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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욱 "이준석과는 작은 차이...민주당, 수렁에 빠질 것"

[인터뷰] 미래대연합 공동대표 "선거제 퇴행은 빅텐트 촉매제"

등록 2024.02.02 09:13수정 2024.02.06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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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욱 미래대연합 공동대표가 1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어떤 이들은 모이고, 어떤 이들은 헤어진다. 선거의 시간이다.

이원욱 미래대연합 공동대표도 22대 총선을 앞두고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고 있다. 1997년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국민회의의 당직자로 정치에 입문해 27년 간 '민주당원'이었던 그는 지난 1월 10일 조응천·김종민 의원과 함께 탈당했다. 헤어짐이다. 만남은 진행 중이다. 정태근 전 한나라당 의원·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을 더하고 "새로운 정치세력이 필요하다"며 '미래대연합' 깃발을 꽂았다. 오는 4일에는 이낙연 인재영입위원장의 '새로운미래'와 '개혁미래당(가칭)'을 공동 창당한다. 

이 대표는 양당 창당준비위원회에서 추대한 통합추진위원장도 맡았다. 제3지대의 넓고 깊은 통합을 모색해야 하는 중책이다. 그만큼 그는 '열린 자세'를 중시했다. 이 대표는 1월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뤄진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거대 양당의 혐오정치와 극한 이념갈등을 현 정치권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으며 "새로운 미래를 넘어서는 정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간층 국민의 요구"라고 진단했다. 제3지대 신당의 소명 또한 "정치개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준석·양향자의 개혁신당, 금태섭의 새로운선택까지 힘을 합쳐 '빅텐트'를 치는 일은 아직까지 지지부진하다. 인터뷰 다음날인 1일, 이준석 대표는 "이낙연 위원장에게 실망했다. '윤핵관'과 다를 바 없다"며 마치 연대가 어려운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원욱 대표는 추가 인터뷰에서 "대화의 문을 닫았다기 보다는 통합의 주도권을 잡고 싶은 것 같다"며 "문은 열려 있다"고 풀이했다. 제3지대 정당이 제 역할을 하려면 지역구 의석도 필요하기 때문에 더더욱 빅텐트가 불가피하다고도 했다.

제3지대의 안착을 위한 변수는 더 있다. 선거제다. 정당 득표율대로 총 의석을 배분하는 현행 준영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의석이 많으면 비례 의석을 주지 않기 때문에 신생 정당의 원내 진출에 유용한 편이다. 그런데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정당 득표율대로 비례만 배분하는 병립형으로, 그것도 권역별로 나누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병립형으로 돌아가면 제3지대 정당들의 위기감은 굉장히 커진다"며 "빅텐트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명의 민주당만으론 정권 심판 부족하다'는 게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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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과 박원석·정태근 전 의원이 1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미래대연합'(가칭) 창당 계획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남소연

 
- '새로운미래'와 함께 2월 4일 '개혁미래당'을 띄운다. '중텐트'부터 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원래 한 번에 빅텐트를 치는 게 목적이어서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 양향자 의원의 한국의미래, 금태섭 대표의 새로운선택 등과 여러 차원에서 접촉해왔다. 그게 '모 아니면 도' 분위기였는데 이준석 대표와 양향자 의원이 먼저 합하면서 한 번에 빅텐트를 치는 것은 멀어졌다. 그러면 소텐트라도 같이 치면서 제2의 빅텐트를 고려해보는 쪽으로 수순을 밟게 됐다."


- 최근 이낙연 위원장의 광주 출마를 공개 요구하기도 했는데 어떤 이유인가.

"아직 결론이 나진 않았다. 광주 민심은 민주당 지지도가 60~70%, 이재명 대표 지지도가 35% 정도다. 그런데 호남은 '윤석열이라는 거악 앞에서 분열은 안 된다'는 생각이 굉장히 크다. 또 이낙연 위원장이 대선 패배의 책임을 좀 억울하게 가져간 상황이다. 이걸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이재명의 민주당'에 비판적인 광주 시민들을 끌어올 방법이 무엇일까. 결국 그가 출마를 결단해 광주 민심을 갖고 올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인 지역구 등은 논의된 바는 없다."

- '윤심(윤석열心), 한심(한동훈心), 명심(이재명心) 그리고 욕심 말고 민심을 따라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렇다면 지금 민심은 정치권에 무엇을 요구하고 있나.

"다당제다. 양당을 선호하는 국민들이 실제로는 60%를 넘지 않는 것 같다. 특히 요즘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적극적 지지자가 줄어들고 있다. 나머지 국민들은 왜 지지하는 정당이 없을까. 양당의 혐오정치, 기득권정치에 대한 비판여론이다. 이들이 표를 주고 싶은 정당이 있어야 하지 않나. 또 대한민국 정치의 오랜 문제다. 역대 대선에선 제3의 후보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존재했고 총선에서 제3당이 도약한 적도 꽤 있다."

