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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 평화의 소녀상 철거 예고에 동문들 "반드시 지켜낸다"

[현장] 충남대 동문·대전 50여개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역사의 오점 남길 것인가"

등록 2022.09.21 15:27수정 2022.09.2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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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 민주동문회와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는 21일 오전 충남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남대는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충남대학교가 교내에 세워진 충남대 평화의 소녀상을 오는 22일까지 철거하라고 통보한 가운데, 충남대 동문과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소녀상 철거명령 철회를 촉구했다.

충남대 민주동문회와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세상을바꾸는대전민중의힘 등 대전지역 50여 개 시민·사회·종교단체는 21일 오전 대전 유성구 궁동 충남대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남대는 평화의 소녀상 철거명령을 철회하고, 소녀상을 평화롭게 안착시킬 수 있는 지혜를 모아 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8월 15일 충남대평화의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이하 소추위)와 충남대 민주동문회가 충남대 서문 인근 잔디광장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자 충남대는 소녀상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불법시설물이라며 오는 22일까지 원상복구(철거)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그러면서 충남대는 해당 기일까지 조치되지 않을 경우 국유재산법 제74조(불법시설물의 철거)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처리(강제철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충남대 민주동문회를 비롯한 대전지역 각 대학 민주동문회, 시민사회단체 등이 나서서 충남대 평화의 소녀상 지키기 시민운동을 전개해 왔다. 특히, 소녀상 지키기 운동에는 일부 충남대 재학생과 대학원생, 교수단체까지 참여했으며, 대전과 세종 지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박범계·박영순·이상민·장철민·조승래·황운하·강준현)들도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충남대가 철거요구 기한으로 정한 22일을 하루 앞두고 충남대를 찾아 철거요구 철회를 촉구하면서 대학본부를 항의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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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 민주동문회와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는 21일 오전 충남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남대는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은 충남대 학생 노래패 '함성'의 공연 장면. ⓒ 오마이뉴스 장재완

 
이날 기자회견은 충남대 재학생으로 구성된 노래패 함성의 노래공연으로 시작됐다. 이들은 지난 4일부터 평일 오후 6시에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버스킹 공연을 이어왔다. 함성 단원인 백승호(토목공학과 19학번) 학생은 "학교 측이 소녀상 철거를 요구한 것을 알리기 위해 매일 매일 버스킹 공연을 하고 있다"라며 "우리의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자는 의미의 소녀상이 철거가 아닌, 공식적으로 인정받아 충남대 교정에 계속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충남대 대학원생들의 '평화의 소녀상 지키기 서명운동'을 이끄는 정성일(평화안보대학원 국제학과 석사과정)씨가 발언에 나섰다. 그는 "서명에 참여한 우리 대학원생들은 국립대 최초로 건립된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크게 환영한다"면서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지원하고 환영하지는 못할망정 절차적 문제를 운운하는 대학본부는 비겁한 행동을 중단하고, 평화의 소녀상을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충남대 정세은(경제학과) 교수는 "전 세계에 어떤 재난이나 아픈 역사를 기억하기 위한 상징물들은 많이 있다. 평화의 소녀상은 인류 역사에 있어서 가장 참혹한 인권유린의 사건으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건이며, 대학만큼 적합한 공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교수는 "그런데 대학본부는 2019년 만든 규정을 근거로 불법시설물이라고 철거하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 이전에 세워진 수많은 학내 조형물들은 합법인가, 불법인가, 과연 그 조형물들은 어떤 역사적 가치가 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교내에는 지금의 젠더적 감정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나체 소녀상도 서 있다. 그리고 그 규정에 따르면, '국난 극복에 기여한 인물'이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럼 누구를 세울 수 있다는 것이냐"고 개탄했다. 끝으로 그는 "평화의 소녀상 문제는 그렇게 복잡하게 만들 일도 아니고, 쓸데없이 정쟁의 도구로 만들 필요도 없다. 대학본부는 규정을 개정하든 위원회를 열어서 통과시키든 소녀상을 인정하고 마무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성호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대표도 "학내 구성원과 시민사회의 적극적 지지와 찬성을 확인하고도 5년 동안 평화의 소녀상 설치에 이리저리 핑계를 댄 충남대가 이제 와서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구차하고 뻔뻔한 변명"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충남대는 국립대 최초로 평화의 소녀상을 세웠다가 철거하는 역사의 오점을 남길 것인지, 아니면 국립대 최초로 평화의 소녀상을 세운 학교로 역사에 기록될 것인지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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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 민주동문회와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는 21일 오전 충남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남대는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은 발언을 하고 있는 문성호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대표(왼쪽). ⓒ 오마이뉴스 장재완

 
이들은 또 기자회견문에서 "우리는 소추위의 자진철거도, 충남재의 강제 철거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천명하고 "우리는 국립대 최초로 건립된 명예로운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의 캠페인을 더욱 확대하여 반드시 소녀상을 지켜낼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만약 충남대가 강제철거를 시도한다면 그것은 일제군국주의 부활에 기름을 부어주는 것이며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이고 민족과 나라를 배반하는 것으로 거센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면서 "이진숙 충남대 총장은 제막식도 하지 못한 평화의 소녀상을 학생들이 원했던 충남대 민주광장으로 옮기고 공식으로 제막식을 열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충남대가 철거기한으로 정한 22일과 그 이후 학교 측의 반응을 주시하면서 소녀상 지키기 시민운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참석자들은 대학본부를 찾아가 항의하며 평화의 소녀상으로 이동해 인증샷을 찍고 SNS에 공유했다.
#충남대평화의소녀상 #충남대 #평화의소녀상 #충남대민주동문회 #평화의소녀상지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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