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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갓집설렁탕'이란 상호의 식당이지만, 필자의 입맛엔 뚝배기로 제대로 끓여낸 김치찌개가 압권이었다.
ⓒ 유영수
요즘 김치 속에 기생충이 있느니 어쩌니 해서 온 나라가 들썩들썩하지만, 그래도 우리 민족은 김치 없인 밥 한 끼조차 해결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또한 김치로 만든 부치미와 만두에 우동, 그리고 김치가 들어간 피자까지... 우리 일상에서 김치를 빼놓고선 식생활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그러나 김치를 재료로 한 수많은 음식 중에서도 으뜸이라면 역시 '김치찌개'를 빼놓을 수 없다. 필자도 점심 식사를 밖에서 하는 경우 열에 대여섯 번은 김치찌개로 밥 한 공기를 비우곤 한다.

▲ 옹기에 담긴 배추김치와 깍두기의 맛깔스런 모습. 신 김치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입에 착 달라붙는 맛이 아닐 듯하다.
ⓒ 유영수
그런데 김치찌개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연재 기사 첫번째에 올렸던 '명성기사식당'의 김치찌개는 약간 달짝지근해서 처음엔 조금 꺼려지다가도, 몇 번 먹다 보면 중독성이 생겨서 자꾸만 생각나는 맛이다. 찌개에 들어가는 재료의 구성만 살펴본다면 얼핏 부대찌개라 해도 틀리진 않을 것이다.

두 번째로 얼큰하긴 하지만 제대로 우려낸 김치찌개의 맛이 아닌, 시원한 김치국의 맛을 지닌 김치찌개가 있을 것이다. 연재기사 후반부에 따로 소개할 '똑다리김치찌개'가 그 대표적인 예다. 여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나중으로 미루는 게 순서일 것이다.

사람마다 각기 식성이 다르기에 어떤 맛이 가장 훌륭하다고 단정하기 힘들고, 또 각각의 맛이 나름대로의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기에 그때 그때의 상황에 따라 취사 선택해도 괜찮을 듯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큰한 맛과 푹 고아진 맛을 선호하는 편인 기자에게는, 이번에 소개하려는 '종갓집 설렁탕'의 뚝배기 김치찌개가 진정한 김치찌개의 맛으로 다가온다. 상호에는 설렁탕을 대표 메뉴로 쓰고 있지만, 지인의 추천으로 필자가 가장 먼저 이곳에서 맛본 메뉴는 김치찌개였다.

김치찌개와 설렁탕 모두 추가 요금 500원만 부담하면, 공기밥 대신 돌솥에 밥을 지어 찰지고 맛있는 돌솥밥을 손님에게 대접한다. 돌솥에서 금방 지은 흑미밥의 뚜껑을 열고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따끈따끈한 밥을 공기에 먹을 만큼 덜어낸다.

약간의 밥만 남겨 놓은 돌솥에 물을 부으면 식사 후에 후식으로 맛볼 수 있는 구수한 누룽밥이 만들어진다. 다들 알겠지만 이 누룽밥의 맛이 또한 기가 막히다. 손님 입장에서는 공기밥에 식사를 했지만, 왠지 융숭한 대접을 받고 나온 듯한 기분까지 들게 해준다.

▲ 방금 지어온 찰진 밥을 공기에 덜어내고 돌솥에 물을 부으면 맛있는 숭늉을 맛볼 수 있다.
ⓒ 유영수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이 음식점의 김치찌개의 맛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앞에서 언급한 김치국이나 부대찌개의 맛이 아닌, 묵은지를 푹 익혀 제대로 끓여낸 김치찌개의 맛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전날 과음을 했거나 왠지 얼큰한 맛이 당기는 분이 있다면 이곳을 주목하시라.

작게 썰어진 비계가 살짝 붙어 있는 돼지고기와 신선한 팽이버섯에, 푹 끓인 김치 한 점을 흑미밥과 함께 입에 넣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런 맛에 한 번 빠지게 되면 기생충 같은 것은 별로 개의치 않게 된다.

▲ 돌솥으로 누룽밥을 만든 후 한 술 떠서 깍두기를 얹어 먹으면 기가 막히다.
ⓒ 유영수
기자 같은 대식가에겐 음식의 맛은 물론 양 또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곳의 김치찌개는 그런 면도 충족 시켜 준다. 혼자 먹기에는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의 양이 나오기 때문에, 여자들은 동행한 인원수보다 적은 양을 주문해도 될 듯하다.

그것뿐인가. 미리 물을 부어 놓은 누룽밥에 아삭아삭한 깍두기를 올려 몇 술 입에 떠넣다 보면, 불러진 배가 약간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 설렁탕 역시 진국으로 우려내 사골의 깊은 맛을 선보이고 있었다.
ⓒ 유영수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반찬으로 나오는 배추김치와 깍두기가 푹 익힌 상태로 나오는 것이 아니기에, 신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젓가락이 덜 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김치찌개를 주문했다면 특별히 반찬으로 김치를 많이 먹지 않는 게 보통이므로 중요한 문제는 되지 않는다.

▲ 인근을 지나칠 때면 자주 이곳을 들르게 된다는, 단골손님 전도열씨가 김치를 자르고 있는 모습
ⓒ 유영수
상호에 언급된 '설렁탕'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다. 역시 뚝배기에 끓여내는 이 집의 설렁탕은 음식점 주인장의 말에 의하면, 순수 한우의 사골만을 우려내 진하고 깊은 맛을 낸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음식점 벽면 한 쪽에 크게 새겨진 문구가 눈길을 끈다. '우리 집 설렁탕은 우유를 섞지 않고 순수 한우 사골만을 푹 고아 만들었습니다.' 사골에 우유를 섞어 진국을 가장한 '허당 설렁탕'을 내놓는 다른 설렁탕집의 그것과 다르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식당의 설렁탕 맛에 반해 양천구 방면을 지날 때면 자주 찾는다는 단골손님 전도열(25·청호컴넷 근무)씨에게 이곳의 설렁탕 맛을 직접 물어보았다.

"사골을 푹 우려내 국물에서 진한 맛이 납니다. 그러면서도 다른 곳의 설렁탕처럼 걸죽하지 않고 담백하기 때문에 깔끔한 뒷맛을 느끼게 해 주니 단골이 된 것 같네요."

큰 사거리의 대로변 코너에 위치한 이 음식점 건물은 필로티 구조로 만들어져, 손님들의 주차편의를 위해 1층 전체를 주차장으로, 2층은 넓고 쾌적한 홀로 이용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양천구 신정2동 소재. 02)2643-06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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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누리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제주에서 1년 반,포항에서 3년 반 동안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대자연 속에서 깊은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소명으로 받은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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