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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반갑다! 제비떼, 내년에 또 보자

전깃줄 위 앉은 제비 무리, 창령에서 만나다... 생태의 핵심 우포에 감사하며

등록 2023.08.25 16:48수정 2023.08.2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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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줄의 제비떼의 모습 ⓒ 이경호

 
서해안에 가을이 오면 제비떼는 강남으로 이동하기 위해 전깃줄에 모여왔다. 전기줄에 다닥다닥 붙은 모습이 멀리서 보기엔 열매가 달린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옛날 일로 여겨지거나 일부 해안 지역에서만 볼 수 있다. 제비 개체수가 줄어들면서 필자도 거의 보질 못한다. 서해에도 무리를 이루지만 과거 같은 모습은 아니다. 새까맣게 하늘을 덮었다던 말은 전설같은 이야기가 돼가고 있다.

그런데 창령 우포 인근 농경지에서 제비떼를 만났다. 지난 24일 수백마리의 제비떼가 농경지의 곤충을 잡아 먹고 전기줄을 주렁주렁 열매처럼 앉아 있었다. 귀제비, 제비가 같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이 꿈처럼 느껴졌다. 무리가 최소한 1000마리 정도는 돼 보였다. 대규모 무리에 압도되는 느낌을 오랜만에 받았다.

올해 대전환경운동연합은 대전의 제비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배설물 받침대를 나눠줬다. 확인한 개체수도 130여 개체밖에 되지 않는다. 대전은 창령에 비하면 너무 적은 수의 제비가 생존하고 있었다. '무리'라고 표현하기엔 미미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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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설물 받침대를 설치한 대전제비둥지의 모습 ⓒ 이경호

 
이런 상황이기에 창령 제비 무리를 더 놀라운 눈길로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런 제비 무리가 한 곳에 있는 게 아니었다. 마을마다 개체수는 다르지만 수백여 마리에서 수천 마리의 떼가 전깃줄과 농경지를 오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과거에는 매년 추수가 되는 가을쯤이면 마을마다 제비가 이렇게 많이 비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산에서 나고 자란 나 역시도 어릴 적 전기줄에 수백 마리 제비가 강남으로 떠날 채비를 하는 모습을 봤던 기억이 선명하다. 이런 시절이 다시 올 수 있길 바란다.

농약과 가옥구조의 변화로 사라져가는 제비를 창령에서는 이렇게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제비가 사라진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대규모 농약 살포다. 농약에 중독된 곤충을 제비가 잡아먹으면서 제비도 사라지게 됐다.

하지만 우포 인근의 농경지는 친환경 공동경작지를 만들 정도로 생태환경에 신경을 쓰고 있다. 우포에 서식하는 따오기의 영향력이 농가에 환경적인 농법으로 전환을 이루게 했고, 이런 결과로 제비들도 훨씬 편안하게 생태를 유지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 가을 풍요로운 수확과 함께 많은 먹이를 먹고 다시 남하한 창령의 제비가 내년 봄 다시 우리나라를 찾게 된다. 강남(양쯔강남쪽)에 잘 다녀와 창령만큼은 매년 가을 장관을 만들어가는 생태의 장소로 남기를 바란다. 내년 가을 다시 제비를 보러 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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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면에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제비가 많았다 ⓒ 이경호

 
#제비 #창령 #따오기마을 #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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