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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3일 건설노조투쟁을 지지하는 인권단체 회원들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건설노동자 국가폭력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노동자들에 대한 국가권력의 탄압을 즉각 중단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5월 23일 건설노조투쟁을 지지하는 인권단체 회원들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건설노동자 국가폭력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노동자들에 대한 국가권력의 탄압을 즉각 중단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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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라디오를 먼저 켜고 출근 준비를 한다. 어느 날은 인터뷰이가 너무 짜증이 나서 라디오를 꺼버리는 경우도 있고, 얘기를 끝까지 듣고 싶어서 다음 전철을 탈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런 라디오에서 한동안 '전 정부'씨가 자주 불려졌다. 현 정권씨가 문제만 생기면 전 정부가 문제였다고 하니 '전 정부'씨를 찾아야 한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왔다. 진심으로 빵 터진 아침이었지만, 현실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사실 두 정부, 두 정권의 입장은 같거나 비슷한 때가 더 많아 보인다. 건설노조의 투쟁으로 공사 현장이 안전해졌고 업체 비리도 감시하게 되면서 건물은 튼튼해졌지만, 공사 기간이 늘었고 건설자본의 이윤은 조금 줄었다. 그래서 전 정부씨는 건설노조를 불편해하는 건설자본의 마음을 헤아려 '건설현장 불법근절 TF'를 구성했고, 2021년부터 100일간의 TF활동을 통해 탄압의 분위기를 잡아갔다.

그리고 2022년 현 정부씨는 전 정부씨가 닦아놓은 길을 따라 미끄러지듯 더 속도를 내어 건설노조를 탄압하기 시작했다. 노동조합이 하는 모든 활동에 불법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노사교섭도 협박이 되고 합의사항도 갈취가 되니, 노동조합 존재 자체가 불법이 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그렇게 두 정부씨는 마음이 너무 잘 맞았다.

어디 그뿐인가. 민영화를 향한 두 정부씨의 마음도 다르지 않았고 현 정부씨의 조상들도 마찬가지였다. 철도, 전기 등 공공교통수단과 에너지산업을 민간자본에게 주고싶은 정부씨들의 움직임은 계속 있어왔다. 한국통신이 또 하나의 통신업체가 되도록 만들어왔던 과정을 여러 공공영역에서 시도했다.

그러고 보면 한국에 존재했던 정부씨들이 누구의 편이었는지를 보면 비슷했다. 현 정부씨가 전 정부씨에게 모든 잘못의 책임을 덮어씌우는 것이 특기라는 게 좀 특이하긴 하지만.

행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정부로서 시민의 생명을 지키고 행복할 권리가 있는 존재들에게 해야 할 의무는 하지 않고 전 정부씨가 일을 못 해서 문제가 생긴다고만 한다. 사실 전 정부씨가 일을 못 해서 현 정부가 들어설 수 있었던 건데, 현 정부씨는 자신들이 손에 쥐고 있는 권력으로 엉뚱한 일만 하니 사회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민영화는 나를 위한 공공서비스가 축소되는 것

요즘은 철도표 예매하기도 힘들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시간대에는 보름 전에도 표가 매진되기 일쑤다. 시민들의 선택권은 이전보다 좁아졌다. 열차 종류도 선택한다기보다는 그것밖에 없으니 그냥 타야 한다. 그나마 외국의 철도사고나 전력사고들을 보면서 한국의 공공성은 아직은 나은 편이라 생각하고 다행이라 여겨왔다.

한창 더웠을 때는 기차가 뜨거워진 선로의 위험성 때문에 속도를 최대한 늦춰서 가는 바람에 57분 소요되는 거리를 1시간 17분 타고 가기도 했지만 모두의 안전을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공공을 위한 운영이란 이익을 위해, 좋은 평가를 위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방식은 지양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이명박, 박근혜를 이어 현 정부씨는 과거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민영화=공공서비스 축소를 하고 싶어 한다.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높인다는 논리로 시작된 민영화 추진은 번번이 노동자와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발전사 민영화도, 가스도, 전기도, 철도도 민영화를 시작할 때는 그랬다.

정부씨들은 공공기관의 재정악화가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 시민들은 공공서비스라는 게 돈을 벌려고 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방만한 경영이 문제라고 말하면, 정치권과 결탁하여 시민들의 편리와 이익보다 특정세력의 이익을 위해 공공기관을 운영하는 게 원인이라고 우린 대답했다.

그래서 정부씨들은 말하는 방법을 바꾸고 있다. 민영화한다는 말보다 안정성, 효율성, 전문성이라는 핑계를 내세워 부분 쪼개기를 하고 있다. 발전산업 민영화를 반대했더니 원자재 수급, 발전, 배전 등을 모두 분리하듯이 철도도 운영, 정비, 관제 등 영역마다 모두 쪼개서 나누려 한다. 민영화라고 말하지 않고 민영화 결과를 가져오는 셈이다.

그러나 효율을 내세우며 박근혜 정부 때 이원화된 운영체제 - KTX로 대표되는 한국철도공사(KORAIL)와 SRT로 알고있는 주식회사 에스알(SR) - 는 안정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 하나의 기관이 철도라는 공공대중교통을 총괄 관리하면서 차량도 정비하고 노선도 관리하고 필요에 따라 투입열차를 조정하기도 하는 게 누가 봐도 안정적 운영이다. 서울역,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KTX는 있는데, 수서에서 출발하는 KTX는 왜 안되는가. 두 운영기관을 통합하여 전국으로 기차를 배분하고 조율하면 왜 안되는지 모르겠다.

발전비정규직노동자였던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이 무엇 때문이었는지 현 정부씨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현장의 문제를 발견하고 겪고 있는 노동자들이 시정을 요구하고 그 제기가 바로 시행된다면 위험요소는 관리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를 발견하고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와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작업자가 바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 운영과 정비, 관리가 분리되면 결국 또 다른 김용균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민영화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아도 민영화 방법은 다양하고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과 시민들에게 돌아온다.

그래서 공공노동자들이, 철도노조가 파업을 준비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모두를 위한,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그들의 파업에 연대하는 이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권미정 김용균재단 운영위원장입니다.


태그:#김용균재단, #민영화, #공공서비스 축소, #권미정, #철도
댓글1

2019년 10월 26일 출범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입니다. 비정규직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일구기 위하여 고 김용균노동자의 투쟁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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