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채상병 특검법 5월 통과도 늦는다, 석달 후면 통화기록 삭제"

[인터뷰] 해병대예비역연대 김규현 변호사 "상상초월 대통령에 방심은 금물"

등록 2024.04.19 12:02수정 2024.04.19 12:02
12
원고료로 응원
a

해병대 예비역 연대 감사 및 법률자문역을 맡고 있는 김규현 변호사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채상병 특검법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한 뒤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해병대 출신이고 서울북부지검 검사를 지낸 김 변호사는 4·10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청년전략특구로 지정한 서울 서대문갑에 공천을 신청했다 당내 경선에서 낙천했다. 4·10 총선 기간엔 고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연루된 후보들의 낙선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 남소연

 
"고 채상병 사망 사건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연루된 의혹까지 있는 중대한 수사 외압, 국기문란 사건이다. 수사 골든 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특검법을 최대한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21대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순직해병수사방해및사건은폐등의진상규명을위한특별검사의임명등에관한법률안) 통과가 예상되는 가운데 여당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자 해병대 출신(1043기) 김규현 변호사는 이같이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116명은 총선 승리 닷새만인 지난 15일 채상병 특검법의 본회의 통과를 촉구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16일 윤재옥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은 진행 중인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에 김 변호사를 포함한 해병대 예비역 10명은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채상병 특검법 신속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직후 김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 만나 "이 사건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군인에 대한 예우와 법과 원칙대로 수사한 수사단장에 대한 명예가 걸린 사건"이라며 "5월이 아닌 4월 중 국회를 열어 채상병 특검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3년 2월까지 검사로 근무했던 김 변호사는 현재 '채상병순직진상규명및박정훈대령명예회복을위한 해병대예비역전국연대(해병대 예비역 연대)'에서 법률자문역을 맡고 있다. 다음은 김 변호사와의 주요 문답을 정리한 것이다.

총선에서 낙선운동 진행한 이유 

- 고 채상병 사망 사건 이후 매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사건 초반 해병대 수사단이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에게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는 걸 보고 '과거의 다른 군사망 사고와는 뭔가 다르구나', '역시 해병대는 철저하게 수사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한)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에게 항명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까지 청구됐다. 그때부터 해병대원들은 이상함을 감지했다.

이 사건은 해병대원 후배가 순직한 사건이다. 때문에 당시 많은 해병대원이 해병대 전우회 중앙회 사이트에 "왜 이 문제에 목소리를 내지 않냐"고 남겼다. 그런데 중앙회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며 해당 글을 삭제하더라. 그때 분노한 대원들 사이에서 "모이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오래 활동하게 될 줄은 몰랐다.

오랜 기간 활동을 하게 된 이유는 사안이 진행될수록 문제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다. 해병대 모토가 '안 되면 될 때까지'인 것처럼 채상병 진상규명이 될 때까지, 박정훈 대령의 명예 회복이 될 때까지 하겠다는 생각이다."
 
a

지난 3월 30일 경북 영주에서 빨간 티셔츠를 입은 해병대 예비역들이 '임종득 낙선'이라고 적힌 피켓을 한 글자씩 들고 낙선 운동을 벌이고 있다. 오른쪽 두 번째가 김규현 변호사. ⓒ 정원철

 
- 수사 외압 의혹에 연루된 임종득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2차장과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이 각각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했었다. 해병대 예비역 연대가 낙선운동을 벌이기도 했는데.

"고 채상병 사망 사건은 해병대의 생명과 명예를 건드린 것이다. 저희는 '해병대를 건드린 자 가만두지 않겠다', '사건 관계자들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들과 함께 그들의 낙선 운동을 벌이는 동시에 채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지지하는 야당 후보들을 여럿 지원했다.

결과적으로 신범철 후보(천안갑)는 저희가 떨어뜨렸고, 지원한 후보들은 대부분 당선됐다. 특히 신 후보를 낙선시킨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는 해병대 사령관에게 '특정인을 혐의자에서 빼라'는 문자를 보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 사람이다. 해병대를 건드리면 이렇게 된다는 걸 앞으로도 보여줄 거다. 해병대원들도 국민들이 저희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신 것 같아 만족해하고 있다.

한편 임종득 후보(경북 영주영양봉화)의 경우 낙선운동에도 당선된, 거의 유일한 예외라고 할 수 있다. 워낙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기도 했고, 영주시선거관리위원회 주관 TV토론에서 고 채상병 사망 사건이 빠진 것도 한몫했다고 본다. 이번 TV토론에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들은 나중에 바로잡아야 한다. 임 후보도 당선이라는 결과를 본인에 대한 면책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 스스로 잘못한 게 있다면 진실을 밝히고 사죄해야 한다."

- 총선에 고 채상병 사망 사건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

"분명히 영향이 있었다고 본다.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채상병 사건 당시 국방부 장관)의 '도주' 사태 전까지는 여론조사에서 (여당과 야당이) 비등하거나 혹은 여당이 우세하다는 조사 결과도 일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 전 대사 도주 이후 여론이 (야당을 지지하는 쪽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저희는 총선 결과를 두고 '야당의 승리, 여당의 패배'가 아니라 '채상병을 지지하는 국민의 승리', '박정훈 대령을 지지하는 국민의 승리'라고 말한다. 국민이 정부·여당을 심판했으니 대의기관인 국회는 당연히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 윤 대통령 역시 민의를 받들어 반성하고 쇄신해야 한다."

"통신 기록 보존기간 1년, 올 7월이면 삭제" 
 
a

해병대 예비역 연대 감사 및 법률자문역을 맡고 있는 김규현 변호사(가운데)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채상병 특검법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 이 전 대사 측은 "군에 수사권이 없어 수사 외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한다.

