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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과 경술국치 100년을 앞두고, 우리 근현대사에 가장 위대한 애국자 안중근 의사의 유적지인 러시아 크라스키노, 블라디보스토크, 우수리스크, 포브라니치나야, 중국 쑤이펀허, 하얼빈, 지야이지스고(채가구), 장춘, 다롄, 뤼순 등지를 지난해 10월 26일부터 11월 3일까지 아흐레간 답사하였습니다. 귀국한 뒤 안중근 의사 순국날인 2010년 3월 26일에 맞춰 눈빛출판사에서 <영웅 안중근>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펴냈습니다.

2010년 경술국치 100년에 즈음하여 <영웅 안중근>의 생애를 다시 조명하는 게 매우 의미 있는 일로 여겨져, 이미 출판된 원고를 다소 손보아 재편집하고, 한정된 책의 지면 사정상 미처 넣지 못한 숱한 자료사진을 다양하게 넣어 2010년 11월말까지 43회로 연재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 기자말
 

안중근 행장 (17)

거사 전날 밤 지야이지스고 역

 오늘의 지야이지스고 역 대합실
 오늘의 지야이지스고 역 대합실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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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년 10월 25일 밤, 안중근이 떠난 뒤 우덕순과 조도선은 지야이지스고 역에서 무료하게 지냈다.

그런데 저녁 무렵부터 러시아 군인이 부쩍 늘어났다.

조도선이 한 러시아 군인에게 물었다.

"갑자기 군인들이 늘어났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소?"
"일본 대관 일행이 하얼빈으로 가는데 이 지야이지스고역을 통과하기에 경비 때문 그렇소."

"뭐! 일본 대관이? 몇 시에 통과하오."
"내일 새벽 6시라고 하는군."

조도선은 러시아 군인에게 들은 정보를 우덕순에게 말했다.

"아, 그래요."

우덕순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조도선은 안중근과 우덕순의 거사 계획을 그때까지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우덕순은 가능한 끝까지 비밀에 붙이고 싶었다. 행여 조도선이 뒤늦게 알고서 러시아 군인에게 일러바친다면 만사가 허망하게 끝날지도 모를 일이니까.

저녁 무렵, 지야이지스고 역 식당 주인 세미코노프는 지야이지스고 역원에게 불려갔다.

"당신 집에 낯선 이들이 머물고 있던데?"
"그래요. 간밤에 세 명의 한국인이 묵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낮에 한 사람은 하얼빈으로 돌아갔답니다."

 안중근 유묵 - "나라를 위하여 몸을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이다"
 안중근 유묵 - "나라를 위하여 몸을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이다"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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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지야이지스고에 왔는가?"
"본국에서 오는 가족을 마중하러 관성자로 가는데, 여비가 부족해서 이 역에서 기다리고 있답니다."

"수상한 자들이 아니오?"
"아닙니다. 아주 불쌍한 자들이에요. 아내도 그렇게 생각해서 간밤에는 공짜로 재워 주었습니다."

"오늘도 재워주려는가?"
"아무려면 한밤중 추위에 얼어 죽게 할 수야…."
"그들이 식당 밖으로 나오는 일이 없도록 단단히 주의시키시오. 만일 역사(驛舍) 밖으로 나오면 경비병에게 즉시 연락하시오."
"네. 알겠습니다."

세미코노프는 돌아와서 역원에게 들은 주의사항을 우덕순과 조도선에게 전했다.

우덕순의 낙담

1909년 10월 26일, 운명의 날이 밝아지고 있었다. 지야이지스고에서 머물고 있는 우덕순과 조도선은 새벽 5시 무렵 새우잠에서 깼다.

조도선이 소변을 보고자 식당 밖으로 나가자 러시아 경비병이 못 나가게 했다. 세미코노프에게 말하자 그가 러시아 경비병에게 사정해도 막무가내라고 하면서 깡통을 가져다주며 거기다가 용변을 보라고 했다.

잠시 후 우덕순도 용변을 보고 싶다고 밖으로 나가려 했으나 러시아 경비병이 열차가 지나갈 때까지는 꼼짝 말라고 소리쳐 그도 별 수 없이 실내에서 용변을 봤다. 날이 점차 밝아오고 특별열차가 다가오는 데도 그들은 식당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었다. 우덕순은 낙담을 하면서 하얼빈에서 안중근이 성공하기만을 빌었다. 6시 무렵 상행열차가 지야이지스고 역에서 서더니 10분 후쯤 기적을 울리면서 떠났다.

1909년 10월 26일 9시

 순국 직전 안중근 의사의 의연한 모습
 순국 직전 안중근 의사의 의연한 모습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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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김성백씨 집에서 아침을 맞은 안중근은 평소와 다름없이 일찍 일어나 세면을 하고는 그동안 입고 다니던 새옷 대신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모자를 썼다.

하얼빈 역에 도착하니 7시 무렵이었다. 안중근은 대합실에서 차를 마시며 열차도착을 기다렸다. 이윽고 이토를 태운 열차가 도착했다. 일본인 환영객 틈에 싸여 잽싸게 플랫폼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러시아군 의장대 뒤 일본거류민단 환영객 틈에 끼어 섰다.

이윽고 이토 일행을 태운 특별열차가 하얼빈 역 플랫폼에 멎었다. 그때 플랫폼 시계가 9시 정각을 가리키고 있었다.

열차 도착에 맞춰 플랫폼에 도열한 러시아 군악대가 주악을 연주됐다. 러시아 재무대신 코코후초프가 이토 수행비서관 모리 야스지로(森泰二郞)의 안내로 객차로 들어가 이토에게 도착 인사를 했다.

 러시아 재무대신 코코후초프
 러시아 재무대신 코코후초프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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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만나 뵙게 되어 광영입니다. 각하께서는 더 먼 곳에서 오셨지요."

이토는 코코후초프의 손을 잡으며 다정하게 답했다. 두 사람은 열차 내 응접 테이블에 앉아 모리가 내놓은 차를 들면서 환담을 나눴다.

"이 하얼빈에서 코코후초프 대신과의 회담이 이루어진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도 이토 공작과 동감입니다. 천천히 고견을 듣도록 하고 우선 플랫폼에 정열하고 있는 의장대의 열병을 받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사키류조  <광야의 열사 안중근> 134쪽~139쪽 발췌 요약정리

 오늘의 하얼빈 역 플랫폼
 오늘의 하얼빈 역 플랫폼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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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교사생활 후 원주에서 지내고 있다. 장편소설 <허형식 장군> <약속> <용서>, 역사다큐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사진집<지울수 없는 이미지> <한국전쟁 Ⅱ> <일제강점기> <개화기와 대한제국> <미군정 3년사>, 어린이 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 <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 <독립운동가, 청년 안중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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