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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공급부족론자들에게 묻는다

[주장] 집값 폭등의 근원은 '투기'... 문재인 정부가 부족했던 점과 해야 할 일

등록 2020.07.24 19:04수정 2020.07.24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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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 연합뉴스


'3기 신도시'와 '강남 그린벨트 해제 논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공급부족론'이 이론적 바탕이라는 것이다.

공급부족론은 주택 가격이 올라가고 투기가 기승을 부릴 때마다 등장하는 프레임이다. 이를 간략히 정리하면 '상품 가격은 수요공급곡선으로 설명이 가능한데, 주택가격이 폭등한다는 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신호이니 문재인 정부는 세금이나 대출 관리로 수요를 억제하지 말고 재건축 및 재개발 관련 규제를 전부 풀고 강남 등을 대체할 대체지를 발굴해 주택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그래야 주택가격이 안정된다' 정도가 될 것이다.

이 공급부족론이 좀비처럼 죽지 않고 되살아나는 이유는 뭘까? 보통 시민들의 직관과 상식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이 올라가고, 공급에 비해 수요가 부족하면 가격이 내려간다'는 건 주택을 제외한 대부분 상품에는 맞는 말이다.

주택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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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 해제' 논의 등 주택가격이 올라갈 때마다, 주택 공급을 늘려야 시장이 안정된다는 주장이 매번 제기된다. 그러나 이는 맞지 않는 말이다.(자료사진)? ⓒ 연합뉴스

 
그러나 우리가 신물나게 경험했듯이 주택은 다른 상품과는 반대로 움직인다. 주택은 가격이 오르면 재고주택 공급이 오히려 확연히 줄고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그러면서 가격이 더 오른다. 극단적인 매도자 우위의 시장이 되는 것이다. 2014년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이 정확히 그렇다.

반대로 가격이 내려가면 재고주택 공급이 크게 늘고 수요가 삽시간에 사라져 가격이 더 폭락한다. 극단적인 매수자 우위의 시장이 되는 것이다. 2012·2013년 서울 아파트 시장이 정확히 그랬다.

이처럼 주택과 다른 상품의 수요공급 곡선이 완전히 상이한 이유는 투기적 가수요 때문이다. 주택은 소유(임대소득) 및 처분(매매차익) 시에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노리는 투기적 가수요가 엄청나게 강하다. 그러다 보니 수요와 공급을 매개하는 가격 메커니즘이 왜곡되는 것이다. 하지만 냉장고·세탁기·스마트폰처럼 소유(임대소득) 및 처분(매매차익) 시에 불로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상품들은 투기적 가수요가 없고, 따라서 가격이 수요와 공급 사이를 정확히 매개한다.

정리하자면, 주택은 다른 상품과 수요공급곡선이 완전히 다르다. 따라서 가격상승을 공급부족의 증거로 해석하는 건 큰 잘못이다. 주택 가격상승은 투기적 가수요에 기인한 부분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공급부족론은 투기적 가수요와 실수요를 구분하지 않는다는 치명적 난점을 내포하고 있다.

폭등의 근본원인은 투기

최근 주택가격 폭등이 공급부족 때문이 아니라 거의 전적으로 투기 탓이라는 실증적 증거들은 차고 넘친다. <표 1>을 보면 1995년~2017년 주택 수는 2.12배가 늘었고 주택보급률은 29.4%p가 늘었다. 하지만 자가보유율은 고작 2.7%p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주택공급을 폭발적으로 늘렸음에도, 내 집을 가진 사람은 거의 늘지 않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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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년의 주택가격 폭등이 공급부족 때문이 아니라 거의 전적으로 투기 때문이라는 실증적 증거들은 차고 넘친다. ⓒ 이태경

 
새로 공급된 주택들은 어디로 갔을까? 당연한 말이지만 유주택자들 차지가 됐다.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통계를 보면 2008년~2018년 유주택자 중 상위 1%는 소유주택 수를 1인당 3.5채에서 7채로 2배 늘렸고, 상위 10%는 소유주택 수를 1인당 2.3채에서 3.5채로 늘렸다. 2018년 기준 상위 10% 유주택자들이 보유한 전체 주택 수는 무려 450만8000호에 달하고, 상위 1% 유주택자들이 보유한 전체 주택 수도 90만9700호에 이른다.

