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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때려 오송참사 덮는다? 국무조정실, 왜 중대재해법 말 못하나"

[인터뷰] 중대재해전문가넷 권영국 변호사 "환경부장관·충북도지사·청주시장·행복청장 책임 물어야"

등록 2023.07.29 17:56수정 2023.07.29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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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전문가네트워크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가 27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진행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돼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 김성욱


14명이 숨진 오송 지하차도 참사 원인으로 두 가지가 지목되고 있다. 하나는 궁평2지하차도 주변 다리 공사로 미호강 제방이 허물어졌고 이후 임시로 쌓은 제방도 부실했다는 것. 두 번째는 참사 전 112 등에 신고가 들어왔음에도 도로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이라는 전문가들 의견이 나온다. 오송 참사를 중대재해법 2조 3호에서 규정하는 '중대시민재해'로 볼 수 있고, 따라서 해당 하천·도로를 관리하는 환경부 장관·충북도지사·청주시장·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행복청장) 등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대재해법은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됐지만, 중대시민재해로 기소된 사례는 아직 없다. 

중대재해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권영국 변호사는 "최근 검찰 수사를 보면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여전히 중대재해법 시행 이전처럼 일선 공무원이나 실무자 선에서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참사 대응을 지휘하고 있는 국무조정실도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국무조정실은 28일 오송 참사 감찰조사 결과 발표 때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권 변호사를 지난 27일 경기도 고양시 자택에서 만났다.

"미호강 제방·지하차도는 '공중이용시설'... 오송 참사는 중대시민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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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사고 조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오송 참사에 중대재해법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법상 '중대시민재해'란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재해로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경우다. 오송 참사 발생 원인이 된 미호강 제방, 궁평2지하차도가 포함된 508번 지방도는 모두 공중이용시설에 해당된다. 사망자도 14명이나 됐다."

- 중대재해법 위반의 책임자는 누구인가.


"환경부 장관, 충북도지사, 청주시장, 행복청장 등이다. 중대재해법이 기존의 법들과 다른 점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다. 어느 기관이든 실제 안전을 확보하려면 결국 예산이나 인력을 써야 하는데, 그걸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경영책임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참사가 발생해도 현장 가까이서 일하던 실무자나 하위직 정도만 처벌하고 끝냈다. 권한도 없는 자들에만 책임을 지우다 보니 기관 전체의 구조 개선이나 시스템 정비로 이어지지 않아 참사가 반복됐다.

중대재해법을 보면 중앙행정기관의 장, 지방자치단체의 장, 지방공기업의 장, 공공기관의 장 등도 경영책임자에 들어간다. 이 관점에서 오송 참사를 따져야 한다. 우선, 강물이 범람하지 않았다면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호강의 관리 책임은 환경부 장관에게 있다. 하지만 환경부 장관이 그 일부 권한을 충북도지사, 그리고 그 아래 청주시장에게까지 위임하고 있어, 환경부·충북도·청주시 모두 수사해야 한다.

여기에 특수한 상황이 더해져 행복청장 역시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다. 미호강 제방 관리 책임 때문이다. 당시 행복청은 미호강 주변의 교량 공사로 인해 기존 제방을 허문 뒤 임시 제방을 세워 관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제방이 부실했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하차도 통제 문제다. 참사(7월 15일 오전 8시 40분께)가 발생하기 한참 전인 새벽 4시 10분께 이미 미호강 홍수경보가 발령됐고, 오전 7시 4분과 오전 7시 58분에는 112 신고까지 들어갔다. 하지만 궁평2지하차도 통제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지하차도가 속한 508번 지방도 관리 책임은 충북도지사에게 있다."

"이번에도 꼬리 자르기? 국무조정실, 중대재해법은 왜 말 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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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전문가네트워크 자료. 오송 지하차도 참사 인근 미호강 제방의 모습. 2021년 6월(왼쪽)에 비해 사고가 난 2023년 7월(오른쪽) 시점의 제방이 더 낮다. ⓒ 김성욱



- 검찰이 충청북도, 청주시, 행복청, 충북경찰청 등을 압수수색했다. 중대재해법 수사 의지가 있다고 보나.

