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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4.10 총선1870화

조국혁신당의 정체 묻기 전에 정의당 정체부터 밝혀라

<조국혁신당은 정의당을 대체하지 못할 것이다> 기사에 대한 반박

등록 2024.04.09 16:15수정 2024.04.0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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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규 의원의 글 <[주장] 조국혁신당은 정의당을 대체하지 못할 것이다>(https://omn.kr/2878n)에 대한 반론이 들어와 싣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정당이나 정당 정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환영합니다.[편집자말]
정치적 이슈, 인물론이라는 세부적인 변수를 오로지 정권 심판이라는 단 하나의 구도가 압도하는 선거. 선거 전문가들이 한마디로 정의한 이번 선거의 특징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총선은 정말 명확하게 정권의 실정에 대한 '분노 투표'를 해야하는 선거임을 느끼고 있다. 

오마이뉴스 4월 8일 자 기사 <[주장] '조국혁신당은 정의당을 대체하지 못할 것이다>에서 글쓴이 양경규 의원이 쓴 마지막 문장("당 대표의 사법 위험으로 이성을 잃은 지금의 민주당")은 한마디로 정의당이 정권 심판이라는 압도적인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으며, 야당 대표 구속에 투표하고 '먹튀'한 자리를 대체한 4개월짜리 의원들조차 그 과오를 계승하고 있다고 고백하는 꼴이다. 

정의당 선거 홍보물에 나온 "정권심판, '정의'롭게"라는 구호에서 '정의'의 본질을 새삼 깨닫게 한다. 현 정세에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의'가 아니라 그간 해왔던 대로 '정의당스럽게' 대처하겠다는 것 아니겠는가? 정의당에는 정세를 읽을 줄 아는 사람들이 자취를 감춘 것인가?

'이미' 조국혁신당은 정의당을 대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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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청량리역에서 유세를 하는 가운데 지지자들이 피켓을 들고 응원하고 있다. ⓒ 권우성


'오해'마시라. 조국혁신당은 당신들이 그간 딛고 있었던 의회 제 3당이라는 '입지'를 '대체'했다는 것이다.

'열등감' 갖지 마시라. 조국혁신당은 당신들이 파산하고 난 의석들을 3자의 입장에서 '경매 시장'에 헐값으로 매입했을 뿐이지, 당신들의 채권자가 아니었다. 조국혁신당은 윤석열과 한동훈만 언급하기 바빴지, 단 한번도 정의당에 채권자 행세를 한 바 없다. 단지 경매시장에 정당하게 입찰한 제3자일 뿐이다.

하지만 '절망'하지 마시라. 당신들의 채권자는 당신들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후손임을 증명하는 '족보'까지는 경매에 넘기지 않았다. 그 족보는 자본주의의 주인들이 현대판 살주계(주인을 죽이는 노비들의 모임)라며 멸시하려 하고 일부러 대단치 않은척 폄하하고 감추려드는 기록, 87년 7~9월 노동자 투쟁과 96-97년 노동자 총파업의 '정치적 적통'임을 증명하는 증서다.

채권자들에게는 의석이라는 '재산'보다 그 '증서'가 더 중요했고 그 결과 경매시장에 노동이라는 이름의 의석은 매매되지 않았다. 그래서 절망하지 마시라. 왜냐고? 당신들의 채권자는 다름아닌 노동자들이니까. 명찰 떨어진 의석들은 어딘가가 가져갔을지 몰라도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적통을 잇는 적임자를 찾는 공간이 제도권 선거에서 광야로, 현장으로, 무엇보다 역사로 옮겨갔을 뿐이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제도권 퇴출은 당신들의 무능으로 빚어진 일이니만큼 20여 년간 한결같이 밀어준 노동자들에게 부채 의식을 가질 일이지, 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에 피해 의식을 가질 일은 아니다.

정의당은 어떤 정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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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정의당 김준우 상임선대위원장과 심상정 공동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지역 국회의원 출마 후보자, 비례대표 후보자, 당직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대와 동상 앞에서 “녹색정의당이 초심으로 돌아가겠다.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며 유권자들에게 절을 올리고 있다. ⓒ 유성호


이쯤되면 정의당이 노동자들만의 정당이 아닌데 왜 이러느냐,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초월해서 생태, 여성, 소수자 등 여러 쟁점을 대변한다고 하실 분도 계실 듯도 하다.
그렇다면 왜 자신들이 절박한 지금같은 때만 노동운동가들을 후보로 '소모'하시는가?

