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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통 이었다면서 기념관 하나 없다니'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대의 상식인 김자동 평전 60] 기념사업회의 운영은 쉽지 않았다

등록 2023.04.19 16:02수정 2023.04.1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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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동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장(오른쪽)이 제1회 민족일보 조용수 언론상을 수상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의 동생 조용준 민족일보기념사업회 고문(왼쪽)이 참석해 김자동 회장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며 축하를 했다. ⓒ 임재근

 
기념사업회의 운영은 쉽지 않았다.

국가보훈처로부터 법인 인가를 받는데 1년 이상이 걸렸다. 법인인가를 받아야 소액이라도 기부금을 받을 수 있다. 기념사업회의 목적사업 중에는 임시정부기념관 건립이 꼽힌다.

창립 2주년 기념대회에서는 기념관건립위원회를 구성하고 전 적십자사총재 서영훈을 위원장으로 추대하였다. 그러나 얼마 후 건강상 이유로 서 위원장이 사임하면서 김자동이 막중한 이 임무까지 겸임하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헌법 전문에 임시정부 법통의 승계를 명시하고도 국회는 물론 학계나 정부는 하나같이 나몰라라 하였다. 

김자동은 어떤 일을 맡으면 충실히 이행한다. 평소의 성실성이 보여주는 품성대로이다. 입법권이나 행정력이 없는 시민단체의 역할은 여론전이다. 그는 여론전에 나섰다. 임시정부 수립 86주년인 2005년 4월이다. 여러 매체 중에 한 언론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나라에 변변한 기념관 하나 없는 것이 부끄러울 따름이죠. 프랑스의 '전쟁범죄 찬양죄'와 유사한 법이 우리나라에 없다는 것도 가슴 칠 일입니다."

13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86주년 기념식'을 갖는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사업회 김자동(77) 초대 회장이 손사래를 치며 하는 말이다. 우리 민족의 주체의식과 민족의식을 고취시킨 대표적인 민족기구가 임시정부임에도 광복 60주년을 맞은 지금까지 이를 상징할 건물이 없다는 것이 김 회장을 서글프게 하고 있는 것. 기념사업회는 지난해 9월 15일 창립됐다. 

그가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것은 임시정부가 처음 자리잡은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태어나 중학교까지 마친 임시정부의 산 증인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초기 임시정부 건물 한켠을 찾아 우리말과 역사, 문화 등을 가르쳤던 임정(臨政) 주요 인사들의 성격과 인상착의를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것. 비좁은 사무실 의자에 앉아 거침없이 쏟아붓는 김 회장의 말에서 마음의 응어리가 진하게 느껴졌다.


그는 "김구 선생과 윤봉길 의사 기념관보다 먼저 설립했어야 할 것이 임시정부기념관"이라며 "국민 모두가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지역에 극장과 도서실 등을 갖춘 기념관 건립을 위해 범국민 모금운동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나치 독일에 협력한 자에게 간첩죄와 국가반역죄로 준엄하게 심판했죠. 또한 나치를 옹호하는 발언은 시효 없이 '전쟁범죄 찬양죄'를 적용해 형사처벌하고 있습니다."


이어 김 회장은 "반면 우리는 광복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축복'이라는 등의 민족반역적인 망언을 내뱉어도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깍지 낀 손가락을 쥐락펴락했다. 같은 시기에 발생한 비슷한 문제에 대해 한국과 프랑스의 대응방식은 양국의 거리만큼이나 극명하게 차이를 보여 분개하고 있는 것.

조부와 부모 등이 임시정부에서 여러 직책을 역임해 어릴 때부터 독립운동정신을 키웠다는 김 회장. 그는 "아직도 이 땅에는 권력과 경제력이 막강한 친일 잔재들이 많아 독일로부터 해방한 프랑스에서 제정한 것과 같은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현재 원희룡 의원(한나라당)과 공동으로 가칭 '일제 찬양행위자 처벌 특별법'에 대한 초안 작성 및 공청회를 빠른 시일 내에 개최키로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광복 60주년 기념사업회 추진위원회 고문이기도 한 김 회장은 "올해 평양 요성구역에 있는 임시정부 관계자들의 묘역을 이들의 남측 가족이나 친척과 함께 참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주석 7)


주석
7> <세계일보>, 2005년 4월 13일.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대의 상식인 김자동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김자동 #김자동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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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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