- 민심은 현 정부의 국정 운영에도 강한 불만을 품고 있다. 하지만 제3지대에서 이 부분을 짚는 목소리는 다소 작아보이는데, 공동 목표에 윤석열 정권 심판도 포함되는가.

"당연하다. 기본적으로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권 중간평가의 성격이 크다. 다만 윤 대통령이 잘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60% 정도임에도 민주당 지지도는 30%대다. 다른 국민들은 '이재명의 민주당만으로는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긴 부족하다'고 본다. 민주당의 도덕 불감증, 가짜뉴스 남발, 이재명 방탄 등을 보면서 '저 당으로는 정권 심판은 불가능해'라는 국민도 굉장히 많다."

"이준석, 윤 대통령에 가장 비판적... 못 뭉칠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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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욱 미래대연합 공동대표가 1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 이준석 대표 역시 '윤석열 정권 심판'에 동의할까.

"윤 대통령에 대해서 가장 비판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나. 국민의힘 탈당선언문을 보면 극우보수와 단절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 이준석 대표는 창당대회에서 '개혁신당은 보수정당'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작은 차이를 너무 크게 보는 거다. 중도보수와 중도진보가 뭉치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 헌법 전문에 나오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념적 가치를, 민주공화국이라는 국가정체성을 기반으로 정치를 바꿔보자. 거대 양당이 자유민주주의와 헌법정신을 충실히 따르고 있나. 아니다. 오히려 국민의힘은 극우·뉴라이트적 생각을 국민에 주입하려고 하고, 강성노조에 둘러싸인 민주당은 좌편향적인 이념노선을 펼치고 있다. 또 서로의 이념적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좌빨',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극우·뉴라이트' 라면서 극한대립만 일삼고 있다."

- 개혁신당이 총선공약으로 발표한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폐지, 경찰·소방권 복무 지원여성 군복무 필수 등은 '갈라치기'라는 비판을 꾸준히 받고 있다.

"좀 안타까운 측면인데... 이준석 대표가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지만, 어떻게 풀어나갈 것이냐는 과정을 좀더 깊게 고민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서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를 제가 발표했으면 갈라치기라고 안 했다. 그런데 이준석 대표가 얘기하면 지난 대선 때 남성-여성 갈라치기 문제, 전장연 문제 등으로 인해 '이준석은 편을 가르면서 자기 편 사람들을 모은다'고 인식돼있다. 

하지만 무임승차 폐지도 선불형 교통카드를 지급하자고 하는 등 갈라치기 공약은 아니었다. 여성 군 복무도, 고위직급에는 여성이 없어서 걱정이지만 하위직급에는 여성이 너무 많아서 걱정 아닌가. 그런데 이미 수십년 전에 교육대학에 남성들이 지원 안 하니까 남성할당제를 했다. 아주 빠른 시간에 세상이 변하고 있으니 기존 사고방식으로 정책을 내는 것이 올바르진 않다. 또 새로운 정책이 나오면 갈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용성을 높이는 정책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 설 연휴 전 합당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 아닌가.

"총선에 임하는 태도에 따라 달라질 거다. '우리는 10% 정도 득표해서 비례 몇 석 확보하면 된다' 이정도 목표라면 사실 빅텐트가 별로 필요하지 않다. 또 지역구 10% 정도 받는 정당에 누가 출마하려고 하겠나. 또 제3지대 정당이 22대 국회에서 자리잡고 역할을 하기 위해선 교섭단체, 20석 이상은 되어야 할 텐데 비례로만 채울 수는 없다. 지역구에서도 당선시켜야겠다는 목표가 만들어진다면, 빅텐트는 불가피하다."

- 이준석 대표는 1일 전남 순천에서 기자들에게 '이낙연 위원장에게 실망했다. 이재명 대표와 이견이 있어 나왔다면서 정작 저를 개혁하려고 한다. 윤핵관과 다를 바 없다'는 말까지 했다.

"대화의 문을 닫았다기 보다는 통합의 주도권을 잡고 싶은 것 같다. 그럼에도 문은 열려 있다."

"캐스팅 보트가 목표... 현역 의원 추가 합류도 대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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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욱 미래대연합 공동대표가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동료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 남소연

 
- 총선 목표는 아까 말한 대로 '최소 20석'인가.

