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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이 이겼다... '주호영 비대위' 사실상 무효

법원 가처분신청 일부인용 결정... "비상상황 아니었다, 비대위 전환 결정은 당원권리 침해"

등록 2022.08.26 13:07수정 2022.08.26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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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8월 17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면서 낸 가처분 신청이 일부 인용됐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황정수 수석부장판사)는 26일 주호영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직무집행을 본안 판결 확정 때까지 정지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사실상 비대위 체제 전환의 무효 결정이다. 앞서 당의 비대위 전환과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 과정에서 우려됐던 '혼돈'이 도래한 셈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전국위 의결 중 비상대책위원장 결의 부분이 무효에 해당하여 채권자(이준석)의 피보전권리가 소명된다"면서 "전국위 의결로 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된 채무자 주호영이 전당대회를 개최하여 새로운 당대표를 선출할 경우 당원권 정지기간이 도과되더라도 채권자가 당대표로 복귀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비대위 구성 관련 유권해석 및 상임전국위·전국위 소집에 대한 최고위 의결(8.2)과 상임전국위 의결(8.5), 전국위 의결(8.9)에 대한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이 전 대표의 신청은 각하했지만, 이는 이 전 대표의 주장이 맞지 않다는 취지는 아니었다.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에 있어서는 채권자의 주장 자체의 의하여 채권자와 저촉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을 채무자로 하여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볼 때,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 상대는 국민의힘이 아닌 주 비대위원장이 돼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실제 재판부는 지난 2일 최고위 의결에 대해 "절차 및 결의 방식에 하자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실체상 하자가 있어 무효 또는 부존재한다"고 결론 내렸다. 구체적으로, 당대표 직무대행에서 사퇴한 권성동 원내대표가 소집했다는 점, 앞서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한 배현진·윤영석 의원이 참석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일부 최고위원들이 비상상황 만들었다고 보는 게 타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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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배현진, 윤영석 최고위원이 8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대위 체제 전환을 위한 상임전국위원회 및 전국위원회 소집 안건을 의결한 뒤 나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특히 당시 최고위에서 내렸던 '비상상황' 판단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직을 수행하고 있어서 '당대표 궐위(상황)'라고 할 수 없고, 최고위원회의도 일부 최고위원 사퇴만으로 그 기능을 상실한다고 볼 수 없어 비상상황이 아니었으므로 당헌 96조가 규정한 비대위 설치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결론내렸다.

또한 재판부는 "비대위 설치에 관하여 당대표와 최고위원 사이 및 최고위원들 사이에 의견을 달리하는 경우엔 비대위 설치가 당원의 총의를 반영한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민주적 정당성의 크기에 비례하여 구성된 당기구 사이의 민주적 내부질서를 해할 수 있어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 최고위 의결부터 이 사건 전국위 의결까지 진행된 경위를 살펴보면, 당기구의 기능 상실을 가져올 만한 외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기보다는 일부 최고위원들이 당대표 및 최고위 등 국민의힘 지도체제의 전환을 위하여 비상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는 지도체제 구성에 참여한 당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정당민주주의에 반한다"고 못 박았다.


결국, 이준석 전 대표가 당의 비대위 체제 전환에 대해 제기했던 문제점들을 거의  모두 재판부에서 수용한 셈이다.

한편, 차기 전당대회 시기 등을 논의하고 있던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25~26일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차기 지도부 구성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 일정 등을 두고 논의를 진행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비대위 회의를 통해서 앞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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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5일 충남 천안시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전화를 보고 있다. 왼쪽 주호영 비대위원장. ⓒ 연합뉴스

#이준석 #비대위 전환 #주호영 #권성동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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