한편, 박근혜 정부 때 '빚내서 잡사라'는 초이노믹스가 촉발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은 2014년 가을부터 본격화돼 2015년과 2016년 완만하게 이어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기울기가 가팔라졌다. <표 2>를 보면 2주택자와 3주택자 증가속도가 1주택자 증가속도를 확연히 압도하는 걸 알 수 있다. <표 3>과 <표 4>를 보면 신규주택이 나오는 족족 유주택자들이 사들이는 현상이 얼마나 극심한지를 알 수 있다. 쉽게 말해 서울을 포함한 전국 주택 가격 폭등의 근본원인은 다름 아닌 '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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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를 보면 2주택자와 3주택자 증가속도가 1주택자 증가속도를 확연히 압도하는 걸 알 수 있다. ⓒ 이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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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3>과 <표4>를 보면 신규주택이 나오는 족족 유주택자들이 사들이는 현상이 얼마나 극심한지를 알 수 있다. 쉽게 말해 서울을 포함한 전국 주택 가격 폭등의 근본원인은 투기이다. ⓒ 이태경


특기할 대목은 주택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고 전체 주택시장을 견인하는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에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수하는 이른바 '갭투자' 비율이 약 70%에 달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2019년 3월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국토교통부 '자금조달 및 입주계획서 현황' 자료를 보면, 봄 이사철을 앞두고 갭투자 비율이 치솟았던 2018년 1월 기준 서울 시내에서 갭투자 추정 거래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성동구(76.1%), 강남구(75.5%), 용산구(72.7%), 송파구(72.3%), 서초구(72.2%) 순이었다 한다. 마포구도 66.7%로 70%대에 바짝 다가섰다.

강남 3구와 '마용성'의 주택가격이 급등했던 건, 주택소비자들이 이들 지역에 살고 싶은 열망이 커서가 아니라 '갭투자'로 불리는 투기수요 덕분이었던 것이다.

통계가 보여주는 공급부족론의 허점

위에서 살핀 것처럼 서울 등의 주택 가격 폭등은 단연 불로소득을 노린 투기적 가수요 탓이다. 그런데도 가격 폭등이 공급부족 때문이라고 강변하는 미디어와 전문가들은 여전히 많다. 그들에게 아래 표를 보여주고 싶다.

<표 5>를 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이 바닥을 찍던 2012년과 2013년의 준공물량이 각각 2만6115호와 3만3607호임을 알 수 있다. 주목할 만한 건 서울 아파트 가격이 대폭등을 거듭하던 시기인 2018년과 2019년의 준공물량이 각각 4만3738호와 4만5630호라는 사실이다.

즉, 서울 아파트 가격이 바닥을 기던 시기보다 폭등을 거듭하던 시기의 아파트 준공물량이 훨씬 더 많았다는 것이다. 이는 공급부족론을 무색하게 만드는 통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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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5>를 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이 바닥을 찍던 2012년, 2013년 준공물량이 각각 2만6115호와 3만3607호임을 알 수 있다. 가격이 폭등하던 시기인 2018년, 2019년 물량은 그보다 많은 4만호대다. 이는 공급부족론을 무색하게 만드는 통계다. ⓒ 이태경


또한 공급부족론자들이 공급부족 대표도시로 지목하는 서울의 경우,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4만8800호, 2013년 4만9800호, 2014년 5만6000호, 2015년 4만2800호, 2016년 4만8600호의 주택이 순증(준공주택총수에서 멸실주택총수를 뺀 주택수)했고, 향후 2022년까지 연평균 5만5000호로 추정되는 신규수요에 비해 연평균 7만2000호 공급이 예정된 상태다.

노태우 정부 200만 호 공급의 경우

이론적 근거와 실증적 통계가 증명하듯 서울 등 주택가격 폭등은 공급부족 때문이 아니라 투기적 가수요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는 여전히 입만 열면 공급확대를 합창하는 미디어와 전문가 투성이다.

