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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필자는 여름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아침에 기분 좋게 샤워를 하고 나가도 뜨거운 햇살 아래 금방 온몸에서 땀이 나서 상쾌함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불쾌지수도 높아지고 일의 능률이 많이 떨어지게 되는 것도 여름을 싫어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이것 말고도 또 다른 이유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모기의 출몰이다. 평소 예민한 성격의 필자는 모기가 단 한 마리라도 방에서 날아다니면 그 모기를 퇴치하기 전까지 절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 모기를 잡던지 그러지 못한다면 내쫓기라도 해야 직성이 풀려 잠을 편하게 이룰 수 있다.

모기와의 첫 대면

몇 년 전 어느 여름날이었다. 그날도 무척이나 무더웠던 날로 기억한다.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나서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듣기로는 샤워를 하고 로션 등을 바르면 모기가 그 냄새 때문에 더 몰려든다고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로션을 바른 후 잠자리에 누웠다.

전자모기향을 꽂아 놓았기에 모기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러나 열대야 때문에 잠은 쉽게 오지 않았다. 그래서 문득 상념에 잠겨 있는데 모기가 윙윙거리며 날아다니는 소리가 들었다. 가뜩이나 잠이 오지 않던 참에 모기까지 성가시게 굴자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방의 전등을 켰다.

그리고는 모기가 어디 있는지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방 구석구석을 뒤져봤음에도 모기는 어디로 숨었는지 찾을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허공을 가른 나의 책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모기가 또다시 필자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손으로 모기를 내쫓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다시 일어나서 방의 불을 켰다. 우선 전자모기향부터 확인했다. 전자모기향은 자기 몫을 충분히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방안에 모기향의 냄새가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모기는 모기향의 냄새에 아랑곳없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었다. 당장 내일 전자모기향을 더 강력한 것으로 바꾸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모기를 찾기 시작했다. 방의 곳곳을 살피던 중 모기가 방 구석 한쪽의 벽에 달라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순간적으로 손에 잡히는 물건을 집어 들었다. 낮에 읽던 소설책이었다.

잠을 방해하던 모기에게 복수의 칼날을 품고 있던 터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나서 그 책으로 있는 힘껏 벽에 있는 모기를 향해 내리쳤다. 그러나 너무 힘을 주었던 탓일까. 모기는 필자가 휘두른 책이 일으킨 바람을 느끼고 황급히 날아올라 도망쳐버렸다. 필자가 휘두른 책은 허공을 갈라 아무것도 없는 벽을 치고 말았다.

다시금 모기가 날아간 곳을 찾아보았으나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였다. 밤 12시쯤 잠자리에 들려고 했었는데 벌써 2시간이나 지난 것이었다. 이제는 슬슬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모기도 놀라 달아났으니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아까운 모기약

모기와 격전(?)을 벌여 피곤한 탓인지 잠이 금방 들었다. 잠깐 눈을 좀 붙었다 싶었는데 팔에 따끔한 아픔의 충격이 가해졌다. 이어서 아팠던 부위가 가려워지기 시작했다. 다른 손으로 만져보니 모기에 물린 것이었다. 이제는 인내심이 한계에 달하였다. 또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불을 켰다. 그리고 이번에는 끝장을 볼 때까지 절대 잠을 안 자리라 다짐하였다.

필자를 물었던 모기는 눈앞에서 유유히 날아다니고 있었다. 마치 필자를 놀리는 듯했다. 거실로 나가서 뿌리는 모기약을 찾아 손에 들고는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사정없이 방에 모기약을 뿌리기 시작했다. 모기약 한 통이 그렇게 소모되었다. 모기약을 너무 많이 뿌린 탓인지 방은 모기약 냄새로 진동을 하였다.

모기약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 하는 수 없이 잠시 거실 쇼파에 앉아서 환기가 되기를 기다렸다. 거실에 걸려있는 시계를 보니 시간은 어느덧 새벽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방으로 다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모기약 냄새가 아직 남아있었지만 견딜 수 있는 정도였다. 이제는 필자를 괴롭히던 모기도 장렬히 전사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끈질긴 모기의 최후

잠을 자고 있던 필자는 순간 귀를 의심하였다. 모기가 윙윙거리는 소리가 다시 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잠시 동안 혹시나 환청이 아닐까 아니면 잠이 든 상태에서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필자에게 달려드는 모기는 분명 현실 속의 모기였다. 아마도 그 모기는 필자가 모기약을 뿌리는 사이 잠시 방을 나갔다가 냄새가 잠잠해지자 다시 들어온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또다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방의 형광등을 켰다. 모기는 천장에 붙어있었다. 마치 필자를 비웃고 있는 듯한 그 모습에 화가 치밀었다. 손을 뻗어 닿을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기에 주방으로 가서 식탁의자를 가지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파리채도 동시에 들고 들어왔다. 의자에 올라서서 이전의 실패를 되새겼다. 책을 너무 세게 휘두른 탓에 모기가 날아갔던 일을 거울삼아 이번에는 신중을 기하였다.

파리채를 든 손에서 힘을 뺏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모기를 향해 내리쳤다. 모기는 파리채의 가벼운 스윙 앞에 결국 최후를 맞이하였다. 필자는 휴지를 찾아서 모기의 시체를 수습하고 의자와 파리채를 제자리에 갖다 두었다.

모기를 잡았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으로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모기가 불쌍하다는 생각이었다. 모기는 자기 나름대로 먹고 살기 위해 본분에 충실했을 뿐인데 죽임을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몇 시간 동안 필자와 사투를 벌였기에 정까지 들었던 모양이다. 마치 전장에서 장수가 적장을 베고 나서 국경을 넘어서는 우정과 존경심을 가지고 적장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었다.

어찌되었건 모기와 혈전을 벌인 탓에 몸은 몹시도 피곤하였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7시에 일어나 학교를 가야했기에 부지런히 잠을 청했다. 그렇지만 결국 그 다음날 늦잠을 자서 지각을 하고 말았다. 지각 사유를 묻는 교수님께는 차마 모기 때문이었다고는 말을 할 수가 없어 적당히 둘러대고 말았다.

그날 이후로 필자는 강력한 전자모기향을 구비하여 모기에 대비하였고 웬만하면 모기에 물리더라도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것이 잠도 푹 잘 수 있는 방법이고 모기에게도 살 길을 마련해주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여름의 불청객 '모기'를 말한다> 응모글


태그:#모기, #전자모기향, #모기약, #여름, #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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