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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년 전 2011년 3월, 남편과 저는 5년째 주말부부로 떨어져 지내고 있었습니다. 저는 마포에 있는 영어학원에서 상담실장으로 근무하면서 두 아이와 서울에서 지내고 있었고, 남편은 경남 창원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날 무슨 요일이었는지, 전화가 걸려왔던 시간까지도 또렷하게 기억되는 그 사건이 있었던 날은 2011년 3월 18일 금요일 오전 6시였습니다. 평소와는 다르게 아침 일찍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기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하는 약간의 불안한 생각을 하며 전화를 받았습니다.

마치 남 일 전하듯 전하는 남편... 급성 심근경색 수술 들어간다고?

"나야~ 지금 파티마병원 응급실인데, 내가 급성 심근경색이라고 하네. 지금 수술실에 들어가니까 그렇게 알고 있으라고.."
"네? 그게 무슨 말이야? 병원에는 언제 갔는데요?"
"응, 새벽 1시쯤 가슴에 심한 통증이 와서 응급실 왔더니 여러 가지 검사하고 심근경색이라고 하네. 이제 수술실 들어가니까 당분간 전화 통화가 안 될 거야. 그렇게 알고 있으라고.."

남편은 자기 일이 아닌, 마치 남에게 닥친 일을 전하듯 차분한 목소리로 저에게 이야기했지만, 남편과의 전화 통화를 끝내고 저는 너무나 당황해서 한동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요즘 말로 '멘붕' 상태에 놓였던 것입니다. 잠시 허둥대다가 정신을 가다듬고 제일 먼저 학원 원장님과 통화했습니다. 지금 남편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수술실에 들어갔다는 저의 이야기에, 원장님은 학원은 걱정하지 말고 빨리 남편에게 가 보라고 했습니다.

곧장 인터넷으로 제일 빠른시간에 창원으로 가는 KTX를 예매하고, 서울역으로 달려갔습니다. 서울에서 창원까지 3시간 정도 소요되는 KTX는 저의 다급한 마음과는 달리 그날 따라 왜 그리도 더디 달리던지요.

이윽고 제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에는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나 있었고, 남편은 중환자실에 빈자리가 없어서 응급실에 있었습니다. 남편의 침대 주위를 지키는 시댁 식구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저는 남편의 손부터 와락 잡았습니다.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남편은 심한 고통을 견뎌내느라 몹시 힘이 들었는지 입술이 온통 까맣게 부르터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와락 솟구치면서 오로지 혼자서 고통을 참으면서 어려운 시간을 보냈을 남편에게 "많이 아팠어? 미안해. 왜 좀 더 일찍 전화하지 그랬어"라고 그렇게 말하는 저에게 남편은 "검사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멀리 있는 당신에게 연락한다고 달라지는 게 있나? 괜히 걱정만 하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합니다.

새벽 1시쯤 심한 가슴 통증 느껴서 순수 운전하고 응급실로 달려가

그날 남편은 잠을 자다가 새벽 1시쯤 가슴을 쥐어짜는 심한 통증에 잠에서 깨었고, 이것은 그냥 참아서는 안 되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손수 자동차를 운전하고 병원 응급실로 달려왔다고 합니다. 병원에 도착해서 여러 가지 검사를 했는데도 쉽게 진단이 내려지지 않아서 검사받는 순간이 힘들기도 했다고 합니다. 결국, 저에게 전화하기 직전에야 '급성 심근경색'이라는 진단이 내려졌고, 급하게 수술이 결정이 되어 보호자의 서명이 필요한데, 보호자인 제가 없어서 병원 가까운 곳에 사는 남편의 매형과 남편의 친구 두 사람이 저를 대신하여 수술동의서에 서명했다고 합니다.

그때 무엇보다 남편에게 미안했던 것은, 남편이 가장 고통스럽고 아팠던 그 순간, 아내인 제가 아무런 힘이 되어 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이었습니다. 남편에게 마누라와 아들, 딸이 없는 것도 아닌데 아픈 몸으로 혼자서 손수 자동차를 운전하고 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했던 남편에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때 남편이 심한 통증을 그대로 참아내고 병원 응급실로 달려가지 않았다면...하고 생각한다면 너무 끔찍한 일이기에 상상하기도 무섭습니다.

