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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노무현 대통령이 윤광웅 국방 장관(사진)의 사표 수리를 유보했다. 총기 난사 사건 수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시간을 갖고 수리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사고 원인 규명 및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윤 장관이 마무리하는 게 순리라는 청와대의 설명에 토를 다는 언론은 없다. 결자해지 원칙에 굳이 토를 달 이유가 없기 때문이지만, 장관 교체는 시간 문제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분 사건, 북한군 병사 월남 사건, 해군 고속단정 망실 사건, 총기 난사 사건 등이 줄을 잇는 데 대해 비난 여론이 비등한데다가, 한나라당이 국방 장관 해임 건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힌 상황을 정면 돌파하기는 무리이며, 따라서 다음 달로 예정된 개각 때 사표를 수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의 이런 분석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하지만 또 다른 현실적 요인이 반작용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언론은 많지 않다. 국방 개혁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윤 장관은 대통령 국방보좌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의 역점 사업인 국방개혁 방안을 직접 성안한 인물이다. 노 대통령이 그를 각별히 신뢰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 그가 중도하차해야 할 처지에 빠져 있다. 노 대통령으로선 고민스런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각종 안보 사건에 자유로우면서도 국방 개혁의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는 인물이 있다면 선택의 여지가 넓어지겠지만 현실적으로 그 정도의 여지가 있느냐는 게 문제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바로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윤 장관을 이어줄 마땅한 '구원 투수'를 찾기도 어려운 실정"을 지적하면서 "이런 논거를 바탕으로 그의 유임을 점치는 성급한 견해도 군 내에 적지 않다"고 전하고 있다.

<조선일보> 보도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입을 빌려 노 대통령이 "민간인 국방장관 임명 문제를 오래 전부터 검토해 왔다"면서 "다만 현재 국방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 맞는지 판단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결국 두 신문의 분석에 따른다면 노 대통령이 윤 장관의 사표를 유보한 배경에는 장관 인선이 쉽지 않다는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군 요직을 거치지 않은 순수 민간인 중에는 국방 전문가가 드물고, 그렇다고 장성 출신 인사를 쓰자니 이해 관계가 얽혀 있을 수 있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어디 이뿐인가. 이헌재, 이기준, 강동석 장관과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 등이 신상 문제로 낙마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노 대통령으로선 국방 개혁 의지 못지않게 청렴성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사정들을 종합하면 노 대통령이 윤 장관의 사표를 즉각 수리하지 않은 이유가 명확해진다. 윤 장관에게 사건 수습 시간을 주는 것 못지 않게 노대통령 스스로 숙고의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군 일각의 관측처럼 사람을 찾기 어려워 장관을 유임할 가능성도 있는 것일까. 언론은 그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국방 개혁을 수행할 만한 인물을 찾기 쉽지 않으리라고 내다본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조차,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관 교체는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속단을 해서 좋을 건 없다. 권진호 대통령 안보보좌관이 국정원장에 내정됐다가 '피치 못할 어떤 이유 때문에' 뒤집히는 과정을 지켜본 터이기에 예단은 삼갈수록 좋은 것 같다.

청와대는 다음 달쯤 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를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각종 현안에 대해 국민에게 직접 이해를 구하겠다는 취지에서 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다음 달쯤'으로 밝힌 국민과의 대화 시점이 구체적으로 언제가 될 것인지를 유의해서 봐야 할 필요가 있다. 그 시점이 개각 이전이 되는지 이후가 되는지에 따라 '대화'의 내용은 달라질 것이다. 대화의 주내용이 '호소'가 될지 '천명'이 될지를 가늠하다보면 국방 장관 교체 여부도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을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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