현재 녹색정의당은 상대적 앞순위에 매력적인 노동자~노동운동가 후보 두 명을 배치했다. 나순자, 권영국. 이 두 분은 기사 하나에 싣지 못할 정도로 좋은 투사들이요 훌륭한 노동운동 조직자들이다.

이런 좋은 사람들이 있었는데도 상대적으로 잘나가고 의석을 확보할 수 있었던 과거에는 어째서 '류호정' '장혜영' 등 20위권 언저리에 있던 사람들을 올려썼는지 의문이다. 진정 어려울 때 남아서 당을 지키거나 어려운 가운데 들어와 도와주는 사람들은 후순위로 밀려 있었던 사정이 어째서 지금은 180도 바뀌었는가?

결국 다 떠나고 남은 건 노동자 정치를 하던 사람들이고, 노동자 정치 플랫폼을 소중하게 여겨 같이하는 사람들만 그 정당에 남았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남아서 책임감 있게 주인 의식을 갖는 사람들이 진정 그 정당의 주인들이기도 할 것이고.

그래서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고, 아기를 절반으로 가르려고 할 때 자기를 버리면서도 아기를 구하려고 하는 사람이 진짜 엄마 아니겠는가? 결국 노동자들의 적지 않은 수가 그래도 정의당을 지켜주는 '진짜들'이란 걸 알기에, 정의당에 투표하는 다수가 노동자라는 것을 알기에 기만했던 과거를 감추고 노동 후보들을 앞세우는 식으로 화장을 고친 것 아닌가?

반대로 류호정과 장혜영으로 대변되는, 청년이자 여성인 (하지만 노동은 물론 여성주의조차 전혀 대변하지 않은 것이 드러나기까지 한) 사람들이 4년 전에는 중요한 가치를 지닌 대표자들이었는데, 지금 그 기조(성평등과 청년)가 사라진 이유를 한편으로 대답해 줘야 예의가 아닐까 한다. 적어도 조국혁신당의 정체성 논란을 묻기 전에 정작 본인들에게 가장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왜 제대로 말하지 않는가?

결국 정의당에 투표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은 노동자들이고 노회찬이라는 가장 큰 지분이 상징하듯이 노동이 가장 큰 자산인데도 노동자 정당에 노동을 정작 소외시키고 아쉬울 때만 손 벌리며 노동자를 홀대했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다.

지난 대선 심상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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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정의당 김찬휘 공동대표(왼쪽부터), 심상정 원내대표, 김준우 상임선대위원장이 3월 28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화정역 광장에서 열린 녹색정의당 총선 출정식에서 유권자들을 향해 절을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양경규 의원이 말하는 조국혁신당의 재벌 친화, 노동 정책의 기만성 등등 구구절절한 이야기는 필요없다. 노동자 정당인 당신들이 잘 해야할 문제지 애초에 노동자 정당을 정체성으로 하지 않은 민주당 강성파에 요구할 것이 못된다. 만일 민주당이 개악을 하게 되더라도 그들의 지지 기반이 평범한 사람들이니만큼 저항에 부닥칠 것이 분명하다. 

정의당 본인들이 똑바로 못해 국회에서 밀려난 탓에 다른 정당들이 노동자들을 공격하게 한 책임은 생각 안 하는가? 

워낙 정책적 존재감이 없는 정의당에 대한 마지막 정책적 기억은, 심상정 당시 대선후보의 연금개혁안이었다. 심 후보는 재정건전에 기초한 연금개혁이라는 논리에 따라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3~4%포인트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양대 노총은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선거 때마다 갈대 같던 한국노총이 지난 대선 결정적으로 이재명 지지로 결정하게 된 계기가 바로 당면한 국민연금 쟁점에서 심상정이 이재명 등 다른 보수 후보들과 차별점이 없는 주장을 했다는 것이었다. 결국 공약 경쟁을 통해 한국노총으로부터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은 심상정이었지만 국민연금납부액 인상을 주장하며 선제적으로 다른 후보들에게 제안하는 적극성까지 보인 것이 화를 자초한 것이다.