뒤늦게 남편의 수술을 담당했던 의사선생님을 뵈었는데, 수술 과정과 경과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보호자 분 뵙기가 무척 힘듭니다'라는 스치는 이야기에 저는 쥐구멍이 있다면 숨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날 저녁, 비로소 남편은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자리가 옮겨졌고, 남편이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기기 전까지 3일 동안 중환자 보호자실에서 보내게 되었습니다. 여러 보호자들은 길게는 몇 개월에서부터 저처럼 당일 입원한 환자까지 다양한 사연들을 지니고 있었고, 저의 남편보다 늦게 '급성 심근경색"으로 입원한 환자도 두 분 더 있었습니다.

한 분은 아직 30대 초반인 미혼의 총각이었고, 다른 한 분은 남다른 건강관리로 평소 건강에는 자신만만해 하셨다는 70대 초반의 젊은 할아버지셨습니다. 그때야 저는 미루어 짐작했습니다. 예전에 잠을 자다가 아침에 깨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는 분들 중에서 적지 않은 분들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을 거라고요.

'급성 심근경색증'은 저의 남편의 경우처럼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의 약 50%는 이전부터 아무런 증상이 없던 건강하던 환자들이며, 나머지 50%는 협심증의 증상을 가지고 있던 환자들이라고 합니다. 심지어 어떤 환자는 수일 전에 시행한 건강 검사 등에서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는데도,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응급실로 내원하여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심근경색증'이 발생하게 되면 저의 남편처럼 심한 가슴 통증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이때 발생하는 통증은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가슴이 찢어지듯', '숨이 멎을 것 같은' 통증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러한 고통은 30분 이상 지속되므로 환자들은 보통 이때에 죽음의 공포를 경험한다고도 합니다.

'심근경색증'이 발생한 경우에는 무엇보다 빠른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어느 치료 방법이든지 가장 빠른 시간에 막혀 있는 관상동맥을 통하게 해 주어야 하는데, 막힌 관상동맥은 적어도 6시간에서 12시간 이내에 열어 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막힌 관상동맥을 뚫어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스텐트라는 금속 그물망을 이용하여 혈관을 확장하는 '관상동맥확장성형술'법입니다.

저의 남편도 3개의 중요한 관상동맥 중에 1개가 막혀서 스텐트 시술을 한 경우였습니다. 일단 관상동맥질환으로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스텐트 시술을 시행하였더라도 일반인보다 '급성 심근경색증'의 발병 위험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철저하게 예방 치료를 하여야 합니다.

현재로서는 '급성 심근경색증'의 발병 위험 부위를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고,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인자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경우는 흡연, 당뇨병, 고콜레스테롤혈증, 비만, 가족력 등이 있는 사람은 이러한 위험 인자를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합니다.

남편 수술 후, 시아버님께서도 남편처럼 극심한 통증을...

그런데 그 후 한번 더 우리 가족에게 놀라운 일이 있었습니다. 남편의 수술이 있었던 후, 1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서 시아버님께서도 남편처럼 극심한 통증을 느끼셨고, 남편은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떠올려 자신의 수술을 담당했던 의사분께 진료를 받도록 했습니다. 결국 남편의 예상처럼 시아버님도 남편과 같은 '급성 심근경색'을 진단받았고 지체없이 스텐트 시술을 받으셨습니다. 그나마 시아버님의 수술때에는 남편이 한번 경험했던 터라  조금은 여유롭게 대처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남편과 시아버님의 '급성 심근경색' 수술 이후, 저는 평소 쉬운 말로 '심장마비'라고 말하는 이 병이 어느 순간 어느 때 어느 누구한테라도 아무런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후 저는 서울로 올라와서 직장과 집을 정리했고 드디어 5년 동안의 주말 부부생활을 말끔하게 청산했습니다. 그때로부터 만 2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 여전히 남편과 시아버님은 자신들을 수술했던 의사선생님께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처방을 받고 있으며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날 서울에서 창원까지 KTX를 타고 달려가는 내내 가슴 졸이며, 미안한 마음으로 눈물 삼키던 마누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편은 저에게 '아버지하고 나는 같은 병명으로 같은 의사에게 수술을 받은 수술동기가 되었네'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씩~ 웃으면서 이야기를 합니다. 남의 속도 모르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나의 수술 이야기"응모글입니다. 다음 블로그에도 소개할 예정입니다.



태그:#심근경색, #응급실, #주말부부,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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