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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쁜여자 착한여자> 제작발표회
ⓒ MBC 홈페이지
"기가 막혀서…. 뭐 그런 가식적인 설정이 다 있데? <나쁜여자 착한여자>엔 착한 여자는 없더라구. 제목을 바꿔야 해. 남의 남자 가로챈 '나쁜여자'(서경), 과거 남자 때문에 제정신이 아닌 '미친여자'(소영), 6년이나 남편의 불륜을 모르고 산 '바보 같은 여자'(세영)라고 말이야. '나쁜 여자, 미친 여자, 바보 같은 여자'라는 거지."

"거 말되네. 속이 다 시원해. 호호호."


아줌마들의 논란에 힘입어서일까? MBC 일일 드라마 <나쁜여자 착한여자>가 지난 15일 23%의 시청률(TNS미디어코리아)을 기록하며 방영초기의 부진을 씻고 최고 시청률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나쁜여자 착한여자>에서의 최진실(세영 역)은 그의 전작인 KBS 드라마 <장밋빛 인생>의 '맹순'과 흡사하다.

남편과 가정밖에 모르는 지고지순한 아내, 사회적으로 잘 나가는 남편, 아내보다 멋지고 화려한 또 다른 여자라는 상투적인 구도지만 아줌마들에게는 오히려 편안하다. 불륜을 다룬 전작들에 의한 학습효과로 이미 드라마에 빠질 준비가 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착한여자'보다 '나쁜여자'에 공감하는 이유

▲ 드라마 <나쁜여자 착한여자>는 작위적인 설정으로 '최진실의 연기가 오버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 MBC 홈페이지
배신한 남편의 말로는 언제나 그렇듯 권선징악의 법칙에 따른다. 남의 가정의 불행과 유부남, 유부녀의 불륜장면을 즐기는 시청자들도 '불륜으로 맺어진 커플이지만 오래오래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았더래요'라는 결말은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드라마 <나쁜여자 착한여자>는 시청자와 제작진이 그 결말을 이미 예측하고 시작하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통속적이며 진부하다'는 일부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나쁜여자 착한여자>는 드라마초반, 시청자의 눈길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가족시청 시간대(저녁 7시 45분)라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불륜이라는 소재를 과감하게 들고 나온 데다 심야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을만한 과감한 키스신과 베드신을 삽입하는 등의 강수를 두었기 때문이다. '빅스타 최진실'의 이름 효과는 자극적 외도 장면에 가려, 오히려 초라해 보일 정도였다.

"착한 거야? 답답한 거지. 바보도 아니고 요즘 세상에 저런 여자가 어디 있냐구. 저런 억지스런 설정이 어디 있어? 저러니 바보 같은 여자라고 욕을 먹지."

남편이 결혼 전 얻은 딸을 자신의 딸처럼 키우고 치매에 걸린 시할머니까지 모시면서도 행복에 겨워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세영은 분명 '착한여자'다. 그러나 종종 '착함'을 강조한 나머지 지나친 설정을 해 시청자로부터 역겹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베테랑 연기자 최진실의 연기력이 도마에 오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기자조차 배역에 녹아들기 힘들 정도니 시청자들의 불편함이야 말로 할 수 없을 정도가 아닐까?

착한 것이 지나쳐 답답하기만 한 비현실적 캐릭터 세영에 비하면 '나쁜여자' 서경(성현아)에 대한 평은 오히려 긍정적이다.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착한여자'보다는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나쁜여자'에게 공감이 간다는 것.

<나쁜여자 착한여자>,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을까?

▲ 현실에는 <나쁜여자 착한여자> 속 '착한 여자'는 없다.
ⓒ MBC 홈페이지
이는 지난 2월, 한 취업전문사이트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6.4%가 '나쁜여자 신드롬'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더 이상 가정과 남편에게만 충실하고 고난과 역경을 희생과 인내로 이겨내며 성적 매력도, 성에 대한 관심도 없는 '착한여자'가 대중에게 어필하던 시대는 지나갔다는 이야기다.

"나쁜 여자, 그게 어떻다는 건데? 당당하고 좋잖아. 착한 여자라는 허울을 뒤집어쓰고 궁상스럽고 찌질한 삶을 살고 싶지는 않아. 누구를 위한 착함인데? 남자들을 위한 착한 여자? 시집식구들을 위한 착한 여자?"

지난 26일 방송(41회)에서 세영은 드디어 건우(이재룡)와 서경의 불륜을 확인했다. 착한 아내 세영이 6년이나 아내 몰래 바람을 피운 남편과 남편의 여자에게 어떤 응징을 할까?

천진하다 못해 바보 같아 보이는 세영의 푼수기가 더 하면 더 할수록, 불륜을 저지르는 건우과 서경의 애정행각이 진하면 진할수록, '속 시원한 극적 반전 만들어 달라'는 시청자들의 요구 역시 거세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불륜이 밝혀진 후 세영의 또 다른 모습을 기대해 달라는 이대영 PD의 말에 더 큰 기대를 걸게 된다.

시청률 30%대 진입을 앞두고 같은 방송사의 <거침없이 하이킥>과 '편성시간 재조정'이라는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나쁜여자 착한여자>가 시청자들의 공감과 시청시간대 재조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TV 리뷰 시민기자단 공모에 응모합니다. '아줌마, TV를 말하다'라는 제목으로 몇 차례 더 기사를 작성할 예정입니다.


태그:#착한여자, #나쁜여자, #최진실, #성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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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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