"압수수색이나 수사 범위로 봐서는 중대재해법 조사 영역으로 들어가고는 있다. 하지만 실제 수사의 지향점이 어디를 향하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아직까지 재난에 대한 총괄 책임이 있는 기관의 장이나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수사보다는 실무자 몇명의 과실, 직무유기 정도의 수사에 그치고 있다. 예컨대 환경부 수사는 없었지 않나. 과거의 '꼬리 자르기' 방식 그대로다. 무엇보다 여러 지시를 내리고 있는 국무조정실에서 지금껏 중대시민재해 위반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는 식의 언급을 단 한마디도 한 적이 없다."

- 국무조정실이 경찰·소방 등에 사전 신고가 들어왔지만 후속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스스로 밝혔다. 정부가 사실 은폐에 급급했던 이태원 참사 때와 대조적인데.

"이태원 참사의 경우 곧바로 행정안전부 장관 등 중앙행정기관의 책임 문제가 대두됐다. 하지만 이번 오송 참사의 경우 중앙행정기관이 먼저 나서서 지방경찰 등의 책임을 지목하면서 거리두기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무조정실 지적대로 지방경찰도 큰 문제를 저질렀다. 신고를 받았음에도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업무상 과실치사, 직무유기, 경찰관직무집행법, 재난안전법 등의 위반 소지가 있다. 특히 '기기 오작동으로 112 신고 전파가 안 됐다'는 식의 경찰 해명은 말이 안 된다. 그런다고 본인들 책임이 없어질 수 있다고 보는 걸까? 이러한 잘못은 잘못대로 수사를 하면 된다.

하지만 국무조정실이 오로지 경찰 문제로 이번 참사를 덮으러 들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재난이 일어나게 된 구조와 근본적 시스템을 지적하기 위해선 환경부 등 책임이 있는 정부 기관들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국무조정실이 정말 진심이라면 중대재해법 위반 소지에 대해서도 말을 해야 한다."

"'현장 갔어도 바뀔 것 없다?' 아무도 책임 안지는 무정부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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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국 변호사 ⓒ 김성욱

   
- 대형 참사가 반복되는 이유가 뭔가.

"안전 관리는 평소에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도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야만 취약한 시점이 왔을 때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안전 관리를 잘 하고 있다는 뜻이다.

꼭 1년 전에도 폭우로 반지하에 살던 시민들이 사망한 일이 있었다. 그때 어땠나. 윤석열 정부는 온갖 좋은 말을 다 갖다붙여 이런 일이 다시는 없게 하겠다고 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됐나. 이태원 참사 때도 마찬가지다. 이 정부는 당장 비가시적인 안전 관리를 '비용'으로만 여기고 있다. 말로는 안전을 얘기하면서 주야장천 규제 완화만 하고 있다. 이율배반이다.

문제는 각 재난의 유형이 아니라 안전에 대한 전반적인 태도라고 본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현장에 갔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은 없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가도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다'고 발언했다. 대통령은 한술 더 떠 다른 기관을 혼내고 질타하기만 한다.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죽었는데 아무도 '제 책임입니다' 소리를 안 하는 것이다. 이러니 '무정부 상태'라는 말이 나온다. 국민들만 불행하다."

-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1년 반 지났다. 정부·여당은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 등을 거론하며 처벌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가 앞으로 안전을 중심에 두는 사회로 나아갈 거냐 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는 중요한 법이 어렵게 제정됐는데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법집행기관 스스로 잘못된 신호를 주면서 중대재해법을 무력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기업들에게 '중대재해법으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하고, 노동부와 여당에서 계속적으로 법 개정을 언급하면 수사기관이나 기업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나?

그 결과 작년에 총 229건의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기소는 고작 11건에 그쳤다. 늑장수사는 기본이고 기소를 해도 대기업 대신 소규모 업체에만 한정되고 있다. 법의 억제 효과, 법의 위화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래 놓고 정부와 경영계는 '법의 실효성이 없다'면서 완화 주장을 펴고 있다.

언제까지 우리는 성수대교(1994년), 삼풍백화점(1995년), 세월호(2014년), 이태원(2022년) 같은 참사를 되풀이해야 할까? 중대재해법은 유족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국민들의 염원이 녹아져 만들어진 법이다. 그저 법대로 하면 된다. 엄정하게 수사하고 기소해서 책임을 묻고, 조직 전체가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중대재해법 판례들을 형성해가야 한다. 오송 참사부터 시작해야 한다."
#권영국 #오송지하차도참사 #국무조정실 #중대재해처벌법 #중대시민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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