"지금의 4자 구도, 양당과 이준석 신당 그리고 우리. 이러면 '제3지대 찍어봤자 소용 없는데'라는 밴드웨건 효과(Band wagon effect, 다수가 지지하는 사람을 지지)가 발생한다. 또 빅텐트가 만들어지면 '눈길이 간다'고 할 수 있지만, 지분 다툼으로 국민들이 실망하면 또 실패다. 빅텐트를 만드는 과정도 중요하고, 만약에 빅텐트가 만들어진다면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기득권을 버리고 국민들에게 비전과 희망을 잘 제시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잘 성공한다면 (전체 의석의) 3분의 1도 가질 수 있고, 부정적이라면 10% 내외, 혹은 비례 몇 개로 끝날 수 있다. 어쨌든 최소한 캐스팅 보트(승패를 결정하는 투표)를 할 수 있을 정도는 해보고 싶다."

- 253개 지역구 전체에 후보를 다 내는 것도 목표로 삼고 있나.

"제가 전략단위에 들어가 있지도 않고, 새로운미래와 합당 논의에서 다뤄진 바도 없어서 섣불리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저는 많은 수의 출마보다는 좋은 사람을 공천하는 것을 훨씬 더 우선했으면 좋겠다. 국민들이 볼 때 '저 사람이면 진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꽤 많이 영입해뒀는데 합당 논의 등으로 (공개가) 늦어지고 있기도 하고, 노크하는 분들도 꽤 있다."

- 민주당이나 다른 정당에서 현역 의원이 추가 탈당할 가능성도 있는가.

"당연히(웃음). 많은 대화를 하고 있다. 가급적 설 전에 보여드리고 싶다."

- 이번 총선에서 가장 염두에 둘 의제는 무엇인가.

"정치개혁. 양당의 혐오정치는 결국 정치가 망가졌기 때문이다. 그러면 정치개혁의 과제가 뭘까. 원내정당화와 중앙당 폐지다. 20대 국회에선 직접 발의하기도 했는데 지역정당을 만들 수 있도록 정당법을 개정해야 한다. 호남과 TK는 1당 독재 구조다. 그런데 그들이 과연 국민의힘이 좋아, 민주당이 좋아서 찍었을까? 국민의힘이 싫으니까 민주당을, 민주당이 싫으니까 국민의힘을 찍었다. 

그러니까 경선이 곧 본선이 되고, 선거가 끝나자마자 국민들은 국회의원을 불신하는데 의원들은 국민보다 권리당원만 바라본다. 중앙당을 반드시 서울(수도)에 두도록 한 정당법 3조만 폐지해도 광주·호남에선 예를 들어 '호남당'이 민주당과 경쟁할 수 있다. 경쟁이 없으면 부패한다.

또 대한민국의 저출생, 지방소멸 이런 모든 문제의 근간은 불평등이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가 100만 원을 벌면 비정규직은 65만 원, 중소기업 정규직은 55만 원,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35만 원 번다. 불평등을 조금이라도 완화시키면서 중산층이 두터운 나라를 만들어야 저출생 등을 해결할 수 있다. 신당은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주안점을 두겠다."

"선거제 퇴행? 진짜 철면피... 빅텐트 촉매제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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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욱 미래대연합 공동대표가 1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 불평등이 근본 원인이라고 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연초부터 대기업과 고소득층을 위한 감세정책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집권 5년 동안 박근혜 정부보다 조금 더 최저임금을 올리는 데에 그쳤다. 사회적 합의 없이 정권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가 감세를 계속 얘기하는데, 세수펑크나 복지대책 등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전세계적으로 보면 북유럽, 독일 이런 나라들은 사회갈등이 적고 행복지수가 높다. 사회적 대타협을 잘 이뤄낸 나라들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사회적 대타협은 정말 중요한 과제다. 신당이 22대 총선에서 유의미하게 득표해서 원내에 진출한다면 이 의제를 강하게 추진하고 싶다."

- 제3지대 신당들이 국회에 안착하기 위해서도 선거제가 중요한데 아직 미정이다. 일각에선 병립형 비례제로 돌아간다면 신당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진짜 철면피 같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완전히 소멸되어야 하는 정당이다. 다당제 정치구조를 만들자는 것은 정치권, 전문가 등의 보편적 합의 특히 진보세력 내에선 굉장히 큰 합의사항이었다. 2019년말~2020년초 우리가 패스트트랙까지 동원해서 그 난리를 치면서 지금의 준연동형을 만들어내고 대선, 그 이후에도 이재명 대표가 몇 차례에 걸쳐 연동형 비례제로 다당제 구조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음에도 이제 와서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 있냐'고 접근한다. 거대 양당이 한 석이라도 더 얻어보겠다는 발상이다.

특히나 권역별 병립형은 소수정당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거의 없애버리는 제도다. 국민들이 다 알게 된다. 선거법이 퇴행하는 순간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은 극도로 심해져서 민주당은 더 총선 패배의 수렁으로 빠지게 된다고 본다. 그리고 병립형으로 돌아가면, 제3지대 정당들의 위기감은 굉장히 커질 수밖에 없다. 빅텐트의 촉매제가 될 거다."
#이원욱 #제3지대 #빅텐트 #개혁미래당 #2024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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