 역시 현실화시키는 게 이치에 맞다. 그런데 이번 대책에서 공시지가 인상률은 상당히 낮다.

내년 공시지가 시세반영률 1%p 내외 수준 상승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공시지가는 실거래 가격의 64.8% 수준이다. 국토부는 7년 이내 실거래가격의 70% 수준에 맞춘다는 가정 아래, 내년 공시지가를 책정할 예정이다. 산술적인 평균을 계산하면, 1년에 1%p 정도 상승하는 수준이다.

실거래가 9억 이상 아파트 공시가격은 당장 내년부터 8~12%p 올려, 실거래가의 70~80% 수준으로 맞추겠다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소극적인 방안이다. 아파트 가진 사람들에 대한 세금만 올리고, 재벌들은 계속 봐주겠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본부장은 "재벌들이 가진 토지, 공시지가를 매년 1%씩 올리겠다는 것은 사실상 재벌들이 가진 땅에 대해 제대로 세금을 매기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그러면서 아파트 소유자에게만 세금을 늘리겠다는 것은 형평성이 전혀 맞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에도 재벌 봐주기, 아파트 소유자만 봉인가?"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5대 재벌들이 가진 부동산 규모는 현재 70조 원이 넘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5대 재벌(삼성, 현대차, LG, SK, 롯데)이 소유한 토지 자산(장부가액 기준)은 2018년 말 기준으로 73조 2000억 원이다. 지난 1995년과 비교하면, 61조 원 증가한 수치다.

기업별로 보면 현대차그룹이 가진 토지가 24조 7000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현대차 그룹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 부지(옛 한전부지) 등을 사들인 영향이 컸다. 이어 롯데가 17조 9000억 원, 삼성이 14조 원, SK가 10조 4000억 원, LG가 6조 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재벌들이 보유한 토지의 공시지가는 시세에 비해 매우 낮다는 게 경실련 주장이다.

일례로 현대차그룹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부지의 올해 ㎡당 공시지가는 5670만원, 3.3㎡로 환산하면 1억 8711만 원 수준이다. 한국전력이 현대차그룹에 토지를 매각할 때 가격(4억 4000만원)의 42.52% 수준에 불과하다.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의 경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발맞춰 공시지가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하얏트와 신라, 반얀트리 등 특급호텔들의 공시지가가 주변 주택가 토지보다 낮다는 사실이 오마이뉴스 취재로 밝혀지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재벌 부동산을 두고 여러 잡음이 나오는데도 이번 공시가격 대책에선 쏙 빠졌다"면서 "도대체 정부와 재벌간 무슨 관계가 있길래, 재벌 부동산에 대해서는 이렇게 봐주기식으로 일관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국토부 "내년 로드맵에 구체적인 수치 제시할 것"

김영한 국토교통부 토지정책관은 "공시지가 현실화 대책에 나온 공시지가 상승 부분은 내년 공시지가 책정에만 적용되는 수치"라면서 "장기적으로 공시지가를 어느 수준으로 현실화할 것인지는 내년 발표될 공시지가 로드맵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토지정책관은 이어 "재벌 토지에 대한 공시지가 현실화 문제도 향후 관련 용역과 공론화 과정 등을 거쳐서 확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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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로 롯데월드타워를 내려다본 모습. ⓒ 롯데물산

 
재벌 부동산은 종합부동산세 인상 대상에서도 빠졌다. 지난 12.16 부동산 대책을 보면,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인상 방안은 제시돼 있지만, 토지분(종합합산, 별도합산)에 대한 방안은 없었다.

재벌 토지(별도합산토지)에 대한 종합부동산 세율은 0.5~0.7%. 지난 2005년 종합부동산세가 처음 도입될 당시 세율(0.6~1.6%)보다 0.1~0.9%p낮아져 있는 상태다. 지난해 정부는 종합부동산 세율 인상을 결정할 때도 재벌토지에 대한 세율은 건드리지 않았다.

종부세 개편서도 빠져나가... "재벌들에 불로소득 장려하는 꼴"

당시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앞으로의 경제 운영에 있어서도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그런 것에 대해서 신경을 썼다"고 했다.

결국 재벌들은 이번에도 부동산 대책의 칼날을 피해나간 셈이다. 전문가들은 재벌 부동산 과세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정의롭지도 않고, 효율적이지도 못하다고 꼬집는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정부 부동산 대책에서 재벌들 비업무용 토지에 대한 대책은 단 한번도 포함된 적이 없다"면서 "불로소득에 대해서는 세율을 높여야 하고, 철저히 과세하는 것이 원칙인데 그런 원칙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기업들이 정상적인 생산 활동을 통해 내는 법인세보다 토지 불로소득 세율이 훨씬 낮다면, 기업들은 생산 활동을 중단하고 부동산 투기, 불로소득을 내는데 몰릴 것"이라며 "비생산적인 활동을 장려하는 지금의 과세 체계는 정의롭지도 않고, 효율적이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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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소속입니다. 주로 땅을 보러 다니고, 세종에도 종종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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