나는 정의당이 오랜기간 똑같은 잘못을 반복한 것을 보아왔기에(손웅정 감독이 한국 축구를 위해 아시안컵 우승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한 것처럼) 지금같은 방식으로 연명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래서 이번 기회에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실패한 모델을 과감히 용도 폐기하고 다시 만들 필요가 있다는 점에 공감하길 바란다.

정치 프로답게 행동하라

민주당이 비록 (당의 리더들의 경우) 한국 사회 기득권의 일부이거나 그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등 사회의 주류가 된 것이 사실이지만, 윤석열 정권의 친미·친일, 민주주의 파괴 등에 분노하는 대중들에게 민주당은 보편적으로 익숙한 반대파이며, 직관적으로 타당해 보이는 대안으로 존재해 왔다.

김대중, 노무현, 이재명과 같은 걸출한 대중 정치가들이 존재하는 대척점에 5·18 역사 왜곡, 독재 찬양 후보자들이 판을 치고, 한국 땅에 '욱일승천기'를 게양하는 것을 표현의 자유에 넣자는 발상을 하는 지역 정치인들에 대한 혐오감도 민주당을 찍게 한다.

그렇기에 민주노동당의 리더들(원로들)은 '결국 오랫동안 민주당을 지지해 왔던 대중들을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대안으로 쟁취'하고자 했다. 노동자들과 평범한 사람들의 상당수는 민주당 지지자들이다.

언제고 중심이 되었어야 할 노동이라는 쟁점을 누군가 주도하겠다고 하면 그것이 하늘에서 뚝떨어진 생소한 것일 리 만무하다. 민주화 투쟁, 미국·일본에 대한 뿌리깊은 반감과 투쟁의 역사가 전통인 만큼 노동과 환경과 같은 주제들도 응당 기존 전통을 발전·계승해서 대중화 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무엇보다 70년 역사의 한가운데에 민주당이 (그에 대한 평가를 차치하고서라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에 역사적 공간에서 노동자·대중들은 때로 민주당과 겹쳐지거나 발맞추어 나가기도 했고, 민주당이 미덥지 못할 때 민주당과 경쟁, 때로는 충돌하며 발전해왔던 것이다.

그래 왔던 노동 대중을 기반으로 한 정의당은 중요한 정치 투쟁의 전선에 서있기는커녕 반대 편에 서기를 마다하지 않거나 정권 퇴진 광장을 민주당에 일방적으로 내주며 주변화를 자초해 지지 기반을 상실했다. 필요하면 민주당과 어깨걸고 싸우면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대중들을 획득하기 위한 경쟁을 하고, 필요하면 비판을 아끼지 않아야 할텐데 그런 접점을 회피하니 정치가 제대로 될 턱이 있겠는가?

더군다나 무도한 정권에 맞서 싸워야 하기에 더 시끄러워져도 모자랄 판에 양경규 의원은 조국 수호와 윤석열 호위로 갈라지기 시작했던 양극화 된 서초동-광화문 시위식 극한 투쟁을 걱정하고 있다(설마 올 선거가 한동훈식 '이조심판'도 필요하다고 보지는 않겠지만).

사람들이 '지민비조'하게 되기까지 정의당은 앞장서서 싸우는 투사였는가? 꼬투리를 잡혔을지언정 학력 몰수와 가족 해체, 수백 번 압수수색과 잦은 검찰 수사, 피습에 이르기까지 '탄압'을 생중계 당한 조국 일가나 이재명처럼 뜨거운 맷값을 지불하고 불쌍해서라도 사람들이 자신들을 지지하게 만드는 스토리라도 만들었나? 그런 중심에 들어서기는커녕 어디에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게 정의당 아니었나. 

노회찬을 잃은 7년여 사이에

한때 정의당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중요한 본체였고 맏이였지만 기본 정신을 망각했다. 이번 선거에 1명이 살아올지도 알 수 없게 되었다.

정의당은 왜 민주노동당이 노동 중심성을 가지고 출발했는지, 비판적 지지에 대한 심층적인 고민이라든지, '부자에게 세금을' '무상급식' 등 20년 전 고민들을 복습하면서 노회찬 정신을 어떻게 구현하겠다는 것인지 돌아봐야 할 때가 되었다.

노회찬을 잃은 7년여 사이에 몰라보게 망가진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다시 비탈길로 접어들 준비를 해야 한다.
#노동자정치세력화 #정의당 #조국혁신당 #3당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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