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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당 4000만원 넘는 공공재개발 아파트로는 집값 못잡는다

[取중眞담] 고분양가·대출 풀기·종부세 완화까지, 집값 잡는 정책 맞나

등록 2021.04.23 11:36수정 2021.04.2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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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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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대위원장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정부와 집권여당이 연일 '집값 안정'이 아닌 '집값 폭등'을 위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4·7 재보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달래겠다며 거론하는 부동산 정책들이 죄다 집값을 자극하는 것들뿐이다.

공공 재개발 사업지에서는 12~13억 원의 고분양가를 책정하고, 고분양가 아파트 수요를 떠받치기 위한 대출규제 완화도 준비하고 있다. 상위 3%를 위한 세금인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 완화도 검토에 들어갔다.

[고분양가 아파트 공급] 평당 4000만원 넘는 공공재개발 아파트

공공재개발 첫 사업지인 흑석2구역의 예상 분양가는 평당 4224만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지난 16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흑석2구역 추진위원회에서 공개된 내용이다. 전용면적 84㎡ 기준으로는 13억원이 넘는다. 신반포자이와 디에이치자이개포 등 최근 서울 강남에 분양했던 아파트 분양가와 맞먹는다.

공공재개발 사업은 정부가 지난 4일 발표한 주택공급 정책의 핵심이다. 정부는 2025년까지 57만3000호의 주택을 공공재개발 방식으로 확보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첫 사업지에서부터 서민이 감당하기 어려운 초고분양가가 책정된 것이다.

만약 이 분양가가 최종 확정된다면, 향후 다른 공공재개발 아파트 분양가도 비슷한 수준으로 매겨지게 될 수밖에 없다.  

사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었다. 정부는 공공재개발 사업에 대해선 분양가상한제를 면제해주면서, 고분양가 책정의 길을 열어놨다. 수년간의 집값 상승으로 토지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상황에서 재개발 사업지 토지주들의 이익을 보장해 주려니 고분양가 책정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그동안 고분양가 아파트가 주변 집값 상승을 유도했다고 분석하면서 분양가상한제를 실시해 왔다. 그런데 이제는 공급을 늘리겠다며 공공재개발 사업지에서조차 초고분양가 아파트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당장 시민사회에서는 '공공재개발 정책은 공공주도 집값 상승 정책'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정부가 공공재개발로 포장하여 투기를 조장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공공재개발은 기성 시가지 내 난개발을 공공이 앞서서 조장하고  투기세력 확산을 초래하는 사업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빚내서 집사라 시즌2] 실수요자에게 '상투' 잡으라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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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들. ⓒ 연합뉴스


10억원이 넘는 공공 아파트를 누가 살 수 있을까? 정부는 초고분양가 아파트를 떠받칠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빚내서 집사라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20일 비공개 당정협의를 열어 주택담보대출(LTV) 비율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실수요자에 대해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일부 완화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40년 만기 대출상품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 대표를 지낸 이낙연 의원은 지난 보궐선거 당시 50년 만기 모기지 상품을 도입하겠다고도 했다. 만기를 늘려주면 월 상환 부담이 덜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집값 거품을 막기 위해 대출을 엄격히 관리해왔던 문재인 정부가 이제는 박근혜 정부 시절 '빚내서 집사라' 정책을 부활시키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대출 규제 완화는 주택 수요를 늘려 지금의 '집값 거품'을 다지는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은 한국은 주택 가격이 잘 떨어지지 않는 속성이 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조사한 '2019 국민대차대조표'에 따르면, 국민순자산(비금융자산)에서 합산 부동산(건물+토지)이 차지하는 비중은 76.1%였다. 서민들의 경우 집 한 채가 사실상 전 재산인 상황에서 가격이 떨어지면 팔지 않는 성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빚을 내서 집을 사게 하는 경우,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 정부는 신혼부부·청년 등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대출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실수요자들이 빚을 내 비싼 값에 주택을 사고, 다주택자·공공재개발 조합·건설사 등은 이득을 챙겨 빠지는 그림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현재 집값이 거품이고, 하락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만약 집값이 하락한다면 이들 실수요자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실수요자가 '최종 폭탄 처리반'이 되는 것이다. 대출 규제 완화는 집값 거품 다지기에 이어 부동산 불로소득, 부동산 양극화 심화까지 우려된다.

[보유세 완화] 종부세 과세기준 상향 검토

그러면서 당정은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 완화도 추진하고 있다. 1주택자를 보호하기 위해 상위 3% 주택에만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완화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9일 부동산 관련 정책을 점검·보완할 부동산특별위원회를 출범하고, 보유세 완화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지난 20일에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종부세 부과 기준을 현행 공시가격 9억원 초과에서 12억원 초과로 상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정부도 종부세 완화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홍남기 국무총리 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종부세 기준 상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당·정은 종부세 완화는 선거를 통해 나타난 '민심'이라고 했다. 당정이 이야기하는 민심은 어떤 민심일까?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자는 66만7000명이다. 종부세 대상자는 전 국민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가구 비중으로 따져도 3.25%다. 상위 1% 국민이 내는 세금을 깎아야 한다는 게 민심이라고 보긴 어렵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종부세 완화 움직임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다. 지난 20일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종합부동산세 완화 방안에 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층에선 종부세 완화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59.8%로 나타났다. 찬성(29.5%)보다 30.3%p나 많다. 정부와 여당은 오히려 자신들의 지지층의 여론과는 반대로 가려고 하고 있다.
#아파트 #정부 #종부세 #공공재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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