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주간> 개막토크를 이끈 소설가 정지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며칠에 걸친 국가애도기간이 끝나자 여기저기에서 몇 가지 쟁점이 부각되고 있다. 필자는 어떤 정치적인 부분을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서로 다른 관심거리를 가진 이들이 모여서 다른 생각을 나누는 것은 결국 두 사람의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로 7회째를 맞이하는 <문학주간>의 주제를 '둘, 사이'로 정한 것은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더욱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이끌었는지 모르겠다.
"사람의 모든 일에 규정할 수 없을 만큼의 수많은 '관계'와 '사이'는 문학을 통해 이해하려는 노력과 서로를 새롭게 발견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그것은 어떤 둘 사이에 오고 가는 대화로, 어떤 둘 사이에 펼쳐지는 무대로, 어떤 둘 사이에 그려내는 전시의 형태로 펼쳐질 것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동시대를 파고드는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서 올해 <문학주간>을 준비했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애도기간과는 별개로 예술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애도하는 방법을 알고 있듯이 문학도 상처받은 이들을 위해 위로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야 하는 애도가 아니라 문학인이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애도를 시작한 것이다. 이번 행사는 전국적으로 총 48개의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물론 130여 명에 이르는 문학인과 예술인이 참여할 만큼 온·오프라인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펼쳐지는데, 함께하는 기관의 명칭만 해도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이 동참했다.
특히, 오은 시인의 사회로 진행된 개막식은 <아버지의 해방일지>(창비, 2022)의 저자 정지아 소설가가 개막토크로 채웠다. 필자는 교보문고 등 대형서점에서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독식할 정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관심을 둔 것은 아니다. 출간한 지 두 달도 안돼 10만 부가 넘게 팔려 화제를 모은 덕도 아니다.
(물론 누군가는 그것도 한몫 했을 것이라 말하겠지만) 무엇보다 이 소설이 평범한 독자들에게 관심을 받았던 이유엔 출간 초기 유시민 작가를 비롯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추천한 것도 영향이 없다고 말하진 못할 것이다. 이에 대해 정 작가는 "유명인사의 추천도 크게 작용한 것 같지만, 오히려 20대 독자들의 힘도 작용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히려 가장 많은 독자들이 되어왔던 40~50대의 중년 독자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소설의 배경인 '빨치산'에 대해 선입견이 없는 20대 독자들의 반응도 이번 소설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피력한 것이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빨치산 출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3일간 펼쳐지는 장례식장을 배경이다. 언뜻 보면 이 소설은 빨치산이라는 단어가 던지는 이념의 갈등이 주를 이룰 것 같지만, 정작 내용은 철저하게 아버지의 생전에 다른 인간, 그가 살아왔던 주변인들과 맺어왔던 관계를 수면에 내세웠다.
특히 이념 갈등을 다루면서 정 작가는 자신이 체험한 주관적인 감정을 철저하게 배제시키려 노력했고 오히려 거리를 두었다. 어쩌면 그것은 이번 <문학주간>이 전면에 내세운 주제(둘, 사이)와도 비슷한 연결고리가 느껴졌다. 이에 대해서 작가 바신도 "인간이 글자 자체가 사이, 관계를 얘기하고 있고, 관계없이 나란 존재가 정립될 수 없다. 모든 문학은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제겐 문학이란 타인을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후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중년 남성 독자들의 호응을 크게 받아왔지만, 오히려 편견이 없는 20대 독자들에게 더 읽힌 점을 주목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인터넷에 올라온 독자 리뷰를 읽어보니 그들은 이데올로기에 대한 편견이 없어 보인다. 우리보다 진보된 사회에서 자란 20대의 경쾌함, 발랄함이 이 책을 가능하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독자의 리뷰를 통해서 배우고 깨달음도 얻는다. 읽는 분들이 더 깊게 읽어주기 때문에 소 뒷걸음 치다 쥐 잡은 격이란 느낌마저 든다"라며 겸손을 보이기도 했다.
정지아 작가의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가 빨치산 활동을 하던 아버지와 그의 딸인 두 사람의 이야기였듯 이번 행사의 기본 콘셉트는 철저하게 '둘, 사이'에 집중했다. 이렇게 주제를 잡은 것에 대한 부연설명도 "모든 일이 다 규정할 수 없을 만큼의 수많은 관계가 있고 사이가 있다. 어쩌면 사이의 문제를 어떤 이들은 환대의 형식으로, 누구는 싸움의 형식으로 풀어낼지도 모른다. 그러면 문학은 이같은 사이의 삶을 감각과 사건, 감정의 방식으로 이해하려는 무방하고 아름다운 노력이 된다며, 같은 편, 다른 편에서 치열하게 대응하는 '둘, 사이'의 과정이 오늘날 문학의 의의가 되새길 것"이라 말했다.
문학주간, 내일(11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