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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1주년 성과보고회 및 2기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1주년 성과보고회 및 2기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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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인가, 아닌가

윤석열 정부는 인수위 시절 '110대 국정과제'를 통해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라는 표현으로 공공기관의 민영화를 발표했다. 이어 임기 시작 직후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는 경제운용의 주요 기조로 "자유로운 시장경제에 기반한 경제 운용"을 내걸었다.

이후, 지금까지 발표된 주요 정책에 ▴민간 지원 ▴민간 플랫폼 연계 ▴민간 경합 사업 정리 ▴민간 유사-중복업무 기능 조정 ▴민간투자 규모 확대 ▴민간주도 고도화 ▴자산매각 등 표현만 조금씩 달리할 뿐 민영화에 대한 의지를 노골적이고 집요하게 계속해서 표현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민영화 정책의 추진 양상이 공공기관 지분 매각과 같은 고전적인 민영화 방식뿐만 아니라, 외주화-법인화-경쟁입찰-시장개방과 같이 이미 만연해 있는 우회 방식은 물론이고, 이외에도 ▴공공-민간 협력사업 ▴민간투자 개발 사업 ▴민자사업자가 시설 개설과 소유-운영을 책임지는 사업 ▴민간이 시설을 건설한 뒤 소유권을 정부에 이전하고 일정 기간 정부에 임대하는 사업 등으로 포장해 민영화라는 이름이 사라졌다.

실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최근의 민영화 정책은 전통적인 민간 매각을 넘어 다양하고 위장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민영화의 범위는 교통-전기-의료-돌봄-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서 언급되고 있으며, 그 양상 역시 ▴민영화가 용이한 구조 수립을 위한 기능 분할 ▴민간 중심 지원-육성을 통한 공공서비스 기관 폐원 ▴민간자본의 신규 사업 영역 우선 배치 ▴규제완화-시장개방을 통한 이윤 중심 공공서비스 모델 구축 등 매우 다양하게 들어오고 있다.

철도 민영화에 대한 의지 

철도 민영화를 위한 정부 추진 정책의 핵심은 더 편리하고 안정적인 매각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분할-분리'라고 볼 수 있다. ①제2철도교통 관제센터 신설 및 관제권 이양 ②철도차량 정비시장에 차량 제작사 참여 ③시설 유지-보수업무 분할 등은 '철도 민영화 3정책'이라 불리고 이는 복수의 철도운영사 체제 준비를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특히 관제권 이전의 경우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도 지속해서 추진됐던 민영화 정책의 핵심 중 하나다.

최근 들어 이와 같은 정부의 철도 민영화 조치가 가장 선명하게 나타난 사례는 SR의 '독자 운영' 선언이라고 본다. 수서행 고속철도 SRT 운영사 SR의 이종국 대표이사는 지난 1월 5일 '평택통복터널 전차선 단전 SRT 운행 차질' 관련 브리핑에서 "SR은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철도산업 효율성 향상을 위해 독자적인 길을 개척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는 ①차량 정비 민간제작사 개방 ②코레일이 수행하고 있는 차량정비, 시설유지보수, 역 운영, 승무서비스 등에 대한 위수탁 계약 전면 재검토가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현재 SRT는 코레일의 협력 없이는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이종국 대표이사의 발언을 해석하면 결국 코레일에서 독립해 독자적인 길은 간다고는 하지만, 이는 민간에 대한 의존성을 높이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또한, 차량정비를 민간에 맡기겠다는 계획은 국토부가 추진하고 있는 차량정비시장의 민영화와 일치한다. '유지보수 체제 변화' 요청은 국토부가 추진 중인 시설유지보수업무의 국가철도공단 이관 추진과 일치한다. 이 둘을 합하면 '철도민영화로 가기 위한 기능 쪼개기'로 볼 수 있다.

'철도 기능 쪼개기'의 또 다른 조각인 관제권 회수 역시 경쟁 도입과 민영화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고 본다. 철도공사로부터 관제권을 빼앗아야만 새롭게 진출하는 민간철도 사업자에게 선로를 배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제권은 총체적인 열차 운행시스템에 대한 관장 권한으로, ▴운행 중인 열차의 제어-관리 ▴미래 운행계획 수립 및 선로배분 ▴사고 등 비상사태 시 조치 등 사실상 철도 운영의 핵심을 주관하는 기능이다. 

안전과 직결되는 관제권이 철도 운영기관에 의해 수행되는 것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나아가 운영과 시설기능을 통합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철도교통의 경우 기존의 민영화 조치에 따른 부작용과 폐해가 가장 잘 드러난 영역이다. 시민 안전과 직결된 역무 업무를 용역형 자회사나 민간업체에 외주하면서 생긴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민영화 중단과 직접 운영 전환이 더욱 절실하다.

실제 프랑스에서는 '철도 경쟁 도입'의 일환으로 철도의 운영과 시설을 분리한 뒤, 사고와 열차 기능 장애가 빈번해지자 '분리 정책'을 철회하고 철도공사와 시설공단을 원래대로 통합하겠다고 발표한 사례도 있다.

다시 거리로

민영화를 둘러싼 윤석열 정부는 언론을 통해 민영화가 아니라고 이야기를 계속하지만, 취임 이후 매월 발표된 주요 정부 정책 속에는 민영화-영리화와 연관된 키워드가 단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노골적으로 민영화를 향해 폭주하는 열차를 막아내기 위해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은 다시 거리로 나온다. 모두의 삶과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파업에 많은 관심과 연대 부탁드린다.

덧붙이는 글 | 이번 글은 김용균재단 이사이자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보건위원장 김영애님이 쓰셨습니다.


태그:#김용균재단, #김영애, #민영화, #철도, #공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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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6일 출범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입니다. 비정규직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일구기 위하여 고 김용균노동자의 투쟁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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