이들에게 묻고 싶다. '부동산 관련 세금으로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대출을 바짝 조여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유동성을 차단해, 기존 재고주택 가격을 하락시키지 않고 신규 공급만으로 시장을 안정시킨 적이 있느냐'고 말이다. 아마 이들은 말할 것이다. 노태우 정부 때 했던, 1기 신도시 건설을 포함한 주택 200만 호 공급이 있지 않느냐고.

그러나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노태우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1기 신도시 건설을 포함한 주택 200만 호 공급을 한 건 사실이고, 이게 주거안정과 주택가격하락에 기여한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당시엔 주택보급률이 2020년 지금과는 비교도 하지 못할 정도로 낮았다. 실거주자를 위한 대량 주택보급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었다.

노태우 정부가 신규공급만으로 시장을 안정시켰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당시 정부는 공급확대정책을 매우 과감하게 펼치는 한편, '토지공개념 3법'으로 불리는 택지소유상한법, 토지초과이득세법, 개발부담금법을 제정해 강력한 '불로소득 환수정책'을 병행했다. 즉, 노태우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황금의 1990년대를 열 수 있었던 데에는 실거주자 수요를 충족시키는 '주택보급률 제고'와 '강력한 투기억제'가 두 개 기둥으로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남 그린벨트 해제 요구'를 비롯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요구가 전혀 진정성이 없어 보이는 건 이런 요구를 하는 자들이 불로소득 환수 및 대출 관리를 통한 투기적 가수요 억제에는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의 공급확대 주장은, '부동산 투기판에 추가로 땔감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로 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오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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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보완대책 추진방향 등에 대한 내용을 담은 '제10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 권우성

 
끝으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 몇 마디 보태고 싶다. 정부 출범 뒤 발표한 주요 대책들을 보면 부동산에 관한 명확한 철학·인식 위에서 대책이 설계되고 집행되기보다는 시장 상황에 수동적으로 대응한다는 성격이 짙다. 그러다 보니 선제적 대응보다는, 투기가 기승을 부리고 가격이 상승하면 이를 허겁지겁 뒤따라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관련 기사 : 서울 주요 아파트, 문재인 정부 들어 4억5000만원↑ , [6.17 부동산 대책 분석] 또 집어든 핀셋... 투기꾼과 여전히 숨바꼭질 중).

문 정부가 그간 발표한 다섯 차례 주요 대책을 보면 미흡한 투기수요 억제 대책과 3기 신도시로 대표되는 공급확대 대책의 투트랙으로 진행되는 걸 알 수 있다. 일견 타당해 보이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것은 투기적 가수요를 초기에 확실히 제압하지 못해 가격이 급등하자 공급확대 대책이 소방수로 등장하는 모양새다. 최근 강남 그린벨트 해제 논의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 출범 당시에는, 저금리와 방만한 대출관리(은행 기준 2014년 12월 말 460조 원이었던 주택담보대출잔액이 2019년 11월 말 648조 원으로 폭증했고, 2012년 23.2조 원이던 전세자금 대출잔액이 2019년 4월 말 102조 원으로 급증했다) 등의 원인으로 2014년 가을부터 오르기 시작한 서울 아파트 시장의 상승세가 4년째 진행 중이었다. 따라서 정부는 출범 초부터 부동산 세금 중과와 강력한 대출 관리를 통해 가격 급등을 제어해야 했다.

하지만 문 정부는 최대한 짧은 기간 안에 연속적으로 투사했으면 효과를 발휘했을 부동산 대책들을 축차적으로 투입하는 정책적 오류를 범했다. 이번 정부의 주요 부동산 대책은 각각 방점이 있다. 예컨대 9.13 대책은 종부세 카드에, 12.16 대책은 고가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강력한 대출 관리와 갭 투기 방지에, 6.17 대책은 법인 및 재건축 규제에, 7.10 대책은 다주택자들을 타깃으로 한 세금 중과에 각각 방점이 찍혀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문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간 간격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점, 성긴 그물이던 대책이 시간이 지날수록 촘촘해지고 있다는 점 등이다. 문 정부는 부동산을 못 잡으면 정권뿐 아니라 '나라가 망한다'는 각오로 시장을 예의 주시하며 더 강력한 후속대책들을 준비하기 바란다. 그게 문재인 정부도 살고, 대한민국도 사는 길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이태경 시민기자는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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