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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님, 세월호를 잊으셨습니까

세월호참사 7주기 기억식을 '성역없는 진상규명' 완수 보고식으로

등록 2020.10.04 20:20수정 2020.10.0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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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훈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6년 6개월이 지났습니다. 정권이 바뀐 후 모두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이 금방 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의 과제이자 문재인 정부의 책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청와대는 "임기 내에 진상규명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론적 입장표명만 반복할 뿐 진상규명을 위한 어떠한 계획도, 방안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가족협의회' 엄마·아빠들은 지난 봄에 치열한 논의를 거쳐 "세월호참사 7주기까지 진상규명을 끝내야 한다"라고 선언하고, 남은 시간 동안 온 힘을 다할 것을 결의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막바지인 2021년에는 연초부터 모든 정치적 관심이 보궐선거로 시작해 대통령 선거로 이어질 것입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시간은 세월호참사 7주기인 2021년 4월 이전까지입니다.

구조 방기의 이유와 세월호의 급선회/침몰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반드시 청와대, 국정원, 군을 조사하고 수사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검찰 특별수사단은 드러난 국정원의 혐의가 없어서 수사를 할 수 없다고 발뺌을 하고 있고, 수사권이 없는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국정원과 군이 협조하지 않기 때문에 필요한 기록조차 확보할 수 없는 입장입니다.

국정원과 군을 조사, 수사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나서야 합니다. 국정원과 군의 문을 열 수 있는 이는 대통령뿐이기 때문입니다.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약속해 온 문재인 대통령이 그 약속을 정말 지킬 수 있는 길은 자신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국정원과 군이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조사와 수사를 받도록 지시하고 책임지는 것뿐입니다. 국정원과 군이 숨겨놓고 내놓지 않는 세월호참사 관련 기록과 증거를 낱낱이 찾아내야 하며, 그 과정과 결과를 검증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는 특별조사위원회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세월호참사의 책임을 져야 할 당시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국회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2015년에 출범한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아래 특조위)는 예상대로 조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가 조직적으로 1기 특조위를 방해하기 시작했고, 이에 우리 가족들과 시민들은 1기 특조위 위원들, 조사관들과 함께 무기한 단식을 하며 활동기한 보장을 외쳤지만 결국 2016년 6월에 강제해산당하고 말았습니다.

현재 1기 특조위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던 박근혜 정부의 방해세력들은 대부분 그 죄가 인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선고형량은 터무니없이 약할 뿐만 아니라 증거가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범죄자들 대부분 죄를 인정하기는커녕 모르쇠이거나 서로 죄를 미루고 있습니다. 1기 특조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이렇듯 별 성과 없이 온갖 방해를 받으며 끝나진 않았을 것입니다.

2018년 12월 두 번째 특별조사위원회인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아래 사참위)가 출범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기소권과 수사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진상규명을 약속한 문재인 정부이기 때문에 진상규명은 곧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에서는 박근혜 정부와 달리 조직적으로 진상규명을 방해하거나 탄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조사대상 기관과 당사자들의 비협조와 저항은 계속되었습니다. 게다가 사참위가 수사요청을 여덟 번이나 했음에도 검찰 특별수사단은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벌써 6년 6개월입니다

이렇게 답답하게 흘려보낸 시간이 6년 6개월입니다. 그리고 6개월 후면 대부분 형사범죄의 공소시효인 7년입니다. 적어도 검찰이 외압에 굴복하고 타협해 부실 왜곡 수사를 하고 박근혜 정부가 조직적으로 진상규명을 방해함으로써 진상규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던 그 시간만큼 공소시효를 연장해야 합니다. 박근혜 정부가 국회가 만든 법과 특조위를 불법적으로 무력화시키는 것을 막지 못한 국회에도 그 책임이 있기 때문에 공소시효 문제는 국회가 앞장서서 해결해야 합니다. 사회적 재난 참사의 공소시효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국회는 30년간 봉인된 세월호참사 관련 박근혜 청와대의 대통령기록물 공개를 책임지고 결의해야 합니다. 세월호참사 당시 컨트롤 타워여야 했던 청와대의 행적을 밝히는 것이 성역 없는 진상규명의 핵심입니다. 국정원과 군을 조사해야 하는 것도 청와대의 행적을 밝히기 위해서입니다.

대통령기록물을 공개한다고 해도 실효성 있는 기록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지적이 있으나, 박근혜 청와대의 행적을 밝히는 것이 진상규명의 핵심인데 그 기록을 조사하지 못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만일 대통령기록물이 부실하다고 해도 이를 통해 증거인멸 및 증거인멸의 이유를 파헤치는 것 또한 진상규명의 중요 과제입니다.

1기 특조위와 똑같이 조사권만 가지고 1기 특조위보다 조사인원이 훨씬 적은 사참위가 세월호 급선회/침몰의 원인을 규명하고 청와대/국정원/군의 행적을 밝기는 어렵습니다. 이렇게 한계가 분명한 조사위원회를 만든 것은 국회입니다. 따라서 21대 국회는 진상규명 지체의 원인을 제공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라도 사참위가 수사권을 갖고 충분한 조사인원으로 진상규명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참사진상규명특별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평범한 일상을 살던 우리들은 어느 날 갑자기 유가족이 되었습니다. "엄마 아빠, 잘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수학여행을 떠났던 시연이는 "꼭 살아서 엄마한테 전화할게" 이 약속을 지키려고 차갑고 시커먼 바닷물 속에서도 휴대폰을 놓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다 결국 그 작은 손에 휴대폰을 꼭 쥔 채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 매일 아침 시연이의 영정사진을 보며 이를 악물고 다짐합니다.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 왜 침몰했는지, 왜 그날 세월호만 출항을 했는지, 우리 엄마 아빠들은 꼭 알아야겠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2014년 4월 16일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도 팽목항에서, 광화문 세월호 광장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외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께 '스스로 하신 진상규명 약속을 세월호참사 7주기까지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는 길이 어디건 함께해주시는 많은 시민들이 계셨기에 오늘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의 바람은 세월호참사의 성역 없는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통해 국가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것만이 함께해주신 여러분들께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반드시 '국가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이룰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윤경희 시민기자는 (사)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가족협의회 대외협력부서장(단원고 2-3 김시연 엄마)입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소식지 <교회와인권> 277호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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