"코너에 몰려 정말 아무 말이나 던지고 있는 것이다. 첫째, '군에 수사권이 없다'는 표현은 잘못됐다. 군사법원법에 따르면 군 수사관은 범죄를 발견하면 수사를 해야 하고, 군이 아닌 일반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범죄라는 게 확인되면 지체 없이 민관으로 이첩해야 한다. 박정훈 대령은 기초 수사를 한 뒤 해병대1사단 임성근 사단장 등 8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어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한 거다. '군이 어떠한 수사도 할 수 없다'는 건 잘못된 주장이다.

둘째, 그의 말대로 군에 수사권이 없다고 한다면 국방부 장관은 수사에 대한 명령권도 없는 거다. 명령권이 없으면 항명도 없다. 그런데 그들은 박정훈 대령이 항명을 저질렀다며 기소하고 있지 않은가. 박 대령을 기소한 것은 군에 수사권이 있다는 걸 전제로 한 행위다.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적인 소리를 하고 있다. 허무맹랑하다."

- 여당도 수사가 진행중이라며 특검에 부정적이다. 

"총선 이후에도 정신을 못 차리는 것 같다. 일부 인사들은 '특검은 사건의 수사가 미진하거나 공정하지 못했다고 평가하면 진행하는 것이고,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는 사실상 착수했다고 보기 애매하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수사는 이미 미진하지 않은가. 7~8개월이 지나도록 경북경찰청이 수사를 하는지 안 하는지도 불분명한 상태다. 또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자들이) 고발된 지가 언젠데 아직도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기 애매하다고 말을 하나. 이게 수사 미진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여당이 특검을 반대하는 이유는 핑계에 불과하다. 되레 그들이 문제제기하는 점들이 채상병 특검법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또 일부 여당 인사들이 독소조항을 운운하며 핵심에서 벗어나는 말을 하고 있는데, '국민의 73%가 채상병 특검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법 내용에 부족한 점이 있다면 보완하면 된다. 큰 틀에서는 특검법에 협조해야 한다."

- 더불어민주당은 5월 2일로 특검법 통과를 잡고 있다.

"5월 2일도 늦다. 골든 타임이 3개월밖에 안 남았기 때문이다. 저도 검사로서 수사를 많이 해보지 않았나. 이런 외압 의혹은 통신 기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특수성이 있다. 그런데 휴대전화 통신사가 통신 기록을 보존하는 기간이 1년이다. 지난 7월에 발생한 고 채상병 사망 사건은 관련 기록이 올해 7월이면 삭제되기 때문에 그 이후엔 확보할 수가 없다.

또 특검법이 통과되더라도 남은 실질적인 시간을 계산하면 빠듯하다. 과거 국정농단 최순실 특검은 특검법 통과부터 업무시작까지 준비에만 약 34일 걸렸다. 준비기간을 생각하면 실질적으론 수사할 수 있는 시간이 2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여기에 대통령 거부권까지 발동되면 그 시간은 훨씬 더 줄어들지도 모른다. 그거야말로 범죄 은폐자들이 바라는 상황 아니겠나.

이에 더해 군에서는 비화폰(도청 방지 휴대전화), 암호폰 같은 걸 쓰고 통화도 예를 들면 텔레그램 통화처럼 보안이 강한 앱을 이용하기 때문에 통화 내역이 어떻게 남는지 명확하지가 않다. 수사가 복잡하고 오래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이를 고려해서라도 특검법을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5월 2일이 아니라 4월 내에, 최대한 빨리 채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제가 거듭 강조하는 이유다."
 
a

해병대 예비역 연대 감사 및 법률자문역을 맡고 있는 김규현 변호사는 4·10 총선 기간에 고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연루된 후보들의 낙선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 남소연

 
- 특검법이 통과돼도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나.

"지금까지 윤 대통령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행보를 많이 보여줬다. 총선을 앞두고 이종섭 전 장관을 해외로 도피시켰고, 또 16일 나온 총선 패배에 대한 첫 입장을 보면 '진짜 반성하고 있긴 한 건가?'라는 의구심이 생긴다. 채상병 특검법 통과와 이후 상황까지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특히 채상병 사망 사건은 윤 대통령 본인이 직접 연루된 의혹까지 있는 중대한 수사 외압, 국기문란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정치적인 사안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희생한 군인에 대한 예우의 문제고, 법과 원칙대로 수사한 수사단장에 대한 명예의 문제다. 그러니 국민들께서도 정파성을 떠나 사건이 순리대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관심 가지고 도와주셨으면 좋겠다. 저희 해병대원들도 끝까지 싸우고 노력하겠다."
 
a

해병대 예비역 연대 감사 및 법률자문역을 맡고 있는 김규현 변호사(가운데)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채상병 특검법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마친 뒤 해병대 예비역들과 함께 나서고 있다. 해병대 출신이고 서울북부지검 검사를 지낸 김 변호사는 4·10 총선 기간엔 고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연루된 후보들의 낙선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 남소연

 
#김규현 #채상병 #채상병특검법 #윤석열 #총선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의 돌변... 특수활동비가 아킬레스건인 이유
  2. 2 "아이 어휘력이 떨어져요"... 예상치 못한 교사의 말
  3. 3 그가 입을 열까 불안? 황당한 윤석열표 장성 인사
  4. 4 '조중동 논리' 읊어대던 민주당 의원들, 왜 반성 안 하나
  5. 5 MBC가 위험합니다... 이 글을 널리 알려 주세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