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인문학당은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이 한 공간에 같이 머무르는 특징을 자랑한다.
필립리
여기는 지난 2020년, 광주 동구청에서 근대 가옥을 사들여 기획자와 예술가들이 함께 조성한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단순히 하나의 건축물이 개관한 것만 주목하지 말아야 한다. 기존 상권에 문화적 가치를 더하는 지역재생을 중점에 둔 곳. 우선 이 건물이 가진 과거를 되돌아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1954년에 지어진 이곳은 원래 가정집이었다. 집주인이었던 고 김성채(1906~1987) 씨가 살던 곳이다. 한동안 비어서 철거 위기에 놓이자 구청에서 매입했다. 이곳에서 누구나 모여서 담소를 나누길 바라는 마음에서 새롭게 리뉴얼됐다. 그런 취지를 되살려 2020년 9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38명의 예술가들이 이를 위한 개선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특히 각자의 아이디어를 모아 구옥을 새로운 쓰임새로 탈바꿈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일제시대부터 보존했던 근현대 건축물이 그러하듯 여기도 일본과 한국의 멋스러움이 베어난다. 정문을 들어서면 웅장한 수경정원이 방문객들을 반긴다. 적벽돌로 둘러싸인 큰 어항같은 곳. 실제로 물고기까지 헤엄친다. 정원의 상부에 얹혀진 아트타일은 원래 마당에서 자라던 식물들을 아카이브해 새겨넣었다고 전한다.
"대부분의 근현대 가옥에는 일본식 정원이 혼재되었죠. 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에는 주변에 농장다리와 광주교도소도 있었어요. 그리고 맞은 편에 있는 서석교회는 예식장이면서, 그 전에는 동명여중으로 기억합니다."
불과 10분 거리에서 30년간 토박이로 살아온 김화영(52)씨는 유휴공간이던 이곳에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작가로 참여했다. 총 38명의 작가들이 참여했지만, 그가 맡은 부분은 바로 이 수경정원이다. 그는 이 파트를 '별별정원'이라 부른다. 김 작가의 별별정원처럼 각자의 파트엔 저마다 '별별'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역할을 구분지었다.
"별별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유는 인문학당으로 사용될 장소의 의미와 연관있어요. 책을 읽고 탐구하면서 많은 학자들이 나왔다는 의미로 '별서'라고 하며, 도심 속 별장이라는 뜻으로 부르기도 해요. 그리고 별의별 공간이라는 다양한 해석도 할 수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